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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민케이 Jan 15. 2017

아마존 에코 그리고 에코시스템

생태계 구축의 필수 요소

아마존은 2017 CES (Consumer Electronic Show)에 나오지 않았다. 이제 고만고만한 애들이랑 놀기 싫다는 걸까. 그런데 아마존이랑 놀고 싶다는 아이들은 줄을 섰다.

포드 자동차, 화웨이 메이트, LG 냉장고, 링스 로봇, 월풀 전자제품, GE Lamp, 삼성 진공청소기, 스마트 샤워기 등등. 모두 알렉사와 연결되어 혹은 아예 알렉사를 탑재한 제품들이다.

http://www.mensjournal.com/gear/articles/ces-2017-the-age-of-amazon-echos-alexa-w459512

아마존이 에코[Echo]를 아마존 프라임 멤버 전용에서 벗어나 누구나 살 수 있도록 미국 시장에 오픈한 건 2015년 6월. 

에코는 그저 기다란 원통 모양의 블루투스 스피커처럼 보였고, 스마트폰을 집어 들 필요 없이 그저 조금 더 편리하게 음성으로 뭔가를 조금 더 해낼 수 있는 스피커에 지나지 않았다.  아마존 뮤직, 아마존 쇼핑 등 아마존의 서비스와 연결되어 있었고 시간, 날씨, 교통을 얘기해줬다. 아, 그리고 약간의 스마트한 혹은 멍청한 질문들에 대답할 수 있었다. - "알렉사, 하늘은 왜 파랗지?", "알렉사.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는?" (왜 이런 질문들을 200불 가까이 주고 산 기기에 대고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원래, 태생적으로, 무척이나 일관되게, 자국의 시장을 극한으로 우선하는 아마존이기에 당연히 한국어가 지원이 될리는 만무했다.


그랬던 아마존 에코,  불과 1년 반 만에 스마트 전구, 난방을 거쳐 핸드폰과 차량에까지 탑재되는 스마트 플랫폼이 되어 버렸다.

아마존 에코닷 (Amazon echo dot)

아마존에서 새로 선보인 에코 닷. 한국 돈으로 6만 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손바닥 위에 가볍게 올라간다. 작년 연말 쇼핑 시즌에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팔린 기기라는 뉴스 때문에 내가 에코 닷을 구입한 건 아니다.

중국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언제나와 같이) 충동적으로 구매한 샤오미의 만 오천 원짜리 스마트 전구. 아이폰에 앱을 깔면 그 앱으로 어디서나 전구를 켜고 끄고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스마트 전구는 정말 스마트했다. 집에서 아이폰을 찾아서 켜고 앱을 열고 화면을 탭할 시간에 그냥 스위치로 가서 끄는 게 훨씬 더 빨랐다는 점만 제외하면. 

이왕 산 똑똑한 친구를 더 똑똑하게 만들어 줄 수는 없을까. 샤오미 전구를 IFTTT에 연결할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IFTTT(If This, Then That)를 사용하면  다양한 채널로 들어오는 신호를 다양한 기기와 액션으로 연결해 줄 수 있다.  IFTTT의 채널에 내 샤오미 전구를 등록하고 아이폰의 위젯과 연결했다. 오케이. 이제 샤오미 앱을 안 열어도 아이폰의 위젯에서 바로 내 스탠드를 켜고 끌 수 있다. 사실 여기서 멈출 수 있었다. 자주 가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장터에서 에코 닷 판매 글만 보지 않았다면. 

방 위의 에코 닷

내 책상에 놓여 있는 에코 닷은 집의 와이파이와 연결되어 있고, 좋은 소리를 위해 USB 스피커로 출력하도록 연결해놓았다. (비용 절감을 위해 에코 닷은 스피커로 작은 깡통을...,  아니 저가의 스피커 유닛을 사용한다) 에코 닷을 샤오미 전구와 연결하기 위해 IFTTT를 사용했다. 내가 에코 닷에게 얘기하면 에코는 그 말을 알아듣고 IFTTT로 전달하고,  IFTTT는 그 명령을 다시 내 책상 위의 샤오미 스마트 전구에게 전달한다. 

조금 더 복잡하게 설명하자면,  "Alexa, trigger room(알렉사, room이라는 명령어야)"라고 얘기하면 내 스탠드가 켜진다. 동영상과 같이 새벽에 깨서 수줍게 알렉사에게 불 켜달라고 부탁할 수 있다.

에코로 스탠드 켜기

동영상에서 보듯이 아직 에코는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촌스럽기 짝이 없는 콩글리쉬 발음도 꽤 잘 인식한다. 물론 amazon에서 선전하는 복잡한 질문을 하기에는 쉽지 않지만.

스탠드 전구를 켜고 끄는 것 외에 1달 정도의 기간을 거쳐 크게 어려움 없이 잘 쓰고 있는 문장을 보면,

Alexa, What time is it? (시간 몇 시야?)

Alexa, Play Classical music from Pandora (판도라 뮤직에서 클래식 음악 채널 틀어줘)

Alexa, What is this song? (지금 나오는 노래 뭐야?)

Alexa, Wikipedia Harry Potter (위키피디아에서 해리포터 찾아줘)

6만 원을 들여 겨우 그 기능이 다냐고 물어보면 그저 어깨를 으쓱할 수밖에 없다. 언어도 제한적이고 음성으로 제어해야 하는 기기도 책상 위의 스탠드 전구 하나가 다이니. 사실 샤오미의 스마트 홈 세트 전체를 구매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그런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라도.




에코시스템 (Ecosystem). 아마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귀가 닳도록 들은 말 일터이다. "비즈니스가 유기적으로 결합돼서 환경과 얽혀 서로 윈-윈하도록 돌아가는 생태계"라고 쓰고 이렇게 해석한다. -  "내가 돈 버는 것을 남들이 도와주는 세상" 

누구나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얘기한다.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말이 안 들어가면 사업계획으로는 내밀 수도 없을 정도. 하지만 그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것은커녕 자신의 서비스를 사용하게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앞다투어 아마존 에코를 이용하고 탑재하려 애쓰는 회사들이 가득 찬 이 생태계를 아마존은 어떻게 구축했을까.


언어와 지역의 한계로 나는 스마트 전구와 판도라 등 몇 가지의 서비스만 연결해서 쓰고 있지만 아마존 에코는 수많은 서비스가 연결되어 있다. 이를 위해 아마존은 일찍이 에코 스킬 (Skill)의 API를 공개했다. 누구나 이 API를 사용하면 에코와 연결할 수 있다. 스마트 전구, 보일러를 켜는 스마트 홈뿐 아니라 우버를 부르고, 도미노에서 피자를 시킬 수 있다.  이런 API를 개방하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닌가, 무엇이 어려울까 싶지만 누구나 이렇게 자신 있게 열 수 있는 건 아니다. API를 통한 연결의 안정성을 뒷받침해주는 기술의 안정성, 보안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할 수 없다. 경제적인 모델과 자사의 수익성에 대한 분석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애플의 아이폰 조차 그 플랫폼을 일반 개발자들에게 여는데 수많은 시간과 개발자들의 청원이 필요했다. 


플랫폼을 여는 것이 다라면 누구나 에코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을 터. 플랫폼의 중추가 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높은 완성도가 필요하다.  아마존은 음성 인식이 이 플랫폼의 핵심이라 여기고 여기에 많은 기술력을 쏟아부었다. 알렉사가 말을 알아듣는 능력은 짧은 시간에 비약적으로 나아졌고, 작은 목소리도 들을 수 있도록 작은 에코 닷에도 7개의 마이크가 들어간다. 기기는 탄탄한 만듦새를 가지고 있고 설치는 쉽고 쓰기는 간단하다.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구축되기 전에도 사용자들이 쓸 수 있는 매력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존은 아마존 쇼핑몰의 수많은 사용자들이 에코를 통해 음성으로 주문하고, 아마존의 프라임 뮤직과 킨들의 책을 오디오북으로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즉,


사용하기 쉬운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사용자들을 끌어들여 1차적인 수요를 창출하고,
그 수요에 기반하여 생태계를 개방해서,
나의 제품/플랫폼과 그에 참여하는 이들이 모두 이익을 얻는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궁극적으로 아마존은 자사의 유통, 물류, 제조, 미디어가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생태계를 큰 그림으로 그리고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 물론 구글이 이를  뒷짐 지고 보고 있지는 않겠지. 구글도 늦었지만 구글 홈을 출시했다. 언어나 지역적으로 확장성이 큰 구글인 만큼 빠른 시간 안에 아마존을 따라잡을 거라 보는 견해가 많다. 

아마존, 구글 혹은 제3의 누구던지 간에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에코 닷과 스탠드 전구뿐 아니라 거의 모든 것이 연결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아주 빠른 시간에. 원튼 원하지 않든.


4차 산업혁명 얘기가 한참이다. 정부와 신문에서는 연일 4차 산업혁명을 지금 안 하면 당장 망할 것처럼 떠들어댄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이 2017년 경영 목표로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혁신", "스마트 공장" "Industry 4.0", "제조 3.0" 등의 키워드를 쏟아낸다. 긍정적인 일이다. 아주 칭찬한다. 

다만, 그러면서 "한국형 플랫폼", "한국 생태계 창출" 이런 말은 제발 쉽게 하지 않았으면. 위에서 길게 설명했듯이 생태계와 플랫폼은 종이질과 얼마 안 되는 투자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IT 플랫폼만 갖춘다고 가능하지도 않다. 매력적인 제품, 안정적인 기술 조건, 시장 장악력 등이 다 갖춰져야 한다. 그리고 설사 그걸 다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시장이 반응하고 파트너들이 생겨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시간" 이 필요하다. 창조경제로 그만큼 시간과 돈을 말아먹고 기회를 놓쳤으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은가.  아, 혹시... 또.다.른 기회가 필요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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