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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영 Jan 04. 2021

들어가는 글: HCI란 무엇일까?

대학교 졸업 전 마지막 인턴을 마치며 받은 입사 제안을 거절했다. 


왜?


더 공부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부모님에게 어떻게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그것이 HCI에 대한 나의 첫인상이다. 



Human-Computer Interaction (HCI)의 한국어 표현을 찾아보니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이라는, 여전히 어렵고 번역기를 돌린 듯한 용어가 나온다. HCI란 실로 명쾌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포함하는 주제가 너무 많을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가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interdisciplinary)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각자의 경험 및 위치에 따라서 여러가지 정의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포괄적인 정의를 해본다면, 


HCI란 사람과 기술 사이에 필연적으로 생기는 상호작용에 대한 관찰이자, 이미 존재하는 기술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성찰, 그리고 앞으로 생겨날 기술이 가져야 할 특성에 대한 탐구이다. 



예를 들자면, 스마트폰이라는 기술은 채 10년도 되지 않은 시간에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HCI의 관점으로 스마트폰을 본다면, 사용자 경험을 비롯한 스마트폰의 디자인 및 제스처의 효율성 (관찰), 스마트폰으로 인해 생긴 긍정/부정적인 사회적 현상 (성찰), 그리고 앞으로 개발될 스마트폰이 가질 수 있는 새로운 기능 및 방향성 (탐구)까지, 연구자의 관심과 포지션에 따라 매우 광범위하게 다뤄질 수 있다.


HCI의 경계선이 모호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HCI의 매력은 바로 이런 "모호함"이란 딜레마를 겪으며 도출되는 다름의 인정과 소통이다. "경계선이 모호하다"라는 말은 역설적으로, 어떤 주제든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여러 가지 다른 시각이 존재함으로 인해서 서로의 시각을 객관적으로 비판하고, 필요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반영한다. 어느 한 분야의 고집스러운 전문성만 가지고서는 HCI 연구를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더 다양한 관점과 시각을 배우고,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발전하고 싶다. 내가 우직하게 "뛰어난 개발자"의 길을 걸으며 느꼈던 가려운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다. HCI 연구는 바로 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었다. 현재 지도교수님과 만난 첫 미팅에서, 지도교수님은 바로 이렇게 물어봐주었다. 


"그래서, 너는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니?" 


아직 아무것도 몰랐던 시기였기에 명확한 답을 제시했던 건 아니었지만, 회사에서 주어진 프로젝트를 부랴부랴 따라가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엄청난 해방감을 느꼈다. 


HCI라는 분야를 공부하면 할수록 배움은 끝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물론 다른 전문적인 분야를 깊게 공부하시는 분들도 비슷하게 느끼실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아직도 HCI가 뭔지, 나만의 경험과 철학이 녹아들어 간 정의를 찾는 중이다.





이미지 출처:

https://www.collegexpress.com/articles-and-advice/grad-school/blog/six-tips-potential-or-new-graduate-students/


https://world.edu/how-to-approach-an-inter-disciplinary-thesis/


https://www.cnet.com/news/best-phone-to-buy-for-2020-iphone-12-pro-samsung-galaxy-pixel-oneplus-5g-cam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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