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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구 Jul 07. 2023

MBTI, I알바생 특-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미소지기 바이브.

1화를 봤던 사람은 이상한 점 혹은 의문을 가졌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정독을 했다는 가정하게. 이 소설은 빽다방에서 겪은 일을 다루는 내용인데 면접을 더벤티에서 봤다는 거 말이지. 이 이야기의 중심 장소이자 내가 일할 빽다방은 이제 막 오픈하는 매장이었고, 면접일 때는 아직 공사 중이었던 거야. 그래서 면접을 더벤티에서 본 거고. 교육일이 돼서야 나는 처음으로 내가 일할 카페를 보게 됐어. 카페에는 나와 함께 일할 동료분들이 먼저 와 있더라. 그렇다고 내가 늦었다는 건 아니야, 다른 분들이 더 성실했던 거지. 우리 카페의 오픈 동료이자 개국공신은 '오픈(나), 마감, 주말 미들, 매니저님'이었어.


모든 구성원이 모이고 교육을 담당하는 주임님까지 도착하자 교육이 시작됐어. 몇 시간 정도 교육을 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아. 뭐 특별한 내용도 없었기도 하고. 그래도 조금은 기억을 더듬어 얘기하자면 각종 머신 다루는 법, 키오스크&포스 오픈 마감 하는 법, 음료 레시피 등등을 배웠어. 나는 오픈이니까 주로 머신들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머신을 세팅하는 법을 배웠어. 교육내용이 특별할 게 없어서 그랬는지 교육과는 무관한 부분에서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고 집으로 돌아갔어.


내게 충격을 준건 나와 동료들과의 나이차이였어. 위로 12살 이상 차이나는 사람은 자주 보고 대화도 했었지만, 아래로 12살 차이 나는 사람이라니? 아래로 12살 차이 나는 생물체가 내 세상에도 실제로 존재했고 바로 나의 동료라니? 그리고 그 생물체가 나와 같은 말도 하고, 일도 하다니? 정말 이 충격과 기묘함이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아. 이 충격은 부정하고 싶은 그리고 애써 부정해 왔던 '나이 듦'의 현실한테 가드없이 정면으로 가격 당했기 때문인 것 같아. 그리고 나는 이 충격적인 현실을 친구들한테 바로 중개했어.


"빽다방에 제일 어린 친구랑 우리랑 12살 차이나"

.

"예쁘냐?"

.

"예쁘냐?2222"

.

"꺼져"


내가 받은 충격과 이 기묘한 감정에 공감해 주는 친구는 없더라. 에휴 속물들, 에휴 무딘 녀석들. 충격을 뒤로하고 나는 곧장 레시피 공부를 시작했어. '얼죽아'로서 주문할 때는 몰랐는데 카페에 메뉴가 이렇게 다양할 수가 없더라. 더불어 '사람들이 정말 이런 음료를 주문한다고?', '이렇게 메뉴가 다양할 필요가 있을까?', '재고만 쌓일 것 같은데?', '그냥 아아 하나로 메뉴통일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와 같이 아주 자기중심적 오만한 사고까지 했어. 본격적으로 빽다방에서 알바를 시작하기 전까지 모든 사람들 나처럼 카페는 '아아'만 마시러 갈 거라고 생각했어. 여기에 조금 다양성을 추구하자면 따뜻한 차가 땡기는 사람들을 위해 차 몇 종류, 상큼하고 시원한 게 땡기는 사람들을 위해 에이드 몇 종류하고 끝.  


이런 자기중심적이고 오만한 생각에 사로 잡혀있으니까 수많은 음료의 레시피가 눈에 들어오겠어? 안 들어오지. '어차피 사람들은 아아만 먹을걸?' 그렇게 나는 '아아'만 잘 팔면 된다는 생각 하나로 건성건성 레시피를 보기 시작한 거야. 앞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하나도 모르고 말이지. 며칠 뒤 그렇게 자기중심적인 정신 상태로 드디어 첫 출근을 했어. 예상과 다르게 나는 사장님이 아니라 매니저님이랑 같이 일하게 됐어. 매니저님이랑은 한 3? 4주? 정도 같이 일한 것 같아.


그날 매니저님에 대한 첫인상? 기억의 파편들을 애써 뭉쳐 한번에 묘사하기보다 그냥 튀어나온 파편을 그때그때 묘사할게. 어쨌든 첫날 그리고 며칠 동안 매니저님에 대한 내가 느낀 첫인상은 그냥 나보다 조금 나이 많은 착한 형? 그리고 이 첫인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 매니저님은 나보다 위로 12살 그 이상 차이나더라? 그리고 착한 건 정확하게 맞았어. 내가 조금만 더 영약 한 사람이었다면 분명 매니저님의 저 성격을 이용해 볼까 하는 생각을 했을 거야. 어떤 식으로든 말이지.


착한 형 같은 매니저님과 일을 시작하고 첫 며칠은 대면대면 했어. 그 대면대면함이 섞인 침묵이 불편하지 않았고 나는 오히려 좋았어. 왜냐면 나는 파워 I거든, 그리고 내 생각에 매니저님도 I일 거야. 왜냐면 매니저님도 나처럼 흐르는 침묵과 정적을 애써 깨뜨리려 하지 않았거든. 아이바이 아이겠지만 나라는 아이는 내 속도로 인간관계를 맺는 걸 선호해. 그러니까 내가 쌓은 벽을 자기 맘대로 갑자기 허물고 들어오려는 사람을 굉장히 부담스러워해. '사회화'가 돼서 당장 그 사람 앞에서는 그 선 넘음을 다 받아주지만, 속으로는 더 견고하고 단단하게 벽을 쌓고 거리를 둘 준비를 한다는 거야.


'사회화'가 되기 전에 나는? 그때 나는 정말 사회부적응자 그 자체였던 것 같아.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겉으로도 '당신은 지금 내가 정한 선을 씨게 넘었습니다.'하고 인상 찌푸린 불쾌함 가득한 표정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들어냈어. 그래서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는 경우도 부지기수였어. 정말 지금은 많이 좋아진 거지. 어쨌든 나는 그런 아이였고, 매니저님도 나랑 비슷한 아이였으니 매니저님과 함께 있는 2시간 동안 첫 1주일은 업무적인 내용 외에 대화를 하지 않았어. 고독한 빽다방이랄까? 마치 업무 외 대화를 하면 강퇴당하는 그런?


어쨌든 매니저님에 대한 얘기는 이렇게 정리하고 본격적인 내 얘기를 할게.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나고 내 이야기 중심으로 흘러야 하니까. 첫 출근날부터 나의 마음가짐은 자신감 넘치고 단단했어. 이 자신감과 단단함의 근거는 CGV에서 1년 6개월 동안 일했던 경험에서 비롯됐어. 그러니까 내가 CGV에서 일했던 시절은 12년 전 최저시급이 4320원이었던 낭만이 넘치는 시절이었어. 당시 서비스업 근로자들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와 인식수준은 엄청 낮았어. 지금과 비교해서 말이지. 긍까 사람바이 사람이었지만 전체적으로 그 평균치가 굉장히 낮았던 시절이야.  


당시 대표적인 진상이라 불리는 손님들은 손에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으면 삿대질은 기본이었어. 근데 뭐라도 들고 있으면 그걸 고대로 알바생들한테 던지기 일쑤였어. 영화관이니까 잔돈이나 티켓이 날아다니는 걸 흔히 목격할 수 있었어. 손님이 집어던진 물건 중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가장 충격적인 물건이 뭐냐고? 나는 달콤한 팝콘이 제일 기억에 남아. 왜냐면 내 바로 옆 포스에 있던 동료가 겪은 일이기 때문이지. 영화를 다 보고 나온 고객이 팝콘을 들고 씩씩대며 우리 쪽으로 걸어오더라. 그때부터 느낌이 퐉 왔지. '야 뭔가 좆된 거 같은데?' 우리의 좆됨 감지기는 정확했어.


그 고객은 오자마자 팝콘이 눅눅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제대로 팝콘을 못 먹었다고 (기억이 분명하지 않지만 반절이상 먹었음. 그리고 당시 상영 중인 영화에 트랜스포머가 있어서 팝콘이 눅눅해질 겨를이 없었음), 아무래도 당신들이 오래된 팝콘을 준 것 같다고, 당장 팝콘을 교환해 달라고 소리를 지르더라.


진상 손님들이 이말년화백 인물화처럼 이마에 '나 진상' 이렇게 낙인찍고 다니는 거 아니잖아? 그러니까 어떤 손님이든 시작은 똑같이 매뉴얼대로 응대를 시작해야 해. 그래서 나의 동료 역시 매뉴얼대로 응대를 했어. 근데 동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곧장 팝콘이 날아왔어. 와- 진짜 사람이 그렇게 행동파일 수가 있나 싶다. 절충안을 내놓기 위한 중간단계의 감정이라고는 없었던 거야. 아 그 사람은 일단 집어던지는 게 중간단계였나? 뭐 어쨌든 팝콘이 날아다니는 순간을 시시티비로 지켜본 윗 직원들은 곧장 튀어나와서 사태를 수습하고 그 사건은 끝이 났어.


낭만의 시절에는 이런 일은 정말 비일비재했어. 그래서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눈물을 흘리는 미소지기 동료들을 보고 퇴근할 수 있었어. 내가 겪은 일화? 그건 나중에 차차 얘기해볼게. 자, 이런 낭만의 시절 낭만 가득했던 CGV에서 서비스업에 종사했던 경력(좀 오래된)이 있으니까 자신감 넘치겠지? 그렇기에 카페에 첫 출근하는 내 모습은 마치 관상의 이정재 등장씬이었어.


'어떤 진상이 와도 다 받아주마'


그리고 이 CGV발 자신감은 고객을 대하는 태도로 곧장 직결되더라. 그러니까 미소지기 시절 손님을 대했던 그 시절 바이브가 12년이 흘러도 그대로 발현됐다는 거야. 손님을 맞이하는 순간부터 손님이 나갈 때까지 말이야.


"안녕하세용, 빽다방입니다. :)"

"감사합니당,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당, 좋은 하루 되세요"


고독하기만 했던 사람이 손님만 들어오면 갑자기 돌변해서 하이톤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응대하고, 손님이 나갈 때는 교육에서는 시키지도 않았던 맺는 인사를 하는 거야. 이런 모습을 본 매니저님은 놀라더라. 근데 나는 이 태도가 미소지기로 1년 6개월 일했던 경력 덕분에 몸에 그냥 장착이 된 사람인 거야. 나의 이런 디폴트값 덕분에 지금까지 이 일을 즐길 수 있는 것 같기도 해. 왜냐고? 그건 다음에 얘기해 줄게 오늘의 얘기는 여기까지!


**이야기의 모든 내용과 등장인물은 상상에 기반된 픽션이자 가상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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