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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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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나 Jul 17. 2019

나른한 오후, 유튜브보다 재밌는 라디오로 놀러 와!

  

 지난 5월 방영된 MBC <라디오스타>에서 가수 이지혜 씨는 "지석진 씨 때문에 앞길이 가로막혔어요"라고 폭로했다. 이지혜 씨가 <오후의 발견>의 라디오 DJ를 맡게 되었는데 <두 시의 데이트 지석진입니다>의 다음 순서여서 아쉽다는 것이다. 라디오는 특성상 청취자들이 채널을 자주 돌리지 않기 때문에 앞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TV에서 놀림을 당하며 웃음을 이끄는 지석진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그 농담에 재밌게 웃었다. 그런데, 문득 허당 캐릭터의 지석진이 이끄는  <두 시의 데이트>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6월 <두 시의 데이트> 방청을 통해 DJ 지석진의 진짜 모습을 생생히 만났다.

 그가 맡고 있는 <두 시의 데이트>는 MBC의 대표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1973년 팝 전문 프로로 시작한 이래, 현재는 예능이 가미된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매일 2시에 청취자들의 나른한 오후를 책임져왔다. 이문세, 윤도현, 박명수, 박경림 등 이름만 들으면 아는 특급 유명 DJ들이 그 세월을 함께 해왔다. 그리고 지난 2016년, 소위 "림디(박경림 DJ의 줄임말)"라고 불려 왔던 박경림의 하차로 지석진이 DJ로 합류했다. SBS <런닝맨>으로 친숙하게 알려진 지석진은 2007년 <모닝 FM> 이후 근 10년 만에 MBC 라디오에 다시 복귀했다. 왕코 형님이라는 별명답게 라디오에서의 그의 애칭은 "코디(왕코 DJ의 줄임말)". 캡 모자의 편안한 차림으로 나타난 그의 모습은 TV에서 보는 정겨움 그대로였다.


 왕코형님에서, 스타 DJ로

 이날의 초대 손님은 데이브레이크였다. 데이브레이크는 최근 <우리 안녕이 자연스러워서>라는 신곡을 발표하며 라디오에 출연했다. 그들의 인기를 실감이라도 하듯 MBC 오픈 스튜디오 창밖에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팬들이 카메라를 들고 라디오 생방을 함께 지켜보았다. 그런데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은 그들 사이에 DJ 지석진의 응원 문구가 담긴 플랜카드였다. 이를 발견한 생방의 방청객들이 술렁이자 DJ 지석진은 늘 있어왔던 일인 듯 여유롭게 미소를 발사하며 라디오를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플랜카드보다 내가 더 놀랐던 이유는 라디오 DJ로서 지석진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매력 때문이었다. TV에서 보이던 허당스러운 이미지는 온데간데없고, DJ 코디는 중저음의 매력적인 보이스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진행으로 청취자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다. 생방에 출연한 데이브레이크 멤버 모두에게 골고루 질문을 이끄는 것은 물론, 누구보다 편안한 분위기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DJ 코디의 시선, 그 옆에서 바라보니 더욱 놀라웠다. 작가진이 하얀 배경의 모니터에 청취자의 문자를 띄워주면 인터뷰 사이사이 문자를 읽어주는 센스 하며,  중간광고 타이밍까지 정확히 지키는 노련함까지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유느님에 뒤지지 않은 수준급의 진행실력을 뽐내었다. 왕코형님은 가히 스타 DJ라 불릴 만했다.

  DJ코디의 편안한 진행 덕분에 오픈 스튜디오도 대성황이었다. 데이브레이크의 신곡인 <우리 안녕이 자연스러워서>는 보컬 이원석의 경험담을 담은 노래 가사여서 그런지 더욱 애절하고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후 데이브레이크가 결혼식 히트곡인 <꽃길만 걷게 해 줄게>를 열창하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방청객들은 음악에 맞추어 박수와 함께 호응하며 안무까지 소화했다. 이날 청취자들의 반응은 '콘서트에 온 것 같아요!'.'너무 신나네요! 잠이 확 깼어요!'로 열정적이었다. 미니 콘서트에 간 것처럼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던 흥겨운 시간이었다.


가장 가까이에, 라디오

 방청 이후 문득 라디오의 존재에 대해서 새삼스레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 내가 라디오가 가장 익숙했던 시절은 학창 시절이다. 네모난 방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 중 라디오는 가장 좋은 친구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라디오 속 사람들이었다. <무한도전>에서 활약을 펼치던 하하의 <텐텐클럽>부터 소녀시대 태연의 <친한 친구> 등 좋아하던 스타들을 라디오에서 만났다. 그때는 TV에서 지금처럼 관찰 예능이 아닌 스튜디오 쇼 형식이 유행해서인지, 스타들의 현실적인 모습을 가까이 들여다볼 기회가 많이 없었다. 라디오는 그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창구였다. 육성으로 전달되는 그들의 목소리로 기분을 짐작할 수 있고, 그들의 사적인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곳이 라디오였다. 좋아하는 스타가 라디오에 출연해 전파를 타고 육성이 이어폰으로 전달될 때면 나만의 스타를 더욱 가깝게 만난 것 같아서 가슴이 콩닥거렸다. 

 그리고 재밌는 사실은 평소 좋아했든 좋아하지 않았든 내가 자주 듣는 라디오 DJ는 필연적으로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마 개인적으로 TV 속 성시경을 좋아하지 않던 사람도 그의 라디오를 들었으면 어느 정도 생각이 바뀌지 않았을까.  MBC FM4U에서 진행했던  <FM 음악도시 성시경입니다>의 마지막 멘트인 "잘 자요"를 들어야만 잠을 잘 수 있다는 사람들이 즐비했고, 아직도 회자될 만큼 청취자와 라디오 DJ의 친밀도는 강력했다. 지금도 많은 스타들이 라디오 고정 DJ를 노리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라디오는 매일 방송되는 특성상, 그들의 목소리를 가족보다, 친구보다 더 많이 들을 수밖에 없고 그들의 소소한 취향들을 공유하기에 골수팬들이 많아진다. 방청 이후 즐겨 듣게 된 <두 시의 데이트> 코디 지석진의 또 다른 매력이 점점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

    

라디오로 놀러 오세요  

 '요새 누가 라디오 듣니?'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할 것이 별로 없던 시절과 달리, 우리에겐 무적의 스마트폰과 다양한 놀거리가 많이 생겼다. 하지만 음성 기반의 매체로 라디오는 그 필요한 순간에 가장 빛을 발한다. 영상을 볼 수 없는 심심한 차 안에서, 라식하고 한동안 눈을 조심해야 할 때, 혼자 있는 집 안에서 자기 전 사람의 목소리가 그리울 때 라디오는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좋은 친구다. 그럼에도 그런 특정한 순간들이 아닌, 영상과 재미있는 놀거리들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라디오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라디오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라디오는 그 재밌는 놀거리들과 결합해 더욱 놀랍도록 재밌어졌다. 라디오는 사실 요새 강조되는 인터렉티브 소통의 끝판왕이 라디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문자들로 라디오 DJ는 물론 초특급 게스트들과 다이렉트로 소통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보이는 라디오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그들의 표정과 몸짓까지 생생히 볼 수 있다. 또한, 방송 종료 후에는 MBC 유튜브 채널 봉춘 라디오를 통해서 고품질의 라이브 영상들이 속속들이 올라온다. 그 어떤 채널보다 더 가깝고 사적이게 라디오는 진화했다.


 나른한 오후. 심심한 순간, 초록색 창을 의미 없이 뒤적이기보다 라디오로 놀러 가 보자. DJ 지석진이 <두 시의 데이트>에서 뽐내는 허당 미가 아닌 유느님급의 진행실력이라는 반전 매력을 경험해보자. 가끔 운 좋은 수요일에는 <훅 들어온 초대석>에 내가 좋아하는 스타가 깜짝 출연할지도 모른다. 금요일의 <마니아시네요> 코너에서 숨겨왔던 나의 덕후력을 댓글창에 맘껏 발휘하며 놀아보자. 어떤 <두 시의 데이트>에는 역대급의 콘서트 무대로 흥겨움에 취해볼 수도 있겠다. 오랜 친구이자 멋지게 진화하는 친구인 라디오는 아마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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