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정보가 흘러넘치는 시대이다. 정보화시대에 진부한 표현이 되어버린 '정보의 바다'의 광활함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자신이 머물만한 안식처를 찾아 나서도록 한다. 사람들은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기보다는 한 곳에 정착하는 안락한 삶을 선호하는 듯하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이 안주할 공간을 찾는다. 또한 본질적으로 자유만큼이나 구속을 원하는 존재이다.
현대 정치를 바라보면 흘러넘치는 정치뉴스만큼이나 사람들의 사고도 다양해질 것만 같지만 실상은 정 반대이다. 정치뉴스가 많아지고 정치의 정보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의 사고는 점점 더 편협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그른지 판단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 판단을 남에게 전가한다. 정치의 종교 화이다.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종속시킴으로써 안도감을 느끼고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집단에 대한 광적인 집착은 인간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이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까.
그러나 인간들이 스스로의 판단능력을 잃어가는 이 시대에 역설적으로 기계의 판단능력은 점점 상승하
고 있다. 알고리즘을 통한 머신러닝은 AI의 판단능력을 인간에 버금갈 정도로 높이고 있으며, 몇몇 분야에서는 이미 인간을 넘어섰다. 컴퓨터는 이제 당신을 당신보다 더 잘 알게 되었다. 인간이 인간의 판단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는 요즈음 기계의 약진은 우리에게 새로운 정신적 지주, 지도자로서 기계를 내세우도록 한다.
이미 인간은 많은 선택지를 알고리즘에 맡기고 있다. 당신이 무엇을 볼지, 무엇을 들을지, 무엇을 먹을지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은 알고 있으며 그 정보는 객관적이고 정확하다. 그 속에는 인간의 거짓됨도, 현혹도 없는 기계만의 냉철함이 무한한 신뢰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불신사회의 인간에 대한 혐오는 곧 기계에 대한 애정이 될 것이다.
정치 또한 멜론, 스포티파이, 유튜브 등등과 같이 알고리즘에 따라 사람들의 호불호를 나눔에 다르지 않다. 당신의 정치성향을 파악하면 거기에 맞는 정책을 짜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 아닌가. 입력과 출력 입력과 출력 사람 하나하나의 인풋과 아웃풋을 종합한다면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정책을 원할지 원하지 않을지는 명확하게 나올 것이다. 그 알고리즘만 투명하게 공개된다면야 누구도 그 정책의 투명성과 진실성에 의심을 품을 수 없으리라. 정치혐오는 곧 정치를 하는 인간의 불성실함과 부정함에 대한 혐오와 다르지 않기에, 사람들은 오히려 AI정치 시스템의 등장에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