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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혜 Dec 19. 2024

낮잠의 효력

 전업맘으로 살아서 가장 좋은 걸 꼽아 보라면, 단연 낮잠 잘 수 있는 특권이라 하겠다. 밤잠을 푹 자고서도 점심 먹고 나면 쏟아지는 피로와 졸음에 30분의 낮잠은 달디달고 달디달다.


 그런데 이번 주엔 낮잠을 못 잤다. 월요일, 화요일 연속으로 유치원 학부모 참관 수업이 있어 참여했고 아이들은 빨리 하원했다. 수요일엔 2시간짜리 소설 모임에 다녀오느라 잘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오늘. 오늘도 2시에 수영을 가면 낮잠 잘 시간이 없는 건데, 낮잠을 못 잔 탓일까. 해야할 일들은 가슴을 내리 누르는데 해낼 힘이 나질 않았다. 괜히 외롭고 어렵고 무겁기만 했다.


 설거지는 쌓여 있고, 빨래도 쌓여 있고, 저녁은 뭘 해먹지? 크리스마스 선물도 포장해야 하고, 교회 초등부 크리스마스 공연도 준비해야 하고, 예수님 가발과 수염도 착용해봐야 하는데, 하, 다 귀찮아.


 어제 남은 순두부찌개에 밥을 말아 간단히 점심을 먹고 설거지를 하는데 졸음이 밀려오는 게 느껴졌다. 여기까지만 헹구고 자러 들어가야겠어.


 25분 알람을 맞춘다. 5분이라도 적게 자면 괜시리 죄책감이 덜어지는 기분이다. 잠깐 눈을 감은 것 같은데 알람 소리가 들린다. 달게 잤다.


 희한하네.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가뿐하다. 우유를 렌지에 2분 데운다. 캡슐로 에스프레소를 내려 라떼를 만들어 마신다. 자, 빨래부터 개고, 영어회화도 틀어놓고, 설거지도 얼른 해야지.


 역시, 낮잠이 최고임. 힘들고 외로울 땐 낮잠을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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