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니앤 Nov 06. 2023

「86년생 전업맘」 연재를 시작하며

1. 나를 위한 기록



「86년생 전업맘」의 연재를 시작하는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전업주부와 엄마로 살고 있는 나의 삶을 충실히 기록하기 위함이다. 


집안일 하고 가계부 쓰고 아이들을 돌보는 매일 똑같은 일상 같지만, 지금의 삶과 생각과 마음을 기록하는 건 값진 일이다. 먼 훗날 나에게도, 가족들에게도 30대의 나를 기억하게 해 주는 앨범 같은 글이 될 거다. 지금이 아니면 쓸 수 없는 빛나는 이야기들을 적어 나가고 싶다. 


이 글들은 내 삶의 역사가 될 것이고, 이렇게 쓴 삶이 나를 어떤 미래로 데려다줄 지 궁금하다. 이 글들이 미래의 어떤 시점에서 내 삶을 돌아봤을 때, 지금의 삶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지 평가하는 척도가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2. 엄마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나는 전업맘의 삶을 보거나 경험하며 자라지 않았다. 우리 엄마도, 이모들도 모두들 워킹맘이었다. 우리 엄마는 가난이 지독히도 끔찍하다는 걸 경험하며 자랐고, 가난만큼은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다면 만사 무탈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나는 엄마가 마련해 준 경제적 풍요 가운데서 정서적 결핍을 느끼며 자랐다. 엄마가 집에 있는 친구들을 부러워 했고, 언젠가 내가 엄마가 된다면 "Stay-at-home Mom" 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내가 엄마가 되는 걸 부담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모두 바치는 이상적인 엄마의 상이 형성되었고, 나 스스로도 그런 엄마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엄마가 되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주변에 나보다 일찍 엄마가 된 사람들에게 엄마가 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지, 엄마로서의 삶은 어떤 것인지, 엄마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지 묻곤 했다. 

그런데 그들의 대답은 내게 모호하기만 했다. 힘들지만 아이는 낳을 가치가 있다거나, 아이를 키우는 건 기쁨이라고 할 뿐이었다. 힘들지만 가치 있고 기쁨이 되는 일이라는 건 무엇일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내게 좋은 일이란 힘들지 않은 일이라는 등식이 성립돼 있어서였는지도 모른다. 결국 그 당시 선배 엄마들의 말은 내게 큰 도움이 안 됐다. 그냥 직접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수많은 후회와 안도를 오가며 경험으로 깨닫게 되었을 뿐이다. 

엄마의 삶은 시작하기 전까지 누구도 살아보지 못한 삶이다. 옷장 문을 열고 나니아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이 문을 열기 전에 나처럼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엄마의 삶은 어떨까? 이 문을 열어도 될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내 글이 구체적인 형태로 닿았으면 좋겠다. 






3. 후배 엄마들에게 



이제 나는 엄마가 되기 전 겪었던 시행착오를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중이다. 선배 엄마들의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듣고, 읽고 있다. 이 길을 앞서 간 선배들 중에 자기의 삶을 생생하게 남긴 이들이 있었다. 

나는 아직 미취학 자녀들을 키우지만, 학부모가 된 엄마들의 이야기는 나로 하여금 미래에 닥쳐 올 일들을 미리 예상하고 대비할 수 있게 해 준다. 아이의 사춘기를 겪은 엄마들도, 아이를 독립시킨 엄마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으며 마치 내가 그들이 된 양 간접적으로 살아보는 느낌이 든다. 이 생동감 넘치는 간접 경험은 미래의 나에게 양질의 영양분이 될 것이다.


여섯 살, 네 살, 두 아이를 키우고 전업 주부로 사는 나의 삶이 이와 같이 후배 엄마들에게 닿으면 좋겠다. 워킹맘과 전업맘 사이에서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전업맘의 삶이 이렇다는 걸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 둘째를 낳아야 하나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아이가 둘인 삶이 이렇구나 느끼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신생아와 돌쟁이를 키우며 영원히 자라지 않을 것 같은 아기를 보면서, 이 아기가 크면 엄마와 어떤 관계가 될지 궁금해하는 엄마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다. 






「86년생 전업맘」은 이렇게 나 스스로에게, 아직 엄마가 되지 않은 이들에게, 이미 엄마가 된 이들에게 가 닿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치원 가기싫어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