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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재숨 Oct 28. 2019

푸르거나 우울하거나 , 본 투 비 블루

Born to be blue (2015)

(스포주의)

2018.1.27

영화가 개봉했을 무렵, 재즈 트럼펫터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라이브 재즈 카페에서 일하고 있었다. 한쪽 벽면에 어느새 본 투 비 블루 포스터가 걸려 있었고 어둑한 푸른 조명의 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그렇게 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를 만났다.


한참 후에야 보게 된 영화지만, 영화를 보며 재즈카페와 사장님이 많이 떠올랐다.

Mood

전체적인 색감이 정말 취향 저격. 건조하지만 차갑지 않은, 아날로그적인 그런 복합적인 느낌.



Plot

영화의 첫 장면이 젊은 날 쳇의 연주 모습으로 그려진다.

흑백으로 연출된 장면은 쳇의 젊은 날, 즉 과거를 뜻한다. 그리고 그의 과거를 영화로 만드는 모습이 현재로 그려진다. 그는 전 부인의 역을 연기하는 여배우 제인과 사랑에 빠진다.


큰 싸움으로 앞니 대부분이 부서지게 된 쳇. 이러한 그의 리얼 스토리는 인상 깊어 영화를 보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입과 호흡이 연주의 생명인 트럼펫터에게 앞니가 없다는 것은, 피아니스트가 손가락을 크게 다친 것과 비슷했다. 사고 이후 주변의 가까운 이들 조차 그는 더 이상 트럼펫을 불 수 없을 거라 단정 지었다.


트럼펫을 연주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쳇. 하지만 음악을 포기한 아버지의 모습은 싫었고, 아버지는

아들의 음악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게으른 천재에서 180도 변한 그의 태도. 자신을 믿어주는 제인과 함께하며 잔혹한 악조건 속에서도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트럼펫과 한 몸인 듯 트럼펫을 놓지 않았다. 피아노, 베이스 같은 악기와는 다르게 휴대가 가능한 트럼펫. 그는 언제 어디서든 트럼펫을 다시 불기 위해 수 없는 연습을 했다. 그러나 주변의 잔혹한 말들은 계속된다.


그러나 잔혹한 말과 시선들 속에서 쳇을 버티게 해 줬던 건, 제인의 사랑.


그렇게 자신이 준비되었음을 느낀 쳇은 과거 자신의 조력자였던 프로듀서를 다시 찾아가 설득한다. 순탄하지 않았지만 그의 변한 태도가 프로듀서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의 또 다른 전성기를 위해 무엇보다 그를 지지하고 돕는다.


이 장면에서 기획자, 프로듀서로서의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음악과 아티스트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기본이 될 때 탄생하는 센스 있는 아이디어들.



힘겹게 다시 기회를 잡았지만, 그는 너무 큰 부담감에 압도되었다. 그가 자초한 어리석은 일로 곁에 제인도 없었던 상황. 그는 결국 다시 약을 떠올린다. 단지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하고 싶은데, 그것뿐인데.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들이 자꾸만 그를 주저하게 만든다. 그의 블루는 이러한 부담감, 불안함에서 더 진해진 걸까? ’ 제임스딘을 닮은 트럼펫 천재‘라는 이미지로는 예상하기 어려웠던 고난과 흔들림이었다.  


프로듀서가 마약 치료제를 건네주었지만 쳇은 마약이 그가 연주할 때 한 음 한 음 물들게 하고 자신감을 얻게 해 준다고 말한다.




관객으로서 그의 공연을 보게 된 제인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쳇을 너무나도 잘 아는 그녀라 그의 무대 위 모습을 보고 바로 알게 된 걸까? 결국 다시 돌아갔다는 것을. 아니면 '나는 사랑에 빠져본 적 없어 '라는 노래를 담담한 듯 진실하게 부르는 그의 모습을 보고 그는 결코 그녀의 남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하게 된 걸까.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다시 영화를 보게 되면 그땐 다르게 이해할 수 있을까. 기억에 남는 건 제인이었던 그녀의 감정, 표정, 대사가 깊었다는 것. 미묘한 표정 변화와 감정을 고요하고 매력적으로 잘 담아낸 그녀의 연기가 따스하고 깊었다. 엔딩 크레디트를 보니 Carmen Ejogo라는 배우였다.


제인이 공연장을 떠나고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라는 곡도 끝난다. 그리고 이어지는 'Born To Be Blue' 무대.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지금껏 회자되는 한 음악인의 삶을 한 시간 반 안에 녹여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의 교차 속에서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삶 속 장면들을 진하게 전한다.
본인의 방식대로 음악을 하는 것이, 음악을 계속해 나간다는 것이, 무대에 계속 설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어려워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그의 젊은 날.
그건 그가 어리석어서라기보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우리네 청춘들의 한 단상과 닮아있었다.

Chet Baker라는 삶을 따라가 볼 수 있는 영화.
영화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가 남긴 소리들을 귀가 아닌 가슴으로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cf) 에단 호크가 얼마나 쳇 베이커의 삶을 연구하고 생각했는지 , 그의 연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영화 '내 사랑'과 함께 연이어 그를 만나다 보니 그의 매력에 더 빠진다.  다시 '비포 선라이즈'를 꺼내보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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