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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민 케인 Apr 28. 2021

화폐는 결국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먼저 돈과 화폐의 차이에 대해 짚고 넘어가 보자. 돈이란 가치의 저장, 화폐란 가치의 매개이다. 화폐란 시대에 따라 변해온 것이나, 그것을 담보하는 것이 돈이란 것은 변하지 않는다.


돈은 왜 생겨난 것인가? 인간사회의 발전에 따라 원초적 욕구를 충족하는데 들어가는 노동력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잉여 노동력이 생겨나자 고차원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잉여 노동력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선 잉여 노동력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런 보상이 없다면 단순한 노예노동에 불과하기에 경제활동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잉여 노동력을 제공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주어 그 잉여 노동력이 생산할 수 있었던 추가적인 가치를 보상하는 것, 그것이 돈의 본질적 역할이었을 것이다. 즉, 돈이란 잉여가치를 의미한다.


반면 화폐란 무엇인가? 하나의 사회가 창출할 수 있는 총 가치, 그것을 담보하는 것이 화폐이다. 따라서 화폐는 돈이 아니다. 화폐는 돈의 대리자이다. 그렇다면 화폐를 주조하는 조폐국은 무엇을 근거로 화폐를 발행하는가? 국가의 생산성, 가치의 총생산량에 근거하여 화폐를 발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로 경제를 운용하는 관료들이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을 맞추려 하는 것이다. 국가가 성장하는, 즉 GDP가 증가하는 만큼 화폐가 발행되어야 창출된 노동력이 담보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상관성이 무너질 때 대체로 사회의 경제는 파괴된다.


하지만 2008년 경제위기 이후의 상황을 보면 세계적으로 너무나 많은 화폐가 풀린 나머지 화폐와 돈의 상관성은 이미 무너진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경제가 붕괴되지 않은 이유는 상위 소수의 부유층들이 댐처럼 쏟아져 나온 화폐를 모두 흡수해버렸기 때문이다.(게다가 그 정확한 규모는 언제나 불분명하다)


그들은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온 화폐를 전부 흡수하여 본래는 성장률에 따라  발행되었어야 할 미래의 화폐까지 자신들의 금고 안에 쌓아두었다. 세계적인 소득 양극화의 확대는 이것에 기인한 것이다. 부유층은 미래 후손들이 생산한 잉여가치까지 자신들의 금고 속에 저장한 셈이 되었고, 나머지는 그들의 화폐가치를 보존해주기 위하여 그들에게 저당 잡힌 잉여가치를 생산해줘야 하는 역할을 떠안게 된 것이다. 이것이 진정 문제인 이유는, 알다시피 빚을 져서 미래가 저당 잡힌 사람들은 결코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벌어들인 만큼 뱉어내야 하니 말이다.


 미래가 저당 잡힌 사회는 도박과 한탕주의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새로운 화폐를, 새로운 가치의 대리자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위조가 불가능하며, 투명하고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야 하며, 그 흐름에 따라 적절한 조치가 가능하여야 한다. 이 화폐의 도입으로 더 이상 지하경제는 존재할 수 없어야 한다. 이를 통해 국가는 국민들이 생산해낸 잉여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따른 정밀한 화폐정책이 가능해질 것이다. 즉 더 이상 과도한 수준으로 미래를 저당 잡아 현재를 착취할 수 없게 될 것이며, 한탕주의보다 건전한 가치 창출에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현재 그런 기술에 가장 가까운 것이 블록체인 기술이라고 생각된다. 위조가 불가하며, 장부를 공유하기 때문에 투명하며, 온라인 네트워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화폐의 흐름을 통제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많은 나라에서 이미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법정 디지털 화폐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며, 이것이 곧 화폐의 미래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또한 디지털 화폐의 도입에 박차를 가하여 사회에 만연한 화폐 불신 풍조를 쇄신하고 삶이 저당 잡힌 젊은 세대를 해방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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