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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구 Jun 19. 2019

일간 크로스핏 : 내가 하고 싶은 노력.

네 탓은 하지 마.


난 가끔 눈물... 아니 나는 가끔 내가 하고 싶은 운동만 한다. 이에 대한 이유는 수만 가지가 있고 매번 같으면서도 다른 이유가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운동만 하는 날 이면 운동에 더 집중이 잘되는 날일 때도, 반대로 운동에 집중이 일도 안 되는 날일 때도 있다. 전자일 경우 집에 도착하면 꿀잠을 예약해놓을 정도로 평소 운동량의 배 이상 수행하기도, 평소보다 더 빠른 시간에 운동을 끝내기도 한다.



오늘은 운동 외에 최선을 다해야 할 다른 일이 많아 운동을 빠르게 끝내야 해 내가 하고 싶은 운동을 해야 했다. 이를 위해 박스에 도착하자마자 WOD를 확인하고 내가 하고 싶은 운동으로 채운 나만의 WOD를 계획하고 빠르게 수행했다. 그 과정에서 운동 전-후 시간으로 여유가 있는 이들이 다시금 부러워졌다. '나는 왜 이렇게 바쁠까?' 부러움에 사무친 질문 치고는 그 대답은 너무나 쉽게 나올 수 있었다.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군 전역 이후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원하는 곳에 취업과 이직을 하기 위해 3년-2년 그리고 이 순간까지 쉼 없이 내 나름 열심히 살아오고 있다. 그 열심히의 과정에서 내가 좋아서 하고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취업과 연결하고 계산하고 있는 나 자신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런 나 자신을 볼 때면 나를 향한 혐오가 머리 끝까지 차오르고, 부끄러워진다. 그렇기에 나는 매일 같은 꿈을 꾸고 있다. 원하는 곳에 일하기 위한 스펙과 스토리를 만들기 위한 계산과 생각을 잠시라도 쉬게 해 달라고, 하루를 뒤돌아보며 취업에 도움되는 성취를 한 게 하나도 없음에 더 노력하지 못했음에 졸음을 참지 못하고 있음에 원망하고 후회하며 잠드는 것을 그만두게 해 달라고, 하루만이라도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간절함을 놓게 해 달라고. 이 꿈이 로또에 당첨되게 해 달라는 꿈보다 조금 소박할 뿐 욕심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나는 지금까지 같은 꿈을 꾸고 있다.  


그렇다. 내 꿈을 이루기에 여전히 내 노력이 부족했고, 내 실력이 부족했고, 내 경험이 부족했고, 내 간절함이 부족했다. 실패한 모든 이유는 내 방탕한 생활을 해온 지난 내 책임에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내 모든 활동을 떠올리며 취업에 어떤 도움이 됐을까, 취업을 위해 어떤 활동을 더 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계산하고, 후회하고, 반성하며 자책하고 있다. 그리고 이 일련의 모든 과정은 항상 비슷한 결과를 도출한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노력만 하고 열심히 한다.. 그래서 안 되는 것이다.'


지난 시간 돌이켜 보면 높은 어학점수도, 그 어떤 자격증은 물론이고 공모전 수상, 인턴과 같은 취준생들의 통상적인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는 그 어떤 결과물도 이룬 게 없다. 하, 그들에 비하면 나는 놀기만 한 거다. 노력은 무슨 노력인가. 지금 내 수준에서 어떻게 노력했다고 당당하게 떠드는가. 이제 그만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노력을 접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근데, 지금까지의 노력을 미련 없이 놓을 수 있을까? 포기할 수 있을까?'


작년 요 맘 때였던 것 같다. 여자 친구와 동건이 형이 드라마 '슬기로운 깜빵 생활'을 극찬하며 추천해주었다. 과거였다면 하루면 정주행을 끝낼 드라마 분량이었지만 '내가 드라마를 볼 자격이 있을까?', '내가 드라마를 볼 시간이 있을까?' 같은 고민으로 맘 편히 시청을 시작할 수 없었다. 한 달 간의 고민 끝에 시청을 시작했고 정주행을 하는데 딱 고민한 시간만큼 걸렸다. 드라마에 나오는 김선수, 그리고 김선수와 슬기로운 깜빵 생활을 함께 하는 많은 등장인물들은 내게 많은 여운과 울림 섞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중 내게 가장 깊은 울림을 준 이야기가 있었고 - 지금 마침 그때와 같은 감정으로 그 이야기가 떠오른다.  



공시생: 제가 공무원 시험만 붙었어도. 이런 일 없었을 텐데. 하루도 안 쉬고 아르바이트하고 5시간씩 자면서 공부했는데도 합격을 못했어요. 시험만 붙었어도. 제 탓이에요.


김선수: 그러게 네가 더 노력했어야지. 열심히 했거든 나. 죽기 살기로 열심히 했거든. 내가 제일 열심히 했어. 다른 누구보다 제일.


공시생 : 근데 형, 저 진짜 열심히 살았거든요. 남들이 하는 거 나도 하고 싶은 거 그거 다 참고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저 공부만 하면서 진짜 열심히 살았거든요. 진짜 미친 듯이 일만 했는데 근데 왜 이래요? 저 뭘 더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김선수 : 더 노력했어야지. 네가 더 노력하고 최선을 다했어야지. 새벽부터 일하고 아르바이트도 5개씩 했었어야지. 밥도 먹지 말고 밥은 왜 먹어? 잠도 5시간 자지 말고 3시간만 잤어야지.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1년 365일 일만 하고 공부만 했었어야지.


공시생 :......


김선수 : 어떻게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사냐. 여기서 어떻게 더 허리띠를 졸라매. 어떻게 더 파이팅을 하냐. 최선을 다했는데 기회가 없었던 거야. 그러니까 세상을 탓해. 세상이 더 노력하고 애를 썼어야지. 자리를 그렇게밖에 못 만든 세상이 문제고 세상이 더 최선을 다해야지. 욕을 하든 펑펑 울든 다 해도 니 탓은 하지 마.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그러니까 7개월만 더 김선수의 대사, 드라마의 꿈같은 이야기를 믿어보고자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운동을 하듯, 내가 하고 싶은 노력만 7개월만 딱 해보자. 그리고 안되면 그때는 진짜 - 남들 이하는 통상적인 노력을 하자. 뒤도 돌아보지 말고, 미련 없이, 후회 없이. 이미 늦은 거 내가 하고 싶은, 내가 하고 있는 노력을 질려서 토할 때까지 해보고 시작하자. 지금 시각 새벽 3시 5분.


오늘의 일간 크로스핏.

2019.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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