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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 Oct 06. 2018

인공지능과 창의성

인공지능은 창의성을 지닐 수 있을까?

얼마전 친구와 같이 앉아 공부를하고 있는데 갑자기 무엇 때문에 이런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않지만 인공지능이 창의성을 가지고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흔히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영화에서 볼법한 인간을 완전히 모방한 인공지능, 스스로 생각을하고 감정을 느끼며 심지어 꿈을 꾸는 로봇을 떠올릴 것이다. 영화 '아이로봇'을 보면 좀 더 시각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8420

이러한 인공지능을 우리는 강인공지능(String AI)이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이 로봇에게 지배를 당하는게 아니냐는 대부분의 우려는 강인공지능으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생각을 하는 인공지능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으며 현재 나오는 논문들을 봤을 때 그런 것들이 개발되려면 한참 멀었다. 기계가 생각을 하는지 안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굉장히 까다롭다. 그래서 기계에 지능이 있는지 없는지 판별하고자 고안된 튜링테스트 그리고 불완전한 튜링테스트를 반박하기위해 나온 중국어방 역설 등 기계가 생각하는지 판단하기 위한 많은 주장이 있지만 우리가 '생각을 한다'는 것을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으면 이 문제는 철학에서 시작해 철학으로 끝난다. '생각을 한다'는 것은 뇌에 있는 약 1000억개의 뉴런(신경세포)들이 시냅스라는 부위를 통해 서로 신경전달물질을 서로 주고 받으면서 생기는데 이렇게 뇌속에서 일어나는 화학물질의 이동이 생각과 의식으로까지 이어지는지 모른다. 그래서 인공지능과 창의성이란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좀 더 세부적으로 인공지능을 들여다볼 필요가있다. 


약인공지능(WeakAI)은 쉽게 말해서 패턴학습이다. 여기서 말하는 패턴이란 반복되는 상황을 말하고 약인공지능은 반복되는 상황을 학습하면서 만들어진다. 패턴을 학습한다는 것은 단순히 생각했을 때 굉장히 간단한 문제라고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인공지능에는 몇가지 기술이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기계학습(mechine learning)이다. 인간이 반복되는 특징(feature)를 찾고 기계학습을 통해 컴퓨터는 인간들이 찾아놓은 패턴을 바탕으로 학습한다. 예를 들어 개와 고양이를 구분한다고 했을 때 사람은 직관적으로 개와 고양이를 구분할 뿐 어떠한 논리적인 흐름으로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지 설명할 수 없다. 다시말해서 개가 반복적으로 보이는 패턴과 고양이가 반복적으로 보이는 패턴을 인간이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것은 한동안 굉장히 어려운 문제였고 인간이 패턴을 찾아내고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을 위주로 학습이 진행되었다. 


그러다가 2012년에 이미지넷이 주최하는 ILSVRC (Large Scale Visual Recognition Competition) 이라는 대회에서 딥러닝이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15만장의 이미지를 16.4%라는 오차율로 인식하면서 딥러닝이라는 기술이 알려지고 몇년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3.57%을 기록하며 인간의 오차율(5%)보다 더 적은 오차율을 기록한다. 그리고 알파고가 인간을 상대로 바둑을 이기면서 딥러닝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게된다. 딥러닝은 기계학습(mechine learning)의 한 모델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기계학습의 다양한 종류 중 하나다. 딥러닝은 스스로 패턴을 학습한다. 예를들어 개와 고양이사진을 보고 둘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구분할 수 있듯이 딥러닝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패턴을 학습하는지 정확한 원리는 알 수 없지만 패턴을 학습한다는 것을 학습결과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래서 딥러닝은 스스로 feature(특징)를 학습한다고 해서 feature learning이라고도 불린다. 컴퓨터가 학습하고자하는 '어떤 것'은 패턴을 가지고 있으면 모두 학습이 가능하다. 우리 주위에 사실 패턴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듣는 수 많은 음성들 그리고 텍스트와 이미지들 모두 패턴을 가지고있다. 그래서 요즘 점점 상용화 되고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 역시 우리가 하는 말을 기계가 알아듣게 하기 위해 우리가 말하는 패턴을 딥러닝으로 학습시켜서 스피커에 적용하는 것이고 구글번역기 역시 언어의 패턴을 딥러닝으로 학습시킨 결과물이다. 


1년전에 나온 기술이 오래된 기술이 오래되었다고 할 정도로 딥러닝 기술은 하루 빨리 변하고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2014년에 처음 발표된 구식 기술인(?)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이라는 기술이있다. 갑자기 뜬금없이 이 기술을 소개하는 이유는 드디어 오늘 말할 주제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GAN은 진짜같은 가짜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실제 입력된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거짓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생성자(Generator)와 생성자가 출력한 결과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하는 감별자(Discriminator)라고 불리는 두 모델이 서로 적대적으로(adversarial)하게 경쟁하면서 진짜같은 가짜를 만들어낸다. 좀 더 쉽게 예를 들어 지폐위조범과 경찰이 있을 때 지폐위조범은 경찰에 들키지 않게 더 진짜 같은 가짜 지폐를 만들어 낼 것이고 경찰은 가짜지폐를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지폐위조범과 경찰의 경쟁을 통해 지폐위조범은 경찰에 들키지 않기 위해 더욱더 진짜같은 가짜 지폐를 만들어내듯이 GAN을 통해 생성된(Generative)이미지도 진짜같은가짜 이미지이다. 더 깊게 들어가면 한도끝도 없어서 일단 여기서 멈추기로하자.


자 그럼 여기서 GAN이 생성한 그림이나 음악이 창의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시말해 기계가 창의성을 가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에 대한 좀 더 엄밀한 정의가 필요할 것 같다. 0에서 1을 만들어내는 것 다시말해 무에서 유를 만들어 그것이 독창적일 때 창의적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가 눈을 감고 키보드 자판기를 두드려 세상 누구도 한번도 만들어내지 못한 새로운 단어를 만들었다고해서 그것이 창의적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창의적이기 위해서는 독창성말고도 가치성이라는 조건이 추가되어야한다. 항상 독창적이고 가치가 있는 것을 창의성이라고 한다면 인공지능이 창의적이다라고 말하기는 힘들며 심지어 딥러닝말고 좀 더 인간처럼 생각하는 새로운 기계학습모델이 생겼을 때 기대해볼만 할 것 같다 (딥러닝이 인간의 뉴런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딥러닝 학습에 쓰이는 역전파 알고리즘은 실제로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과 많이 다르다) 


인지과학과 계산주의 심리학 분야를 개척한 세계적인 학자인 마거릿 A. 보든(Margaret A. Boden)은 위의 책에서 창의성을 세가지로 분류한다.

http://www.yes24.com/24/goods/4456488?scode=032&OzSrank=1

첫번째는 익숙한 아이디어를 새로운 방식으로 합쳐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자를 태양계에 비유하는 물리학자나  '말'과 '뿔'이라는 생각을 결합하여 등장한 '유니콘'이라는 새로운 개념과 같이 머릿속에 있는 많은 지식을 다양하게 결합할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두 유형을 보기전에 개념공간(conceptual space)라는 개념이 필요하다. 개념공간은 구조화된 사고의 방식으로 특정 사회집단에 익숙해지면서 나타난 내재된 사고방식이다. 이런 개념공간은 작곡을 하는 방법, 수학, 과학이론, 그림 그리는 방법,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과정 등을 예시로 들 수 있다.


두번째로는 개념 공간을 탐구하는 것이다. 특정한 원리나 익숙함을 일정한 제약조건 내에서 변형할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움은 그래도 개념 공간의 부분집합이라는 것이다. 말이 어려운데 쉽게 예를 들자면 바흐가 작곡한 곡들은 고전음악이라는 주어진 제약조건 안에서 약간의 변형을 통해 생겨난 새로운 음악이다. 개념공간을 벗어난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지 않아도 우리는 창의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세번째로는 개념 공간을 변형하는 것이다. 개개인의 개념 공간을 바탕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이 창의성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창의적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세번째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비유클리드기하학은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공리 하나를 부정하면서 생긴 새로운 페러다임이다. 비유클리드기하학은 그 전의 개념공간을 완전히 부수고 나온 새로운 개념이다. 비유클리드기하학과 유클리드 기하학 중 무엇이 더 창의적인지 논쟁할 수 없듯이 개념공간을 변형하는 것이 탐구하는 것보다 무조건 더 창의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GAN을 통해 학습데이터에는 없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냈을 때 그것이 창의적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창의성이라는 것을 0에서 1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50에서 51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지금까지 글을 적었지만 '인공지능이 창의성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철학적으로 의미가 있을 뿐 지금 당장 GAN논문을 읽고 코딩을 하는데 있어서는 그다지 도움되지 않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인공지능과 창의성의 관계에 대해 친구와 같이 고민해봤다는 것에 대해 의의를 가지고 이제 다시 공부하러 가야겠다. 마지막으로 창의성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이 판단하는 것이고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창의적이라고 생각할 만한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가까운 미래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아래링크에 들어가면 구글의 딥드림에서 어떤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볼 수 있다.

http://psychic-vr-lab.com/deepdream/

이 사이트에서는 우리도 딥드림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 http://deepdreamgenerat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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