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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앤 Aug 30. 2023

전업맘의 자아탐색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지 아이들이 금방 잠들었다. 아이들 사이에 누워 자는 척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누워 있다 보면 곧 잠이 들 것 같은 느낌이다. 누워서 잘까, 일어날까를 한동안 고민한다. 결국 일어나 나오면서 나는 왜 굳이 일어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는 위의 일들을 한다. 물론 저걸 다 하진 않고, 카테고리를 크게 잡으면 경제공부, 영어공부, 글쓰기, 독서, 신앙생활 정도다.


열아홉 살의 나는, 서른여덟 살의 내가 어떨지 상상도 못 했었던 것 같다. 그땐 대학이 인생의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대학에 가고 나니, 너무나도 많이 남은 인생에 어찌할 줄을 몰랐다. 어린 나에게 대학에 가라고 하기 보다는 네가 좋아하는 게 뭐고, 네가 재밌는 게 뭔지, 너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물어봐주고 가르쳐주는 어른이 있어야 했는데, 나는 그냥 대한민국 교육 시장의 호구였다는 생각이 든다.


스무 살에 시작된 자아탐구와 자아실현은 아직도 이어지는 중이다. 전업주부가 되고, 애엄마가 되었어도, 여전히 나는 지금보다 나은 무언가가 되고 싶고, 또 될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남이 정해주는 인생이 아닌 내가 개척하는 인생이 진행 중이다. 이것도 해 보고, 저것도 해 보고, 그 중에서 재미있고 내가 좋아한다 싶은 건 꾸준히 해 본다.


시간의 압박에선 서서히 벗어나는 중이다. 점점 뭔가 "빨리" 이뤄야 하는 건 없는 것만 같다. 삶은 생각보다 길고, 생각보다 짧다. 남보다 빨리 이룬다고 달라질 건 딱히 없는 듯 하다. 내 속도대로 가면 될 일이다.


그래서 오늘도 책상에 앉는다. 자는 것보다 더 재밌고 좋으니 일어나는 것뿐이다. 자는 게 더 좋을 땐, 하려고 했던 일들을 하지 않고 자면 된다. 오늘 안 한 건 내일 해도 될만큼, 지금 내겐 긴급한 일이란 없다. 그래서 감사하기도 하다. 전업주부라서, 애엄마라서, 보잘 것 없어 보일지라도, 내가 하고 싶은 만큼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언젠가 바쁘고 긴급하게, 어쩔 수 없이,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날이 올 수 있다. 그러니 지금은 이때를 누리자. 시시하지만 평화로운 내 삶의 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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