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를 바친 모임을 그만두기로 했다

by 무민

20대를 바친 모임을 그만두기로 했다. 정확히 말하면 창작모임이다. 대학 친구들과 그들의 고등학교 친구들, 그리고 나까지 동갑내기 5명의 모임이다.


10년이 훌쩍 넘은 과거의 일이다. 모임을 결성한 이유는 거창하면서 사소했다. ‘우리만의 콘텐츠’를 만들자는 것 하나였다. 각자 자비를 모아 단편영화와 뮤직비디오 등을 여러 편 찍었다. 한 카페와 협업해 병편지를 매개로 낯선 이들을 연결해 주는 소통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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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이라면 누구나 할 법한 도전이었다. 그렇기에 진심이었다. 동시에 여느 대학생이 그렇듯 이 창작모임도 현실 앞에서는 힘을 잃었다. 이듬해 졸업을 앞두고 모임을 어떻게 할지 의견을 나눴다. 한참 오래전이라 결론에 다다른 과정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각자 취업활동에 매진하기로 했다. 3년간 활동한 모임이 그렇게 끝났다.


모임 자체는 당시에도 지금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떠올릴 만큼 소중하다. 졸업만 아니었다면 관성적으로 모임을 이어갔을 수도 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모임을 끝내는 데 동의한 건, 취업준비를 하되 모임은 유지하자고 하지 못한 건 내 한계를 알기 때문인 까닭도 있다.


우리만의 콘텐츠는 멋진 슬로건이지만 어려운 목표이기도 하다. ‘우리만의’란 표현이 뜻하는 건 차별화다. 창의성이 핵심이지만 내게는 쉽지 않은 과제였다. 새로운 영상 또는 프로젝트를 고민할 때마다 높은 장벽에 부딪혔다. 시선을 잡는 아이디어를 찾는 과정은 때때로 숨이 막힐 정도로 버거웠다.


영상이든 프로젝트든 어렵게 초안을 만들어내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친구들 각자가 가져온 아이디어와 비교하면 내 것은 볼품없어 보였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상투적이고 창의성이 부족했다. 누구나 떠올릴 법한 수준이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니 어렴풋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은 나와 맞지 않는다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 창작모임 친구들이 오래간만에 뭉쳤다. 30대가 살아가는 세상얘기나 하는 술자리를 통해서다. 한 친구는 “지금 다시 하자고 하면 못한다”고 했다. “나만의 콘텐츠로 사업을 할 수 있는 깜냥은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친구는 스스로를 평가한 것이지만 나 역시 자신을 비슷하게 생각한다. 글이라면 몰라도 다른 방식의 콘텐츠는 내겐 어렵다. 대신 과거의 추억으로 오늘을 버틸 힘을 얻는다. 그리고 내게 맞는 일에 힘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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