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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필 Jan 31. 2018

질문이 해답보다
중요한 이유

브랜드 코칭

무(無) 컨셉이..... 말이 되나요?”


글로벌 IT 액세서리인 D브랜드를 이끄는 조진희(가명) 디자인 디렉터의 살짝 떨리는 목소리는 그녀가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조디렉터는 훌륭한 디자이너일 뿐만 아니라 모두들 알만한 브랜드를 성공시킨 브랜드 전문가다. 하지만 그녀는 박희준(가명) 대표와 브랜드 컨셉에 대해 갈등을 빚고 있고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무컨셉이 브랜드의 컨셉이라는 박대표의 의견을 조디렉터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말이 좋아 무컨셉이지 이는 일관성 없이 뜨는 트렌드면 무조건 따라 한다는 말이었다. 조디렉터에게 무컨셉은 유연한 컨셉이라기 보다는 무(無)계획, 무(無)책임, 무(無)개념적인 컨셉으로 해석될 뿐이었다. 


무컨셉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조디렉터는 지금 나에게 '브랜드 전문가인 당신이 박대표를 설득할 논리적 해답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해답을 달라는 그녀에게 오히려 질문을 하였다.


“브랜딩 교과서에도 없는 무컨셉을 박대표님은 왜 타당하다고 여기나요?”


무컨셉을 주장하는 박대표의 의견은 이렇다. 2013년 현재 애플 디자인은 IT업계의 대세다. D브랜드의 성공비결은 이런 트렌드를 잘 활용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애플이 대세지만 향후에 삼성 혹은 중국의 화웨이가 시장에서 뜨면 삼성이나 화웨이 같은 디자인을 만든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IT 시장에서 브랜드 컨셉을 고정시키는 것은 위험하다는 논리다. 


박대표의 의견을 조디렉터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세상에 일관성 없이 성공한 브랜드도 없지 않은가? 브랜드의 일관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조디렉터와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의 위험성 때문에 무컨셉을 주장하는 박대표 두 사람의 의견은 최근 들어 자주 충돌하였다. 두 사람의 논리는 타당해보이지만 그렇다고 게임의 양상이 팽팽한 것은 아니었다. 직급이 위인 박대표의 의견에 따라 무컨셉의 제품이 만들어지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조디렉터로써는 참을 수 없었고 게임에서 이길 수 없었던 그녀는 외부 전문가의 파워를 빌리고자 나와 마주한 것이다. 나 또한 조디렉터와 같이 브랜드의 일관성을 신념처럼 믿었기 박대표의 의견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무컨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적이 좋은  D 브랜드의 성장세가 나에게 의문을 던졌다. 예를 들어 애플을 따라 하는 D브랜드의 전략은 경쟁 브랜드도 잘 알고 있으며 또한 실행하는 전략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경멸하는 전략을 왜 유독 D브랜드만 성공적으로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였다. 왜냐면 D브랜드의 실적이 독보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해답을 재촉하는 그녀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또다시 해답 대신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애플을 따라한 많은 업체 중에 왜 D 브랜드의 성공만 독보적일까요? 혹시 따라 하더라도 경쟁사와 다른 점이 있을까요?”


이제껏 회의실에는 두 사람밖에 없었지만 우리의 대화는 유리 밖 사람들의 시선을 끌 정도로 시끄러웠다. 그러나 나의 두 번째 질문에 격한 소리가 차지했던 회의실의 주인은 금세 정적으로 바뀌었다. 잠시 후 그녀는 조심스럽지만 진지하게 말한다. 


“우리 브랜드는 애플을 단순히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음… 애플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애플을 사랑한다…. 다소 낭만적인 그녀의 답변에는 스토리가 있었다. 월드컵이 열리면 사람들은 잠도 자지 않고 새벽까지 거리에서 응원하는 것처럼 애플에서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면 D브랜드의 대표와 소수의 개발자는 밤을 새우고 이제는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을 시청한다는 것이다. 나도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박지성과 스티브 잡스, 나아가 축구와 애플은 엄연히 다르지 않은가? 어떻게 D브랜드는 축구와 애플을 같다고 생각하는지 호기심이 생겼고 이 호기심이 나의 세 번째 질문을 이끌었다.  


“다음 날 출근해서 녹화된 영상을 유튜브로 보면 될 텐데 왜 굳이 새벽에 보았나요?”  


D 브랜드에게 스티브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은 월드컵 거리 응원처럼 흥분되는 행사다. (이미지출처: 중앙일보)


조디렉터에 의하면 D브랜드에는 애플을 연구하는 문화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단순한 제조 기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핸드폰 사이즈만 제대로 안다고
핸드폰 케이스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새로 나온 아이폰의 개발 배경을 이해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소재, 디자인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기능들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되었는지 총체적으로 이해해야 단순한 케이스도 아이폰에 어울릴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즐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월드컵 보듯 잡스의 새벽 프레젠테이션을 보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D 브랜드는 단순히 케이스를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애플이 어떤 브랜드인지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조디렉터의 말대로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야기를 하면서  D브랜드의 스토리에 매료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이야기를 하는 조디렉터의 목소리는 여전히 살짝 떨리고 있었지만 그 이유는 아까와는 전혀 다르다. 


“이제 대표님이... 왜 무컨셉이라고 이야기하는지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 무컨셉이 아니라 애플을 더 애플답게, 삼성을 더 삼성답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컨셉인 것 같아요.”


그녀는 더 이상 나의 코칭이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해답을 요구하는 조디렉터에게 해답이 아니라 세 개의 질문을 던졌고 다소 감정이 격하였지만 스마트한 그녀는 스스로 좋은 해답을 얻었다. 


문제가 닥치면 해답을 얻기 위해 해답을 찾지 말라! 좋은 질문이 좋은 해답을 이끈다. 그것이 문제 해결의 원리이다. 반면 거꾸로 해답을 먼저 찾는 사고방식은 우리의 창의성을 막고 우리를 편협하게 만든다. 


세상에 질문 없이 존재하는 해답은 없다.


그리고 그런 질문은 주로 “왜”라는 질문과 관련되어 있다.


“왜 OO 할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질문은 해답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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