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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필 Mar 09. 2018

안경선배의 안경을 쓰면 컬링을 잘할 수 있을까?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이해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게임의 룰조차 생소한 컬링에 빠져 있다. 무엇보다 안경 너머 무표정한 표정으로 게임을 지배한 팀킴(Team Kim)의 김은정 선수가 이슈다. 그녀의 대표 이미지가 된 안경은 열광한 국민들로 하여금 안경선배라는 애칭을 선물하고, 그녀의 안경은 어느새 핫 아이템이 되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수많은 연아 키즈가 아이스 링크에 몰려온 것처럼, 2018년에는 아이들이 피겨가 아닌 빗자루(?)를 들고 아이스링크에 몰려나올 것 같다. 우리는 안경 선배의 안경이 컬링의 대표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안경선배의 안경을 낀다고 안경선배처럼 컬링을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브랜드 현장에서도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브랜드 이미지를 좋게 하면 브랜드가 좋아질까?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나는 브랜드 이미지를 좋게 하면 브랜드가 좋아진다는 말이 금테 안경에 검정 터틀넥을 입으면 스티브 잡스처럼 프레젠테이션할 수 있다는 말처럼 어색하다.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이긴 하지만 브랜드의 외형을 다루는 브랜드 이미지가 마치 브랜드의 핵심적 요건이 되어버린 이유는 브랜드 그루(guru, 위대한 스승)인 데이비드 아커의 이론에 기인한다.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3~1716)은 고전 물리학 아니 사실상 근대 과학을 완성하였다. 그의 업적이 너무도 어마어마하여 당대 과학자들은 더 이상 큰 과학적 발견은 없을 것으로 믿었을 정도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하스 경영대학에서 오랜 기간 연구한 데이비드 아커 (David A. Aaker) 교수는 아마도 브랜드계의 뉴턴이라 칭할 만하다. 


아커의 출현 이전부터 브랜드는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이 있었지만 브랜드에 대한 연구가 늦어 한동안 기업은 자신이 만든 브랜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브랜드의 원리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사실 원리를 아는 것은 원리를 통해 얻어낸 결과보다 중요하다. 화학(chemistry)의 원리를 알지 못하는 연금술사(al-chemist)들은 화학의 문을 열고 다양한 화학적 성과를 이루었지만 그들은 화학자(chemist)가 아닌 마술을 부리는 주술사일 뿐이었다. 마찬가지로 아커 이전의 마케터들 또한 그저 성공한 연금술사일 뿐이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아커는 마치 과학자가 물질의 구성을 분자와 원자 단위로 쪼개어 그 관계를 해석하듯 브랜드의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였다. 아커의 브랜드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분석으로 마케터들은 드디어 브랜드를 통제 불가능한 주술이 아니라 통제 가능한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왔다.  



그렇다면 아커는 브랜드 이미지를 어떻게 활용했을까?  


모든 브랜딩 활동이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정렬된다는 것을 안다면, 브랜드의 핵심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수립하는 것이다. 아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브랜드 전략가가 창조, 유지하고자 하는  '브랜드 연상'(현장에서는 '브랜드 연상 이미지'로 통용됨)의 묶음이라고 정의한다. ‘브랜드 연상 이미지’란 고객에게 “OO 브랜드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얻을 수 있는 답이다. 즉 브랜드 연상 이미지란 간단히 고객이 가진 브랜드 이미지다. 아커의 명성을 감안한다면 선도적인 브랜드 컨설턴트들과 브랜드 매니저들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좋은 브랜드 이미지의 조합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브랜딩이란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이해되는 것이 일반적 추세였다.


예를 들어 당신이 브랜드에 문제가 있어 브랜드 컨설턴트를 찾는다면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브랜드 이미지가 문제군요.” 


어떻게 하면 되냐는 당신의 물음에 그들은 의기양양하게 간단히 3단계만 거치면 3개월 안에 해결된다고 말한다.  


(1) 고객이 생각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명확히 조사하고 

(2) 조사한 브랜드 이미지를 이상적으로 조합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사실상 브랜드 이미지)를 정의 한 후 

(3) 브랜드 아이덴티티(새로운 브랜드 이미지)가 시각적, 언어적으로 잘 전달되도록 한다.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회색 브랜드 이미지를 빨강색 브랜드 이미지로 바꾸는 과정이 브랜딩일까?


브랜드 이미지 조사로 시작한 브랜드 컨설팅 프로세스의 마무리는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로고, 심벌, 제품 포장과 같은 디자인을 제안하는 Visual Branding (시각 브랜딩)과 청각적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름, 슬로건, 스토리처럼 말과 글로 만들어낸 Verbal branding(언어 브랜딩)으로 마무리된다. 


마침내 '브랜드 아이덴티티 수립이란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는 과정'으로 브랜드 컨설턴트에 의해 점점 공고해지고 이제는 상식이 되었다. 누구나 믿는 상식이 영원할 것 같지만 상식이란 유통기한이 있는 사실일 뿐이다. 뉴턴의 고전 물리학도 아인슈타인과 같은 현대 물리학에 의해 부정되었듯이 아커의 이론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다름 아닌 일반 경영자들이다.  


“브랜딩이란 결국 사업(브랜드)의 이미지를 바꾸는 기술이 군요. 좋은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경영자들은 점잖게 아커의 이론을 잘 들었다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아커라는 양반이 브랜드 전문가일지는 모르겠지만  비즈니스의 본질을 모르는구먼. 이미지가 어떻게 사업(브랜드)을 본질적으로 바꾼다고 믿는지…” 


경영자들에게 '브랜드의 핵심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브랜드 이미지의 조합이다'라는 주장은 마치 뒤에서 출발한 달리는  아킬레스가 느린 거북이를 이기기 어렵다는 수학자 제논의 역설처럼 어색하다. 경영자들에게 아커의 이론은 논리적으로 반박하기도 어렵지만 그 이론을 믿기는 더 어려운 것이다. 

제논의 주장을 이론적으로 반박하기도 어렵지만, 믿기는 더 어렵다.

경영자들이 브랜드 이미지 중심의 브랜드 논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브랜드를 아커가 아니라 애플(apple)을 만든 스티브 잡스(Steve Jobs)를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아커가 컨설턴트의 브랜드 스승이라면
잡스는 경영자들의 브랜드 스승이다! 


그들에게 브랜드란 애플이고 브랜딩이란 애플처럼 하는 것이며 브랜드 매니저가 하는 일이란 스티브 잡스처럼 일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들이 애플에 관심을 갖은것은 단지 애플이 멋진 디자인이나 잡스의 화려한 프레젠테이션 그리고 멋진 광고와 같은 좋은 ‘브랜드 이미지’때문이 아니다. 아이폰을 직접 써 보았더니 애플이라는 브랜드, 구체적으로는 제품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는 애플이라는 제품이 만들어낸 부산물이지 핵심이 아니다.  


잡스의 사망 이후 애플이 위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브랜드 이미지의 위기가 아니라 제품의 위기다. 추락한 애플의 브랜드 이미지는 브랜드 이미지의 변화가 아니라 제품의 변화로써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애플을 사용하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현실에서 경영자들은 브랜드의 핵심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활용하여 브랜딩을 할까? 


경영자들들은 고전적 마케팅 개념이 더 현실적이라고 믿는다. 본질적으로 마케팅에서는 고객은 필요를 채우거나 혹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제품(브랜드)을 구매한다고 생각한다. 


주부들 사이에서 명품 가전으로 불리는 다이슨(Dyson)의 미션은  '사람들이 관심 갖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영국의 스티브 잡스라고 불리는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이 만든 다이슨(Dyson)은 날개 없는 선풍기,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와 같은 혁신적 기술력과 함께 뛰어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다이슨이 기술력과 디자인보다 더 관심을 갖는 것은 창업자의 말처럼 (집안에서 일어나는) 고객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래 사진은 다이슨의 대표상품인 무선청소기다. 같이 생각해보자.  


"거실에 놓인 다이슨은 고객(집안에 있는 주부)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선 청소기를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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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청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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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 무선 청소기가 ‘먼지 청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라면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은 이렇게 말할 것 같다.  


“먼지 청소는 경쟁 브랜드의 청소기도 잘하는 일입니다. 제가 말했듯이 다이슨은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문제를 해결한다고요.”  


다이슨의 무선 청소기는 먼지 제거를 넘어선 좀 다른 문제를 해결한다. 우리는 때때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구를 쓰면 문제는 해결되지만, 도구가 또 다른 문제를 낳는 것을 경험한다.  청소를 해본 사람은 안다. 청소 자체보다 청소의 전후 과정이 더 힘들다는 것을. 청소 과정은 의외로 복잡하다. 주부는 아파트 다용도실로 가 무거운 청소기를 가져와서 전기코드를 꼽는다. 비로소 먼지 청소가 시작되지만  짧은 전기 선으로 청소는 중단된다. 주부는 다시 전기 선을 꼽고 먼지 청소를 마치면 청소기를 끈다. 청소기를 끈다고 청소가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무거운 청소기를 들고 청소기가 원래 있었던 다용도실에 갔다 둔다. 주부들은 사실상 먼지가 보이는 매 순간 청소를 하기 원하지만 청소 전후 과정이 불편해 그들이 원하는 만큼 청소할 수 없다는 문제를 다이슨은 발견한다.  


이때 다이슨은 혁신적인 생각을 한다. ‘청소기 위치를 창고나 아파트 베란다에서 거실이나 주방으로 옮기고 전기 코드를 제거한다.’ 그들의 멋진 솔루션을 더 완벽히 실행하기 위해 다이슨은 거실에 놓인 TV에도 뒤지지 않을 만한 멋진 디자인을 청소기에 입힌다. 거실에 어울리는 무선 청소기를 만들어 주부들은 더 이상 청소를 위해 셔틀콕처럼 왔다 갔다 하거나 전기 선을 이리저리 꼽는 복잡한 청소 과정을 3 단계로 줄인다. 


(1)   거실 TV 옆 충전기에 놓인 청소기를 든다. 

(2)   무선 청소기로 어디든 편리하게 청소하고 

(3)   다시 거실 TV 옆 충전기에 꽂아두면 자동 충전된다.   


다이슨은 청소 전후의 과정 자체를 제거하여 주부들의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였다. 다이슨의 고객이 “다이슨하면 무엇이 떠오십니까?”라는 질문에 멋진 디자인과 혁신적 기술력이라고 답하였다고 이것이 브랜드의 본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이슨 청소기 브랜드의 본질은 고객이 가진 청소 문제를 세심히 찾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구체적인 제품으로 제안하였다는 사실이다.  


당신이 아커가 꿈꾸는 이상적인 브랜드가 아니라 다이슨이나 애플과 같은 현실의 브랜드를 만들고자 한다면 브랜드의 핵심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좋은 브랜드 이미지의 조합이 아니라 좋은 해결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좋은 브랜드 이미지는 좋은 해결책을 따라오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브랜드에 문제가 있어 나에게 찾아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점검해 달라고 한다면 나는 당신에게 이렇게 물을 것이다.


당신의 고객은 어떤 문제를 갖고 있으며, 당신의 브랜드는 고객에게 어떤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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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사진 이미지 출처: www.pyeongchang2018.com

참고 도서: 아커, 켈러, 캐퍼러 브랜드 워크숍 (Aaker, Keller, Kapferer Brand Workshop)/윤경구/유나이티드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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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브랜드, 상품기획 컨설팅: 02-517-1984

브랜드, 상품기획 교육: https://unitasclass.modoo.at/?link=6ep6wj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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