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필 Apr 11. 2018

상품기획의 목표는 뭘까?

상품기획 컨설팅

“이 스마트폰에는 카메라가 세 개나 있어요.”


건너편 테이블에 마주한 상품기획자('개발자'가 맞는 표현이지만 독자에게 익숙한 '상품 기획자'로 표기함)는 자신이 준비 중인 신규 상품의 컨셉을 명확히 답변하였지만, 그의 답변은 두 가지 면에서 놀라웠다. 첫째는 두 개의 카메라가 일반적이었던 상황에서 카메라가 세 개나 있었다는 점이 흥미로왔다. 두 번째는 오늘의 주제이기도 한데 그는 나의 질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이다. 


“말씀하신 답변은 '제품 특징은 무엇(what)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 아닐까요?”

“제 질문은 ‘고객이 당신의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이유(why)는 무엇인가?’입니다.”


“결국 같은 질문 아닌가요?” 상품기획자는 오히려 자신의 답을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눈치다.


이 혼란스러운 대화를 정리해 보자. 제품을 일종의 사건이라고 가정한다면, 나는 사건의 Why(왜)를 물었지만 상품기획자는 나의 질문을 What(무엇)이라고 오해하고 있다. 그는 언어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현실에서 what(무엇)과 why(왜)는 사실상 같은 질문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나는 '감기'라는 병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의사가 '높은 열'이라는 답변을 하는 꼴이다. '높은 열'은 감기의 원인(why)이 아니라 특징(what)일 뿐이다.


무엇(what)이 제품의 특징인가?  
vs.
왜(why) 제품을 구매하여야 하는가?


당신은 두 개의 질문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초등학생도 무엇(what)과 왜(why)는 엄연히 다른 질문이라는 것을 알지만 상품개발 현장에선 종종 같은 질문이라고 여긴다.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날까? 리딩 스마트폰 제조사의 일류 상품기획자가 언어를 몰라서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문제는 언어가 아니라 세계관의 차이 때문이다. 상품기획 현장에서 마케터와 상품기획자는 상품을 인식하는 관점의 차이로 둘은 때때로 간단한 질의응답조차 진행하기 어렵다. 그래서 상품기획 컨설팅 초반에 마케터로서 나는 상품기획자가 어떤 세계관을 갖고 상품을 개발하는지 파악하는데 신중을 기한다.


상품기획 컨설팅을 위해 상대의 답변을 듣기에도 바쁜 인터뷰 시간은 어느새 나의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 설명하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나는 이제 상대의 의견을 묻는 질문자에서 나의 의견을 말하는 답변자가 되었다.


“여기 50만 원짜리 몽블랑(Mont Blanc) 펜이 있습니다. ‘이 제품의 특징은 뭘까요?’ 아시다시피 멋진 필기감입니다. 더불어 좋은 소재로 정교하게 만들어 10년 가까이 써도 새것 같은 내구성이 장점입니다.”


상품기획자는 나의 의견에 대한 첫 번째 동의를 살짝 끄덕이는 고개로 표한다.


“성공한 보험설계사가 몽블랑을 구매한 이유는 계약서를 더 빨리 작성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500원짜리 볼펜보다 100배 비싸다고 100배 더 빨리 글씨를 쓸 수는 없습니다. 그런 기능이 있다 하더라도 보험설계사가 그런 볼펜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죠. 보험설계사는 몽블랑 볼펜이 영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구매합니다.”


보험설계사가 몽블랑을 쓰는 이유는 빠른 문서 작성이 아니라 영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야 의자에 붙어 있던 상품기획자의 등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드디어 내가 기대한 반응이 나온 것이다.


“비싼 명품 몽블랑 펜은 성공한 비즈니 맨의 상징이기에 많은 계약을 성공시킨 성공한 보험설계사라는 인식을 도와줍니다. 몽블랑 펜은 보험을 계약하려는 고객에게 일종의 신뢰감을 주는 효과가 있죠. 그것이 보험설계사가 몽블랑을 구매하는 이유입니다.”


보험설계사가
몽블랑 펜을 구매하는 것은
더 많은 계약서의 작성이 아니라
더 많은 계약의 달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나의 설명에 그의 몸은 관심을 가졌지만… 그의 머리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할 수 없다 좀 더 설명하는 수밖에. 나는 계속 예를 들어 설명을 한다.


루이뷔통 가방을 구매하는 고객은 가죽이 좋아서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스타벅스는 좋은 커피가 아니라 제3의 공간을 판매한다.
이케아는 좋은 침대가 아니라 좋은 침실을 판매한다.


몇 개의 사례를 더 설명하자 결국 상품기획자는 마침내 내가 원했던 답변을 한다.


“아하~ 고객이 몽블랑의 특징인 필기감이 아니라 영업 때문에 구입하는 것처럼, 카메라 3개가 달린 스마트 폰의 특징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 카메라 3개가 달린 스마트폰의 구매 이유를 알고 싶은 것이란 말씀이죠? 결국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느냐는 것인가요?”


“이제 인터뷰 준비가 된 것 같군요.”


20분이 지나서야 그는 나의 첫 번째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게 되었고 인터뷰는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었다. 

 



고객은 드릴이 아니라 구멍을 구매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상품기획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상품기획의 목적은
좋은 제품이 아니라
좋은 구매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신상품, 신서비스, UX나 컨셉 기획 컨설팅을 위해 상품기획자와 인터뷰를 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상품기획자는 상품기획을 좋은 상품을 만드는 과정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좋은 상품이 고객에게 구매 이유를 제안하지 못하면 팔리지 않는 상품이 된다. 좋은 상품을 넘어 멋진 상품을 만들려는 상품기획자의 욕구로 인해 그들은 최신 트렌드와 기술력을 반영한 멋진 발명품을 만든다.  그러나 고객은 좋은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나아가 욕망하는 것을 구매한다. 좋은 상품이 좋은 판매를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 마케터에게 상품은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수단이다. 최종 목적지는 고객이 얻는 기쁨, 만족, 또는 어려운 문제 해결과 같은 고객 가치(Customer Value)이다. 그래서 아무리 멋진 상품이라도 그것이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약속할 것인지에 대한 적절한 구매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당신이 상품기획자라면 이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상품기획자가 개발해야 하는 것은 좋은 상품이 아니라 좋은 구매 이유입니다."


그래서 상품기획 컨설팅을 할 때면 나는 늘 상품기획자에게 이렇게 묻는다.  

 

“고객이 당신의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_

참고: 배경 이미지는 글 내용과 관계 없음

_

문의

브랜드, 상품기획 컨설팅: 02-517-1984

브랜드, 상품기획 교육: https://unitasclass.modoo.at/?link=6ep6wjzz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