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민케이 Apr 09. 2017

변리사와 경비원의 공통점

디지털 혁신 이야기 두번째.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직장인의 자세

간만에 대학교 동창 친구를 만났습니다. 중견 변리사 사무소에서 부소장을 하고 있는 친구입니다. 변리사, 특히 경영을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꼭 하고 싶었던 질문을 던졌습니다.

"디지털 혁신이 진행되어서 인공지능을 활용하게 된다면 지금 쓰고 있는 변리사 관련 인력들의 몇 %가 필요 없어질까?"

최근에 4차 산업 혁명, 특히 인공지능의 발달로 없어지게 될 직업 중에 상위에 항상 랭크되는 게 변리사와 변호사였기에 항상 궁금했지요.


'그거 말이 그렇지, 그렇게 되려면 세월 많이 걸려. 사람 손을 타야 하는 작업이 얼마나 많은데. 변리사 일을 너무 우습게 보고 그렇게 인공지능이 할 수 있다고 하는 거지.'라는 대답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런데 그의 대답은,

"지금 내가 한 10명과 같이 일하고 있는데, 솔직히... 나란 1명 정도 빼면 나머지는 가까운 시일 내에 필요 없을 거다." 

"잉? 혹시 인공지능에 대한 환상이 있는 거야? 내가 여기서 말하는 건, 좁은 의미의 인공지능이야. 범용적인 모든 일에 대해 의사 결정하는 게 아니라, 특정 분야의 정해진 임무에 대해서 빠르게 보고 학습하는 걸 얘기하는 건데."

"알고 있어. 그래도 마찬가지야. 다른 일도 그렇지만 변리사 업무의 대부분은 반복적이고 제한적이야. 수많은 자료를 보고 검색하고 그중에서 현재 사안과 관련 있는 일을 찾아내는 게 대부분을 차지해. 물론 사람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 자료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주변 환경 인자들이 있지. 그건 대체할 수 없어. 하지만 그 중요한 부분이 전체 업무의 물리적인 양으로 봤을 때 한 20% 미만일 거야. 80% 정도의 인력은 줄일 수 있어. 사실 지금도 줄일 수 있는 부분들이 있지만 직원들의 사기 문제나 여러 가지로 그냥 같이 가는 거지."


그리고, 서울대에서 경비원이 사라지고 있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어제부터 모든 매체에서 다뤄지고 있습니다. 사실관계는 단순합니다. 최근 서울대가 통합경비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그 경비 시스템은 CCTV와 센서를 이용하고 중앙관제센터에서 소수의 인원이 모니터링하고 출동하는 시스템입니다. 당연히 각 건물마다 상주하는 경비원은 필요는 줄어듭니다. 당장 근무하는 분들을 해고하지는 않겠지만 더 이상 신규채용은 없고 지금 근무하는 분들이 퇴직하면 추가 채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인력을 줄여나가는 계획이라고 합니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7&no=240688


경비원과 변리사.

이 상반된 두 직업에게 이제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013년에 옥스퍼드 대학교의 연구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700가지 직종의 50퍼센트가 완전 자동화가 가능한 업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4년이 지난 지금 그 비율은 더 증가했겠지요.


사실 여태까지 계속 일어나던 일들입니다. 어떤 부분에서 자동화가 일어나면 그 부분의 인력을 줄여나가는 것은 항상 일어나던 일이지요. 마차가 나오면서 인력거가 사라졌고, 자동차가 나오면서 마차가 사라졌다는 고전적인 이야기와 함께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버스 안내원 같은 직업들만 봐도 됩니다. 항상 일어났던 일이기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창한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너무 과장된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그 자동화의 부분들이 너무나 급격하게 그리고 너무나 많은 부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당장 화제가 된 경비 시스템만 보더라도 예전에는 CCTV와 센서 들의 가격이 상당했습니다. 그 돈을 들여서 시스템을 장만하는 것보다 그저 사람을 쓰는 게 더 싸고 편했지요. 이제는 역전되어버렸습니다. 인건비보다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쌉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센서, 컴퓨팅 파워 같은 하드웨어의 발달과 가격의 하락이 있고 그 하드웨어의 발달에 힘입은 소프트웨어가 있습니다. (굳이 인공지능이라는 과장된 용어를 쓸 필요는 없겠지요)

일의 성격과 종류에 따라 속도와 범위는 다르겠지만, 일이라는 것에 너무 많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그것도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이런 변화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걸까요? 특히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참 애매합니다. 내가 하는 일은 그런 일들과 관련이 없는 것 같은데... 뭘 해야 하는 걸까? 코딩이라도 배워야 하나? 코딩 뭘 배워서 그걸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 거지? IT 관련된 직종의 회사원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남들은 IT 해서 좋을 것 같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주어진 일을 할 뿐이고. 박봉에 과중한 업무량에 치어서 살아갈 뿐이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이런 거는 남의 얘기 같고.


조직 내에서의 위치보다 하는 일에 주목한다

최근 페이스북의 한 임원이 자신이 채용한 사람의 일화를 얘기했습니다. 전 회사에서 마케팅으로 상당한 지위에 올라 있었지만 페이스북에서 혁신적인 일을 하고 싶어서 인사팀으로 직급을 낮춰서 들어오는 걸 감수했다, 그리고 거기서 다시 인사팀의 혁신을 이끌고 그 결과로 매니저로 올라갔다. 

여기서는 한 사람의 성공 신화가 포인트가 아니라 직무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글로벌 조직들인 매트릭스 형태로 가고 있기 때문에 위치에 연연하다가는 좋은 기회를 다 놓칠 수 있다, 직급이 낮아지더라도 앞날이 유망한 혁신적인 일을 맡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사실 저도 최근에 한 이직에서 직급이 하나 내려간 경우가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회사였지만 기존의 직급을 유지할 수는 없었습니다. 회사의 규모나 조직의 형태 때문이었는데요. 저는 만족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한국 내에서 직급은 대외적인 선입견을 주기에 어려운 부분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회가 왔을 때 직급에 연연하지 않고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가올 변화를 반가워하는 태도

너무나도 뻔한 얘기지만 그만큼 실행이 어렵기도 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와 장소를 살아가는 우리 같은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지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업무에 시달리다가 저녁에 소주 한 잔으로 스트레스를 털어버려야 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변화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그걸 반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시중에 수많은 자기계발서들 -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 성공하는 사람들의 도구 등등 - 을 굳이 모두 읽어보지 않더라도, 성공한 사람들은 현재의 자신과 환경에 만족하지 않고 항상 변화를 반기고 찾았습니다. 그 성공이 금전적이던 권력이던 상관없이.

전체적인 일자리는 줄어들 가능성이 놓지만 새로운 일들도 생겨나겠죠. 최근에 기존에 없는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자리가 생겨서 전 직장에서 누구를 데려올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일을 잘하고 못하고도 중요하지만 과연 새로운 변화를 기꺼이 맞는 사람이었나를 먼저 생각하게 되더군요.


계속 공부하자

공부할 게 세상에 수도 없이 많지만 글로벌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는 직장인을 위한 3가지를 꼽으라면 언어, 코딩 그리고 인문학적 소양입니다.

언어 - 머신 러닝 기법을 사용한 기계 통역이 머잖아 실용화될 것은 확실합니다만 그렇다고 언어가 불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기계 번역/통역이 대중화될수록 의사 결정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능력은 더욱 인정받게 됩니다. 특히 앞으로 생겨날 기회들은 글로벌 차원일 것이기 때문에 언어, 특히 영어는 중요합니다.

코딩 - 모두가 개발자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가능하지도 않지요. 다만, 대부분의 혁신들이 소프트웨어 기반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개념과 원리를 알고 어떤 일들이 필요한 지를 아는 것은 필수입니다. 코딩에 전혀 문외한이더라도 파이썬 같은 접근이 쉬운 언어로 코딩의 기초 개념과 논리를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문학적 소양 - 서점가에 넘쳐나는 인문학 강좌 같은 책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설이든 과학책이던 긴 호흡의 책을 읽는 독서 습관이면 족할 듯합니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가 자녀들에게 집에서 스마트폰 못 쓰게 한다는 얘기가 있었지요. 성공한 사람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인 독서를 몸에 배게 하려는 의도였을 겁니다.


일자리의 감소와 직업의 변화는 항상 있던 일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프레임에 매몰될 필요는 없겠지만, 여태까지 보다 그 변화가 더 크고 속도가 빠른 건 사실입니다. 이 변화의 물결에 떠내려가는 것은 언제나 그래 왔듯이 힘없는 사람들이 먼저일 겁니다. 개인으로서 살아남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겠지만, 그 힘없는 사람들이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 노력하는 사회적 시스템을 기대하는 건.... 지금 우리에겐 너무 지나친 기대일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