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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구 Nov 30. 2019

일간 크로스핏 : 오랜만.

다시 시작하는 마음.

3박 4일간 일간 크로스핏도, 명구 책방도, 어깨너머로 읽는 책도, 취업도, 이직도, 다이어트도, 식단도 생각하지 않는 말 그대로 몸도 마음도 편안한 여행을 다녀왔다. 우선 식단과 다이어트 생각을 안 하다 보니 3박 4일 내내 삼시 세끼 기름 가득한 자극적인 중국음식으로 배를 채웠고, 그걸로도 모자라 매일 밤 손이 노래질 때까지 다디단 망고들을 학살하고 나서야 잠을 잤다. 더불어 3박 4일 내내 잡고 다닌 미한의 따뜻하고 몰캉한 손은 손은 여행 전 매일 잡던 거칠고 딱딱한 고철 덩어리 생각을 완전히 잊게 해 주었다. 


그렇다. '운동 안 하고 근육은 빠지고, 식단은 안 하고 살쪄서 후회하고 책임지는 건 미래의 명구가 짊어질 무게일 뿐이지 여행하고 있는 명구가 짊어질 필요는 없는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정말 거침없이 먹었다. 


더불어 매일 쉬지 않고 해오던 취업 혹은 이직을 위해 준비해왔던 것들과 명구 책방, 일간 크로스핏에 대한 생각, 고민, 걱정은 일절 내려놓았다. 단지 지금 오늘 미한과 함께 바라보고 있는 새로운 세상, 그 세상이 주는 새로운 행복만을 몸으로 느끼고 마음에 새기며 채우는 시간을 보냈다. 물론 그 시간만큼 통장은 텅장이 됐지만, 이것 역시 곧!! 취업이자 이직에 성공할 미래의 명구가 짊어지고 채울 짐일 뿐이었다. 


그렇게 여행이 끝이 나고 월요일이자-오늘이 왔고, 과거 명구가 내려놓았던 짐들을 다시 짊어지는 일상을 시작하는 하루를 맞이 했다. 기름진 음식과 달콤한 과일들로 몸이 무거워진 만큼 다이어트와 식단에 대한 걱정도 평소에 짊어지던 무게의 배가 됐다. 또 머리가 텅텅 비어진 만큼 채워 넣어야 할 정보와 지식 그리고 생각의 총량 역시 배로 증가했다. 짊어져야 할 그리고 채워야 할 것들은 배가 됐지만 미한과 함께 느끼고 새기고 채운 행복감으로 몸도 마음도 머리도 매일 익숙하게 반복됐던 지난날 보다 한결 가볍고 신선했다. 


가볍고 신선해진 몸과 마음 덕분에 WOD 시작 앞뒤로 마주한 사람들이 평소보다 더 반가웠고 그 반가움 덕분에 그들을 향해 더 들뜬 마음으로 인사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 들뜬 기분으로 평소보다 훨씬 수다스럽게 사람들을 향해 말을 먼저 걸기도 했다. 그들 모두 고작 5일 정도 못 봤을 뿐인데 말이다. 더불어 완벽해야 하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명구 책방을 채워나갈 새롭고 재밌는 이야기와 소재들을 구체화할 수 있는 시간도 보낼 수 있었다. 이제 정말이지 미루지 말고 실행해야 End game 단계이다.   


물론 일간 크로스핏을 쓰고 있는 지금 어떤 극적인 효과로 인해 글이 쉽고 수다스럽게 써지지는 않지만 일간 크로스핏을 쓰기 시작하고 글을 써야 한다는 행위가 익숙해졌던 지난 어느 날 보다 더 글을 가볍고 즐겁게 쓰고 있다. 물론 오늘의 일간 크로스핏 글쓰기를 끝낸 뒤 잠을 자고 아침에 눈을 뜨면 극심한 근육통과 피곤함이 찾아올 것이 분명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내일 찾아올 근육통과 피곤함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급하게 글을 끝내고자 한다. 더 이상 쥐어짜 내도 할 말이 없기도 하고 말이다. 뭐 들어온 게 있어야 쓰지,,, 어쨌든 오늘 내려놓았다 다시 짊어진 여러 짐들 덕분에, 가끔 이렇게 익숙한 것들과 한 발짝 떨어졌다 다시 시작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는 판단이 선다. 


축구 국가대표 이승우가 말했던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 말자'라는 교과서 같은 뻔하디 뻔한 말을 하고자 이러한 판단을 한 것은 아니다. 또 이러한 경험이 극적인 효과를 주어 익숙해져서 보이지 않았던 게 보이고, 안되던 게 됐다는 나처럼 평범한 사람에게는 허무맹랑하고 거창한 소년만화 같은 말을 하고자 이런 판단을 한 것도 아니다. 그저 휴식 뒤에 익숙하면서도 좋아하는 사람들을 다시 만나 좋았던 하루를, 좋아하는 것들을 다시 시작해 좋았던 하루가 이렇게나 소중하고 새로웠고 좋았음을 말하고 싶어 위와 같은 판단을 하고 글을 쓴 것뿐이다. 


내일은 분명 오늘과 같은 하루를 보낼 수 없음을 알기에 소중했던 오늘 이 하루와 새롭게 시작될 내일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를 지난 여행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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