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23년 새해가 시작한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간다. 마음으로는 2022년 마지막 주에는 2022년 회고를 하고, 2023년 첫 주에는 새해 계획을 기록해야지 했었는데... 나란 인간 또 생각만 하다가 이제야 기록을 남겨본다. 그래도 첫 주가 지나기 전에 기록해둘 수 있어서 다행이야! 기특하다 나란 인간 :)
2023년에 대한 계획을 먼저 간단히 키워드로 이야기해보자면, #건강 #나자신 #행복 이다.
건강은 말 그대로 그동안 너무 뒷전으로 두었던 건강을 가장 먼저 챙기기 위해 첫 번째 키워드로 꼽았다. 사실 작년 말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던 PT를 사정상 1월로 미루게 되었다. 이제 바로 시작할 수 있게 되어서 이번주부터 PT와 헬스를 시작했다. 아직 며칠 되진 않았지만, 너무 뿌듯하고, 그동안 운동 왜 안 했나 싶을 정도로 상쾌하다. 식단도 같이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쉽기도 어렵기도 하다. 쉬운 건, 칼로리 기준으로 식단을 하는 게 아니라 먹는 것에서 생각보다 자유롭다. 어려운 것은, 하루에 두 끼 겨우 챙겨 먹던 내가 하루에 네 끼를 먹어야 한다. 그리고 꼭 먹어야 하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양이 정해져 있어서 지키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는 귀찮고 힘들다는 이유로 참 많이 오랫동안 운동도 안 하고 자극적인 음식들만 찾아 먹었는데, 건강을 위해 땀을 흘리면서 운동하고 건강한 음식들을 챙겨 먹으니 기분이 좋다. 진짜 나 자신을 위하는 것 같아서.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나를 위로한다고 먹어온 자극적인 음식들은 먹는 순간은 짜릿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늘 더 괴롭게 만들곤 했었다. 이렇게 또 새로운 즐거움과 행복을 알아가서 참 다행이야.
'나 자신'이라는 키워드는 조금 모호한 키워드이기는 하지만, 아직 적합한 단어를 찾지 못했다. 커리어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지만, 그냥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앞으로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이 커져서 이 고민들을 다 담을 표현은 '나 자신'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확실히 작년까지는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했었다. 그런데, 작년 인생에서 중요한 이벤트(결혼)를 겪은 이후에 커리어에 대한 생각도 조금 달라졌다. 결혼을 했으니, 커리어가 덜 중요해진 것이 아니고, 오히려 커리어가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가 중요해졌다. 이전까지는 커리어가 자아실현 혹은 재미와 꿈 사이 그 어디에 의미를 두고 있었다. 그래서 직장을 고를 때 내가 어떤 일을 맡게 되고, 일을 통해 어떻게 성장할지가 가장 중요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일들을 해오다 보니 누가 직업 혹은 직무가 뭐냐고 물으면 우스갯소리는 나는 MD(M뭐든지 D다한다)라고 소개하기도 했었다. 사실 재미만 있어 보이면 일단 해보자는 주의였다. 그러다 보니 '일 자체'를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큰 고민을 한 적이 없었다. 근데 그게 바로 나 자신을 갉아먹게 하는 행동이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면서도 좋은 게 좋은 거지 라는 마음으로 직장을 선택한 적도 많다. 그래서 늘 시작하기 전 걱정하던 이유로 힘들어하곤 했다. 누굴 탓하랴. 내 선택인 것을 내 탓이지.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 보니, 에너지가 다 소진돼서 평소라면 이겨낼 작은 어려움도 이겨낼 수 없게 되었다. 정확히는 이겨낼 의지가 없어졌다. 이겨내고 싶지 않았다.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새해에는 나에 대해서 더 잘 알고, 꼭 건강한 마음으로 충전된 에너지로 일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
행복은 언제나 중요한 키워드였지만, 올해에는 조금 다른 의미로 중요하다. '나 자신'이라는 키워드와 연결해서 생각해 본 키워드인데, 지금까지의 나는 주위 사람들을 통해서 행복을 찾아왔던 것 같아 이것을 바꿔보려고 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았을 때 행복이라고 느꼈고,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것 같지 못하면 불행했다. 행복의 기준이 나에게 없고, 외부에 있었다. 그래서 자꾸만 사람들이 멋지다, 좋다고 칭찬해주는 무언가를 경험하고 소유하려고 했던 것 같다. 마음 깊숙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그런 식으로 행하는 것이 많아지다 보니 회의감이 들곤 했다. 누가 뭐래도 내가 좋으면 되는데. 말로는 늘 내가 중요하다고 말해놓고, 정작 많은 순간 나 자신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족이든, 친구든, 직장 동료든 그 누구든 상관없이 그냥 나 자체로 정말 행복해지고 싶어졌다.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생각한 대로 행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살면서 뭐든 다 내 맘대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참거나 숨겨야 하는 순간도 있겠지만, 최대한 내가 우선이 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왠지 모를 불편한 마음에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선택도, 생각도, 행동도 하지 않기를.
그리고 2022년 역시 키워드로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면, #결혼 #이사 #이직 그리고 #사람 이다. 2022년에는 개인적으로 큼직한 이벤트들이 많았다.
2022년 1분기는 결혼을 위해 모든 시간을 보냈다. 결혼식 없는 우리만의 결혼을 위해 여러 가지 정보를 알아보고 발품을 팔았다. 너무너무 힘들었고, 결혼하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개인적으로는 그냥 일반적인 결혼식도 하나의 옵션으로 고려해볼 것 같다. 그 정도로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우리만의 방식으로 완성시킨 결혼이라 더 의미 있고 뿌듯하다. 결혼 후 몇몇 친구와 지인들에게는 난생처음 보는 결혼 방식이라 어떻게 축하해 주어야 할지 너무 난감했다는 피드백도 있었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대로 잘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여주었다. 유난스러워도 이해해 준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
2022년 2분기, 3분기까지는 이사와 집들이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우리의 힘으로 구한 집에서 살게 되어 뿌듯했고,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집들이를 와주셔서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집들이가 영어로는 housewarming party인데, 말 그대로 많은 손님들이 다녀가면서 집에 온기가 가득해진 것 같아 너무 좋다. 집들이는 새해가 되었음에도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 중이다. 결혼식을 안 한 대신 최대한 소중한 분들을 집에 초대해서 직접 만든 음식들을 대접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집들이마저도 유난스러운 우리지만, 이게 바로 우리만의 방식이니까. 나나 남편이나 둘 다 요리를 좋아하고, 서로의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도 별로 낯가리지 않는 편이라, 집들이를 준비하는 우리 둘은 너무나 진심이다. 그것도 잘 맞아서 다행이야.
그리고 2022년에는 퇴사와 이직이 모두 있었다. 길지 않은 시간을 텀으로 두고 퇴사와 이직을 반복하게 되니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진됐다. 20대보다 에너지가 줄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매번 비슷한 소개팅을 반복하면 지치는 것처럼, 매번 비슷한 과정으로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서 적응하는 시간들이 지겨웠다. 물론, 누구도 이직하라고 등 떠민 사람 없었고 나의 선택이었는데, 늘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과정과 결과인 것 같다. 이직과 퇴사를 반복하면서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사람'인 것 같다. 좋은 동료들이 있었을 때는 힘든 일이 생겨도 서로 의지하며 버텨냈었는데, 반대로 마음을 터놓을 동료가 없다거나 가까이 일하는 팀원과 잘 맞지 않을 땐 지옥이 따로 없었던 것 같다. 직장에 다닌다는 것은 출퇴근과 근무시간 포함 하루의 절반이나 되는 긴 시간을 보내는 것이기에 함께 하는 사람이 누구냐가 너무너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마치 실패한 소개팅에서 예의상 꾸역꾸역 밥을 먹는 것처럼, 맞지 않는 회사에서는 억지로 참아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탈이 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올해 또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을 준비 중이다.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게 이직을 준비하게 될 것 같다. 부디 좋은 사람, 좋은 직장을 만날 수 있기를.
개인적으로는 결혼이라는 큰 이벤트를 겪으면서 인간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퇴사와 이직을 겪으면서 직장 내에서는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밉고 서운하고 한없이 부족한 존재겠지. 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끼리도 얼마든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 서로를 믿고 존중한다면. 개인적인 인간관계에서도 커리어에서도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곁에 두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지. 그래서 2023년 키워드 중 하나를 '나 자신'으로 꼽은 것처럼,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