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풋볼, 2017년 11월
대자연. 그 중에서도 계절만큼 꾸준한 영감을 주는 존재가 또 있을까.
겨울은 일견 축구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한편으로 가장 뜨거운 시즌. 축구화의 기능적 차이야 이미 상향 평준화된 지 오래고. 개인의 취향도 다양해질대로 다양해진 지금. 브랜드들은 늘 그놈의 '영감(Inspiration)'을 무기로 사람들의 욕망에 말을 건다.
그리고 그 흔하디 흔한 계절로부터 나이키는, 이번에도 그럴싸한. 심지어 눈덮인 피치에나 어울리는 컬러를 입혀 새삼 이 추운 겨울의 축구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너무 잦다 투덜대도, 또 지갑을 열게되는. 그런 절묘한 지점의 색으로.
좀 더 솔직하게 '윈터 팩' 쯤으로 이름 지었어도 충분했을 컨셉이지만, 굳이 '아이스'라 붙인 건 대구를 이루는 '파이어 팩'까지 동시에 내놨기 때문. 블랙아웃 계열의 아카데미 팩이나 안티-클로그 같은 기술 보강 라인 외에, 정규 발매를 동시에 두 컨셉으로 진행한 건 굉장히 이례적이다.
어찌보면 계절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만큼이나 뻔한 '레드-블루' 컬러인데다, 심지어 언젠가 한 번은 이미 써먹었을 것 같은 네이밍. 그치만 붉은 유니폼에 갓 출시된 파이어 팩을 신은 우리 대표팀 선수들은 오랜만에 불타올라 예상 외로 콜롬비아를 꺾더니, 잘 생기고 볼까지 잘 차는 하메스의 막연한 매너남 이미지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지금 생각해도 그날의 경기력은 신기하고 뿌듯!
한편 맨시티, 첼시의 파란색 유니폼 또는 검정 베이스 져지에는 짙은 옵시디안 컬러가 받쳐주는 아이스 팩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그라운드를 밟고 있다. 대표팀 원정 유니폼처럼 흰색 져지에는 파이어든 아이스든, 좀 더 개인의 취향과 선택의 문제가 되고.
예컨대 기성용이 최근 흰색 스완지 유니폼에 붉은색 파이어 팩 티엠포를 신고 나오는 건, 그의 불 같은 열정 때문이거나 팀 오더, 사소하게는 선수 지급품을 관리하는 나이키 담당자의 어떤 사정 때문일 거다. 왜 요즘 '키'가 마지스타가 아니라 티엠포를 신고 나오는지에 대한 일정 부분의 힌트는 이쪽.
물론 이번 컨셉 덕분에 안 그래도 이미 충분히 대가족을 이루고 있는 나이키의 네 종류 축구화(머큐리얼, 하이퍼베놈, 마지스타, 티엠포), 일명 '4SILOS' 라인은 두 컬러를 한번에 맞추느라 분주했다.
발목(DF=Dynamic Fit collar)이 있고 없고, 혹은 한 단계 아래 보급형 라인들과 스몰사이드용 풋볼X 제품들까지 세어보면 얼추 20종의 신제품이 한번에 쏟아진 셈이니 말이다. 스터드 타입별로 더 따지고 들면 거의 무슨 지하철 노선도 읊는 레벨. 그래선지 일부는 한국에 아예 안 들어온 것 같은데도 별로 티가 안 날 정도다.
만약하필아뿔사 내가 원했던 딱 그 선택지가 정발되지 않아 한국 공홈에 안 보인다면, 어쩔 수 없지. 진리의 프닥사로 향할 수 밖에.
나이키 FIRE & ICE 컬렉션 - ICE PACK 바로가기
글 - 이동준 (오늘의 축구)
사진 - 박창현 (오늘의 축구)
'오늘의 축구'는 축구를 주제로 브런치와 카톡 플러스친구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갈 작가분을 모십니다. football@prmob.kr 로 간단한 자기소개를 담아 메일주시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카톡 플러스친구에서 매일매일 최신 소식도 받아보세요!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