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여름
"엄마, 빨리 찍어."
멋진 구름만 보면 환장하는 날 너무도 잘 아는 우리딸.
오늘은 하늘 올려다 볼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집에 걸어가는 길 아이의 재촉으로 올려다보고
"그래 이건 찍어야지"
하고 잽싸게 카메라를 켰다.
나는 왜이렇게 하늘에, 특히 구름에 집착하는걸까.
저 꽃 좀 봐.
저 나무 좀 봐.
하는 말은 잘 안하는데
저 달 좀 봐.
저 구름 좀 봐.
저 하늘 좀 봐.
너무 예쁘다.
이 말은 왜이리도 자주 하는 걸까.
핸드폰 사진첩에 아이들 사진보다 더 많은 게 하늘 사진이라니.....
나도 그 이유를 모르겠어서 매일 찍은 사진이 아까워서 브런치에라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의 달'이라고 제목을 붙여 문자로 달 사진을 전송하던 20대 초반의 감수성을 살리고 살려
현재에 집중하고, 내 호흡과 내 감성에 집중하고.
계절을 사랑하고 잘 살아내기 위해서-
오늘은 생애 최초로 마라톤 출전을 결심했다. 난생 처음 운동화를 사겠다고 백화점에 가보았다. 한 달 용돈 탈탈 털어서 런닝화를 구입했다. 누군가 이 신발을 신으면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했는데 그것까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구름처럼 가볍고 뽀얀 느낌은 맘에 들었다.
아는 동생에게 구입완료라고 착샷을 보냈더니
"언니 겨울양말 신었어?"라고 답이 왔다.
어쩐지 발이 너무 덥더라니.
언제까지 여름일건지.
그래도 여름 하늘은 변화무쌍해서 맘에 든다. 변덕스럽고 즉흥적인 내 마음처럼 뭉게 뭉게 분홍빛으로 물든 하늘이 오늘도 참 맘에 든다. 한여름이 지난 이제서야 아이들 손톱에 봉선화물을 들여준 게 약간 맘에 걸렸었는데 다행이다. 아직도 날이 덥다. 선홍빛 하늘을 아직은 좀 더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