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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필 Mar 18. 2022

워케이션

기업이 아닌 근로자가 장소를 선택하는 시대

누구나 대기업에 입사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대기업은 높은 취업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MZ세대의 퇴사로 속앓이하고 있다. 기업의 인재들이 미련 없이 퇴사하는 현상은 대기업을 넘어 중소기업과 이제 막 창업한 스타트업까지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늘날 기업이 대전환의 위기에서 밖으로는 디지털 전환 등 생존 전략을 짜기에도 버거운데 안으로는 기업을 지탱할 인재의 유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업이 대전환의 위기 극복을 위해 인재의 도움 없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감안 한다면 특히 재능 있는 젊은 MZ세대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더 없이 중요해졌다. 그러다 보니인재 영입은 기업의 인사담당자뿐 아니라 CEO와 팀장의주요 업무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새로운 인재영입은 커녕 자사 인재를 지키기에도 급급하다. 도대체 어떻게 인재를 유지하고 영입할 수 있을까?

야놀자 직원이 워케이션중 강원도의 멋진 전경을 바라보고 있다. 출처: 야놀자 블로그

높은 연봉은 인재를 지키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이 방법은 경쟁이 심한 레드오션 시장에서 더 높은성과를 내는 데 기여하지 못하고 현재의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광고비를 퍼붓는 치킨게임만큼이나 부질없다. 『삼국지』의 유비가 자신이 죽은 후에도 제갈공명을곁에 둘 수 있었던 것은 높은 연봉이 아니라 마음 때문이었다는 사실은 고대로부터 내려온 조직 관리의 지혜이자진리이다.


워케이션workation은 워크work+베이케이션vacation의 합성어로 휴가지에서 업무를 보고 휴식을 즐기는 새로운 근무 형태다. 워케이션은 기업이 직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돈이 많은 기업이라고 쉽게 실행할 수 있는 제도는 아니다. 과학적 관리법(테일러 시스템)의 창시자로 현대 기업 관리의 표준을 세운 프레더릭테일러Frederick Winslow Taylor에 의하면 기업에서 개인은 관리의 대상이지 신뢰의 대상이 아니다. 그는 노동자들이 일하는 방법을 분석하여 효율적인 작업 방법을 고안한 후 모두에게 같은작업을 지시하고 따르게 함으로써 성과를 냈다. 기업은 대량생산 시대에 테일러의 유산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다. 반면 현대는 창의성이 중요한 시대다. 지금의 기업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경영 패러다임으로 전환지는 오래되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사제도와 업무제도는 여전히 미흡하다.


워케이션은 기업과 개인이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기업철학에서 꽃피운다. 서로 보이지 않지만 성실히 자유롭게 업무를 수행한다는 믿음에서 워케이션은 출발한다.


MZ세대의 퇴사로 고민하는 기업에게

기업의 CEO나 인사담당자 또는 기업 현장의 중추인 팀장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하고 싶다. “당신의 직원을 신

뢰하는가?” 만약 이 질문에 대답하기 망설여진다면 이 책을 덮기 권한다. 만약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하는 데주저함이 없다면 이 책에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워케이션은 사무실 이외의 장소에서 근무하는 원격근무remote work의 한 형태다. 대표적인 원격근무로는 코로나19 이후 우리에게 익숙한 재택근무를 들 수 있는데, 워케이션은 휴가지에서 일하는 재택근무라고도 할 수 있다.우리에게는 낯설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시공간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일하는 전 세계 디지털 노마드들은 최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장소를 스스로 선택하여 일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뉴욕이나 런던과 같은 활기찬 대도시에서 일하고 있고 또 어떤 이들은 자연에서 힐링할 수 있는 동남아나 중남미의 리조트에서 일하고 있다. 리조트에서 일한다고 그들이 놀며 일하는 것이라고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들은 창의적인 업무 성과를 내고 관련 업계의 강력한 네트워킹이 필요한 자신들의 목적에 맞는 최적의 장소를 선택한 것뿐이다.

일본 워케이션은 향후 5배 성장이 예상된다. 단위: 억엔. 출처: 야노경제연구소

디지털 노마드의 전유물이었던 유럽과 북미에서 시작된 워케이션이 일본을 거처 국내에 빠르게 상륙하고 있다. 과거 전사적 자원 관리ERP, 균형성과평가제도BSC, 디지털 전환DX, 주 5일제, 유연근무제 등 새로운 시스템이나제도가 기업에 도입될 때마다 이를 막는 장애물이 늘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라는 강력한 조력자(?)가 워케이션의 장애물을 미리 제거해버렸다.


워케이션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사무실을 벗어나 일하는 원격근무가 보편화되어야 한다. 의도하지도 예상하지도 않았지만 2020년 이후 코로나19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 모든 기업을 강제로 재택근무를 하게 만들었다. 이제재택근무는 글로벌 트렌드를 넘어 글로벌 뉴노멀New Normal이되었다. 일부 기업 관리자들의 재택근무 효율성에 대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장인들은 사무실로 돌아갈 의향이 전혀 없다. 직장인들은 사라진 출퇴근 시간으로 얻은 시간적 여유와 간섭이 적은 편안한 업무 환경에 이미 길들여졌다. 이제 좋은 직장의 기준을 원격근무 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로 판단하는 것은 국내를 넘어 글 로벌 현상이 되어버렸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전 세계 1 만 2,500명의 직장인에게 문의한 결과 64%가 코로나19 이후에도 원격근무를 희망했고 응답자의 30%는 기업이 사무실 근무를 고집하면 이직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 전세계 직장인 30%, 재택근무가 없으면 이직을 고려


이런 응답률은 교육·소득 수준과는 비례하고 연령과는반비례한다. 즉 글로벌 기업 현장에서 높은 연봉을 요구하는 고학력의 재능 있는 젊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원격근무라는 환경 제공이 필수다. 원격근무를 매개로 하는 인재의 확보와 영입은 국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창의적 업무 환경이 중요한 야놀자와 토스 같은 유니콘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CJ ENM과 한화생명 등 대기업도 워케이션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그 이유는 워케이션을 경험한 MZ세대 직장 인의 피드백을 들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우리 회사 최고예요.”

“대표님 사랑해요!”

“창의적인 업무를 할 때 좋아요!”


솔직해보자. 당신이 기업의 경영자라면 이런 호응이나호감도를 얻은 적이 있는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MZ세대에게 워케이션은 회사를 사랑하게 만들고 기업에게는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업무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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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소식을 전합니다."

국내최초 워케이션에 관한 서적을 3월에 출간하였습니다. 최근 2년간 관광과 기업 전략 컨설팅을 하면서 기업에서는 MZ세대에 대한 이해와 갈등을 접하였고 관광업계와 지자체에서는 워케이션이 새롭게 도입되는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워케이션은 기업 인재확보와 코로나로 침체된 관광업계와 지역을 살릴 수 있는 모두를 위한 ESG 실천 전략입니다. 위의 글은 책의 서문이며 컨설팅을 하면서 현장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기업, 관광업계, 지자체가 어떻게 워케이션을 준비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좀더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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