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해왔던 전문가로서 현 미세먼지 문제는 기술적 접근만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문제를 풀려면 그 문제의 근원을 건드려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집 앞마당을 아무리 열심히 깨끗하게 청소를 해도 옆집에서 쓰레기를 우리 집 쪽으로 쓸어 보내면 재간이 없지 않겠습니까. 물론 우리 집 앞마당을 청소하는 것도 해야겠지만, 옆집에 이야기를 해서 쓰레기를 우리 집 쪽으로 보내지 말아 달라고 말을 해야겠지요. 만약 그 말이 먹히지 않는다면 다른 피해를 보는 집들과 연대를 해서라도 함께 그 원흉의 집에게 피해 사실을 이야기해야겠지요.
미세먼지 위성 실시간 영상을 보면 현 미세먼지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 더 나아가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근접한 우리나라가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1970년대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절 폐수와 매연을 공장에서 마구 배출했던 것처럼 현재 중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겠지요. 전 세계의 생산 공장이 되어버린 중국에서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하여 공장 굴뚝에 환경오염물질 배출 저감장치를 달지 않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입니다. 게다가 최근까지 전 세계 쓰레기를 자원이라고 수입까지 하여 엄청난 쓰레기가 쌓아 둔 중국에서 그 쓰레기를 무단으로 소각하고 있다면 그 문제는 더욱더 심각할 것입니다. 조사를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그 쓰레기의 소각 실태가 현재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하지요. 전 세계 사람들이 중국으로부터 싼값에 재화를 공급받아 살면서 그 혜택을 보고 있는 듯하지만, 그 대신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오염물질을 우리에게 날려 보냄으로써 그 해악을 우리가 다시 되돌려 받고 있는 형국이겠지요.
위기는 달리 보면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의 근원을 풀 수 있다면 현재의 위기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자국의 환경산업 시장을 글로벌 차원에서 연대하여 지원함으로써 환경산업 분야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대한민국이 중심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즉 누이 좋고 매부 좋듯이 중국 국민들도 좋고 주변국 국민들도 좋은 초국적 전략이 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라고 봅니다.
만약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미세먼지 문제를 국내적으로만 해결하려 든다면 그 피해는 모두 우리 국민이 떠안아야 할 것입니다. 실례로 현재 미세먼지가 심각해짐에 따라 차량 2부제를 실행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에는 자가용차를 타고 이동해야 호흡기가 미세먼지로부터 노출되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국가는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일수록 걸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을 권장함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미세먼지를 더 많이 마시며 거리를 활보하라고 조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 문제를 국내 과학기술자들로 하여금 해결하게만 한다면 모든 책임은 결국 나중에 그들에게 집중될 것입니다. 미세먼지를 해결하라고 엄청난 연구비를 투입했는데도 문제가 전혀 해결될 기색이 보이지 않게 되면 모든 화살은 힘없는 연구자들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같은 연구자로서 미세먼지 연구자들이 미래에 모든 추궁을 받을 것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현 미세먼지 문제의 전모를 파악하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국가 정책이 펼쳐지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