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숨겨진 보물

사람들이 가지 말라고 말리던 이란이 왜 가고 싶었을까?

by 어리안

첫인상

사람은 특별한 것을 좋아한다. 항상 그랬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 역시 남들이 모르는 것을 나 혼자 알고 있을 때 짜릿한 희열을 느끼곤 했다.

어릴 적 우연한 기회로 이란을 여행한 적이 있었고 어렸던 내 눈에는 여행을 할 수 있는 수 많은 나라들 중에 이란은 그저 따분하고 심심한 나라였고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매연 냄새와 오토바이 소리 그리고 칙칙하고 어두운 색의 건물들 하나같이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처럼 혹은 파리의 에펠탑처럼 누구나 관심이 가고 특별하게 자랑할 수 있는 그런 장소를 여행하고 싶었다. 어릴 때는 겉모습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기도 하니까 말이다. 히잡을 쓰고 다니는 여인들, 사람들 속에서 느껴지는 진한 향수 냄새 그리고 동물원 원숭이를 보듯 가는 곳마다 모여드는 주변의 시선들, 모든 상황이 불편하고 언짢았다.

모든게 불편하고 낯선 이방 땅이 왜 나는 좋아졌을까?
에스파한



why are you looking at me?

이란 사람들은 특이했다, 아니 특별했다. 처음 이란으로 여행을 가기로 결정하였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 위험한 곳을 왜 가냐고 물었다. 걱정이 되어서 눈물까지 머금는 지인들도 있었다. 나 역시 그들의 말에 동의하듯 내심 여행 일정들이 걱정이 되었고 긴장도 많이 되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이란에 대해서 정확히 몰라서 오해를 했을 뿐이지 이란은 정말 안전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절하고 신사적이다.

그때 당시 스마트폰이 없었기 때문에 손수 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는 여행을 했었다. 어눌한 페르시아어를 외워가며 길을 묻고 밥을 사 먹었다. 관광하는 외국인들이 적기도 했지만 특히 동양인들을 처음 보는 이란 사람들이 많았기에 우리는 거의 동물원 원숭이처럼 매일매일 여행을 했어야 했다. 우리의 모든 말과 행동들이 감시를 당하는 기분이 들었고 그런 시선들이 날이 갈수록 나를 더욱 삐딱하게 만들었다. 내 눈도 적응을 했다는 듯이 어느 순간 그들을 경계하고 예민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불편한 벽을 허무는 것은 정말 간단했다. 오가는 몇 마디가 그 모든 오해를 부수고 안개를 걷게 만들었다. 아마 어린 마음에 반항심이라고 해야 할까? 근본 없는 용기라고 해야 할까? 그들을 향해 순간적으로 말이 터져나와버렸다.

" 와이 .... 루킹 엣미? " 그냥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들에게 따져보고 싶었고 그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불쑥 터져버린 내 속마음이 행여나 좋지 않을 결과를 만들 것 같아 바로 후회가 되긴 했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그들의 반응이 나를 더욱 더 용기를 내게 만들었다. 나의 영어실력도 문제지만 그들 역시 영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먼저 말을 걸어온 내가 반가웠는지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이 아까보다 더 반짝거리기 시작했고 알아들을 수 없는 페르시아어를 연발하기 시작했다. 대충 이야기는 우리가 중국인인지 일본인인지가 궁금하다는 질문이었던 것 같았다. 일단 우리가 한국인처럼 안보였다는 점에서 살짝 기분이 상했지만 그러려니 웃어 넘겼다. 짧은 영어를 주고 받다가 급기야 바디랭귀지와 그림 그리기까지 사용하며 우리는 서로에게 궁금한 것들을 주고 받으며 한참을 웃고 떠들었다. 이때 언어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깨지기도 했고 언어보다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와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 지 이때 많이 느꼈다. 그리고 어딜 가든지 사람들이 보일 때마다 먼저 말을 걸어 버리는 배짱까지 생겼고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과 금방 친구가 되었다. 일정에 따라 떠나야 할 때면 같이 아쉬워하고 진심으로 가족처럼 가까워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따뜻하게 대해주는 이들의 기억들이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지금도 나는 주변사람들이 이란에 대해서 물어올 때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아름다운 관광지와 멋진 자연경관을 보려면 다른 나라들이 훨씬 더 훌룡하고 멋질거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을 사귀고 싶고 가족과 같은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면 이란이 정답이다 " 라고 말이다. 이 여행을 마치고 몇 년 뒤 군대를 전역하고 휴학을 낸 뒤 이란으로 1년 간 어학연수를 떠났다. 단지 그때 스쳐 지나가듯 만난 사람들과 따뜻했던 기억 하나를 마음에 품고 말이다. 1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어났고 사건사고들이 있었지만 나는 언어만 배운 것이 아니라 사람의 관계를 더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대하는 시선들이 달라졌다. 이란에서 교제하고 만난 친구들 덕분에 친구라는 단순한 단어가 내게는 더 풍성해지고 깊어졌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이란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통해 겪었던 나의 성숙해진 감정과 기억들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고 멋진 곳을 다녀와도 그런 기억들은 금방 휘발해버리고 만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그냥 좋았다 이상으로 설명을 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주고 받은 감정과 시간들은 세월이 지나고 숙성이 될수록 더 선명해지고 향기가 오래 간다.

그래서 나는 그 어떤 나라들을 여행할 때보다 이란에서의 기억이 더 선명하고 짙다.
야채가게 청년 알리



한국을 사랑하는 이란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