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의 ENFP
MBTI는 과학이야.
난 혈액형은 안 믿는데, MBTI는 믿는다. 혈액형도 한 때는 꽤 그럴듯하게 들렸는데, 지금은 다 틀린 말 같다. MBTI는 그에 비해 꽤 정확하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 만나면 MBTI를 물어보는 편이다. MBTI에 갇혀서 편견을 갖는 거 아니냐고? 아니다. 나는 그저 그 사람과 좀 더 잘 지내기 위해 물어보는 것뿐. 사실 MBTI를 알고 나면, 상대방이 이해되지 않은 말이나 행동을 하더라도 '아, 저 사람 그런 성격, 성향이 있지.' 하면서 납득할 수 있다. 물론 100%는 아니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한 보조 도구(?)로써 활용하는 것은 괜찮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항상 테스트는 못 지나치지. 최근에 성격 유형 테스트를 했는데 역시나 엔프피. 이 날따라 유독 답을 하면서 '왠지 엔프피 안 나올 것 같아.' 내심 걱정(?)을 했는데, 그 걱정이 너무나 무색하게도 결과의 강도는 확신의 엔프피였다. 특히 E는 무려 100%로 나왔는데, 이것은 조금 의심된다. 이상하네. 나 나름 인싸 중에 아싸인데. 엔프피로써 나름 뿌듯했던 부분은 J가 12% 나온 것. 이거 보고 맨날 '나 나름 계획적인데?'라고 생각하는 듯. J형 인간들이 보면 코웃음 칠 퍼센트인지만.
처음엔 재미로 생각했던 MBTI인데, 지금은 꽤 진지하게 읽어본다. 언제 우리가 이렇게까지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볼 시간이 있을까? 때로는 나 스스로도 나 자신이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았는데, MBTI 결과를 보고 납득했다. '아, 나는 이런 사람이라서 그랬구나.'라며 더 이상 스스로를 미워하거나 의심하지 않을 수 있었다. 틀에 박힌 걸 싫어하는 NP형 인간이라, 나 스스로가 유난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근데, MBTI를 보면서 '그냥 내가 원래 그렇게 타고난 사람인데 어쩌겠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계획을 세우기 싫어하는 것도, 끈기나 인내가 부족한 것도, 안정적인 것보다는 도전이나 모험이 좋은 것도,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는 것도 그냥 그럴 수도 있다고.
자신감이 없을 때, 누구보다 내가 내 편이 되어야 할 때, 그럴 때 나는 MBTI 테스트를 해보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려고 한다. MBTI이 내 장점이나 강점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단점과 보완해야 하는 부분들을 알려주기 때문에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에 좋은 것 같다.
MBTI 정식 테스트를 2번 했었고, 두 번 다 ENFP가 나왔었다. 물론, 인터넷에 떠도는 재미로 만든 테스트들도 한결같이 ENFP로 나오긴 하지만. ㅎㅎㅎ MBTI는 지금 유행처럼 재미로 많이들 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 MBTI 테스트의 목적은 개인의 심리적 특성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기 위함이다. 무엇이 좋고 나쁜지를 판단하는 게 아닌, 각자가 자신이 가진 특성을 이해하고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용도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