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호수가 다 내것이다. 눈에 닿는 숲이 전부 내 집이다.
핀란드 Pertuunma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상당히 현대적인 숙소건물에, 사우나/그릴 하우스가 따로 딸려있고, 온욕용 야외욕탕과 작은 배 두척까지 딸려있는 완벽한 곳!
핀란드에 사는 친구 커플 덕분에 이제 연례 행사가 되려고 하는 핀란드 버섯 바캉스...
다른 이야기를 전부 빼고 버섯얘기만 중점적으로 해보려고 한다 (?)
모든 일기예보를 꺾고, 숲은 쨍쨍한 햇살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도착하자마자 집 뒤뜰에서 마리가 소리를 질렀다.
숲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그물버섯의 일종인 Sommersteinpilz를 발견한 것이다! (한국에 없는 종은 독일어로 표기함. 학명 Boletus reticulatus)
책에서만 보고 한번도 필드에서는 만나지 못했는데, 숙소 마당에 덩그러니 있어서 너무 흥분했다.
내가 가지고 다니는 책에서는 "최고급 식용버섯"으로 분류가 되어있다.
이번 여행을 위해서 버섯칼을 샀다. 날이 굽어 있어서 버섯을 자르거나 다듬기에 적합하고, 멧돼지털로 된 솔이 뒤에 달려있어서 흙이나 벌레를 털어내기 좋다.
찾은 버섯은 바로 종류를 확인하고, 의심스럽거나 상한 것은 폐기한다.
버섯은 한순간의 실수로 큰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약간만 미심쩍어도 버린다.
독일에서 제일 좋은 버섯으로 치는 Steinpilz(Boletus edulis)를 집 근처에서 잔뜩 땄다.
숙소에서 대충 짐만 풀어놓고 쫑쫑쫑 숲으로 기어들어갔다. 한 10분 정도 걸은 것 같은데, 눈앞에 노란 것들이 보였다. 꾀꼬리버섯(살구버섯)이다. 핀란드의 가을에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식용버섯이다. 전부 채취.
유럽 전역에서 대단히 많이 나기 때문에, 8월 중순부터 수퍼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대체로 동유럽 숲에서 채취한 것)
다음날은 호수 건너편에 있는 섬(반도?)를 탐험하러 가보기로 했다. 배 두 대에 나누어 타고, 영국에서 온 두명은 맨몸으로(!) 물을 건넜다. 4-500미터는 되는 것 같은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노는 마리가 주로 마리가 저었다. 대부분의 일에서 나보다 뛰어나지만, 몸을 쓰는 일은 거의 100% 뛰어나다...
배에서 숙소를 바라보았다. 앞에 보이는 건물은 사실 사우나 하우스고, 그 뒤에 큰 건물이 집이다.
호수바닥은 진흙으로 이루어져있어서 발이 닿으면 좀 미끄덩하다.
깊이는 0.5에서 9미터까지 되는데, 얕은 곳에서 보면 진흙때문에 갈색이 돈다.
건너편 신대륙(...)에서 예쁜 녀석을 만났다.
광대버섯 (Amanita muscaria)이다.
숲에서 만날 수 있는 버섯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에 속하지만,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강한 환각효과를 가진 독버섯이다.
먹으면 광대가 되기 때문에 이름이 광대버섯이다.. 독일어로는 Fliegenpilz비행버섯이라고 하는데, 먹으면 날아가기(...) 때문이다.
먹고서 죽었다는 기록은 참고로 없다. 여러 문화권에서 전통적으로 환각제로 사용되었다. 다만 환각과 함께 강한 구토, 복통, 설사 등을 동반하니 먹어보지 않는 편이 좋을듯.
좀 나이가 있는 Steinpilz(Boletus Edulis)으로 보인다. 독일어명을 번역하면 돌버섯, 다른 이름으로는 왕버섯Herrenpilz, 귀한버섯Edelpilz 라는 이름이 붙는다. 이름만 보아도 알겠지만 독일에서 가장 귀하게 여기는 버섯이다.
조금 어린 상태에서는 이런 모습이다. 살이 매우 단단하고 짙은 향이 일품이다. 전나무 숲에서 자란다.
우리가 발견한 섬(...)은 돌버섯 판이었다. 짱짱한 녀석들이 잔뜩 있었다. 나는 매우 흥분했다.
숲이 깊고, 숲이 짙다.
이름 모를 (찾아보기 귀찮은) 버섯 #1
이름 모를 목질 버섯 #2
이름 모를 버섯 #3
이름 모를 버섯들 #4~#17
책이나 레스토랑에서만 보던 최고급 버섯이 숲에 마구 널려있으니까 기쁨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금맥을 찾은 광부의 느낌이랄까.
버섯을 따면서 블루베리도 같이 수확했다. 이상하게 섬에는 블루베리 덤불은 무성한데 열매가 별로 달리지 않았다. 최고의 버섯들을 얻었으니 불평하지 않았다.
돌아오자마자 책을 들고 버섯을 확실히 분류하고, 미심쩍은 것들은 풀숲에 던져버린다.
잘못하면 순식간에 삼신할매 만날 수 있는게 버섯 세계기 때문에, 조금만 의심이 들어도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나서 버섯을 손질한다.
버섯은 인간이 먹으라고 자라는게 아니기 때문에, 항상 다른 아이들이 같이 들어있다.
(주로 곤충 유충이나 민달팽이, 다족류가 발견된다)
매우 어리고 싱싱한 버섯이 아니라면, 벌레 한두마리 정도는 보통일이다. 너무 많으면 물론 풀숲행.
사진에서 가장 아래에 보이는 버섯은 분별이 안되어서, 역시 풀숲행.
하루에 먹을 수 있는 양을 넘어선 수확을 했다면 저장에 들어가야 한다.
가장 클래식한 방식은 역시 건조다.
저만큼이면 싯가로 20유로 정도 되는 것 같다.
저렇게 햇볕에서 말렸더니 저녁때쯤 매우 많은 버섯친구들 (절지류)가 달려왔기 때문에
결국 사우나에서 높은 온도로 밤새 말렸다.
버섯을 찾는 다족류 친구들도 사라지고, 걱정도 사라졌다.
제일 좋은 버섯은 물론 바로 저녁에 구워먹었습니다.
고기보다 맛있는 버섯...
마찬가지로 섬의 선착장 근처에서 본 늙은 광대버섯.
이렇게 곱게 늙고 싶다.
지금까지 버섯 찾으러 다니면서 본 것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
독버섯 식용버섯 통틀어서 1위.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얻었을까
숲에는 블루베리 외에도 링곤베리(독일어명 Preiselbeer)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올해는 시기가 좀 일러서 아직 설익은 녀석들이 많았다.
다음날은 송이버섯을 찾아보겠다고 소나무 숲을 찾아나섰는데, 예상대로 한개도 못 봤다.
늙어서 황혼기에 들어선 Maronenpilz밤버섯. 역시 그물버섯의 일종이다. 유명한 식용버섯인데, 나는 맛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북구 특유의 흰색 이끼와 고산시대 식물들이 폭발하듯이 아름다움을 뿌리고 있다.
늪에 가까운 지대도 마구 통과해가면서 송이를 찾았으나..
소나무들은 무성했지만, 송이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송이 전문가 외할아버지가 "눈 앞에 있어도 모른다'고 하셨으니, 실제로는 많았는데 한개도 못봇 것일 수도.
자일리톨 때문에 핀란드의 상징이 된 자작나무. 자작나무는 땔감으로 매우 좋다. 저 흰색 껍질이 마치 종이와 같아서 최고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그 질감과 화력을 모두 좋아한다.
자작나무숲 속 다 무너져가는 건물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 뭐하는 사람일까?
수상한 집 앞에서 꽃을 꺾었다
수상한 사람이 심어둔 것일까? 적어도 수상한 사람이 자라도록 방치해둔 것이 틀림없다.
사진은 없지만 수상한 마당에서 까치밥나무열매(Johannisbeer)를 좀 서리했다.
흰색, 붉은색, 검은색 종류가 다 자라고 있었다. 맛있다.
다음날은 근처의 국립공원으로 갔다. 날씨가 살짝 불안하다.
한국~핀란드~영국인 자윤과 함께 입구의 여우 옆에서 괴이한 포즈를 취해보았다. (잘보면 버섯통 들고 있는 왼손으로도 여우를 만들었음)
국립공원의 숲은 훌륭한 블루베리로 가득했다. 이날 8명이 미친듯이 채집하여 5리터 가량의 수확량을 달성했다. 구소련이었다면 노동영웅 같은 칭호를 받았을거 같다.
숲이 깊고 향이 짙었다. 색도 짙게 하기 위해서 카메라의 채도 세팅을 1 올렸다.
너무나 푹신해보여서 발을 들였더니 습지였다. 거의 늪에 가깝다.
누워서 자고 싶은 생각이 드는 푹신한 이끼.
아마도 Gallenröhrling이라고 생각되는 버섯. 돌버섯을 닮았으나 극도로 쓴맛이 난다. 독은 없음.
작년에 송이를 발견한 곳에서 송이를 보진 못했지만, 작년과 같은 곳에서 이녀석을 발견했다.
독일에서는 가을트럼펫(Herbsttrompete)나 망자의 트럼펫(Totentrompete)라고 부른다.
(학명 Craterellus cornucopioides)
좀 무섭게 생겼지만 매우 귀하고 향기로운 식용버섯이다.
독일에서는 멸종위기 등급이 붙어있으나, 숲천국 핀란드에서는 그런거 없음.
이끼 가득한 숲에 있으면 나무들이 기둥이 되어 하늘을 가리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뒤를 돌아서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숲에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