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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구 Nov 29. 2019

일간 크로스핏 : 글 쓰기 기술

1. 뻔뻔해 지기.

매일 글감을 생각하고 글을 쓰며 문뜩, 내가 가진 글의 장점은 무엇일까 라는 의문을 가지며 자문해봤다. 가장먼저 떠오른 자답은 내 글은 굉장히 자유분방하다는 것이다. 자유분방한 이유에는 우선 이론적 '글쓰기' 공부라는 것을 해본적이 없고, 그런 비슷한 경험을 가져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 글을 쓴 후 참여자들과 서로의 글에대해 평가 혹은 비평 혹은 칭찬을 주고 받는 합평 모임도 가져본 경험이 없다. 그 때문에 무식하게도 내 문장이, 글을 잘 쓰는 건지, 못 쓰는 건지, 틀려먹은 건지, 맞아 먹은 건지, 통하는지, 안통하는지 모르고 유형도, 형식도, 틀도 없이 매일 내가 쓰고 싶은데로 써왔고, 쓰고 있다.


또 다른 한가지 장점을 꼽자면 '일간 크로스핏'을 연재하는 입장에서 어떤 소재를 가지고도 '크로스핏'이라는 주제에 맞춰 자유분방하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때로는 '이게 무슨 크로스핏이냐? 그냥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냐?' 라는 어처구니 없는 연관성에 대한 비판을 받을만한 크로스핏 글도 써지지만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비판이 찾아 온다면 나는 당당하게 맞설것이다. 


"이거 크로스핏 글 맞는데요? 답답하면 니들이 쓰던지" 라고 말이다. 


답답하면 니들이 쓰던지의 원조는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지'다. 이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지'는 우리나라 축구 구가대표 영웅 '기성용' 선수가 어렸을 때 싸이월드에 싸지른 글로 유명해진 문장이다. 당시에는 커다란 엿으로 얻어 맞을 만큼 굉장히 비난 받은 글이었지만, 요즘은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주는 사이다 같은 발언으로 많이들 응용한다. 


그렇다면 속을 뻥 뚫어주는 사이다, 이 사이다가 주는 청량감은 탄산때문일까? 레몬맛 때문일까? 나는 최근까지 당연히 탄산때문만일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중국여행을 다녀온 뒤로 내 당연함에는 조금의 망설임이 생겼다. 중국여행을 하며 대부분 중국 현지 음식을 먹었고, 현지 음식은 대부분 맛있음에도 불구하고 느끼했다. 때문에 식사를 할 때면 자동적으로 탄산음료가 마시고 싶어졌다. 하지만 중국사람들은 이상하게 느끼한 음식을 먹으면서 탄산음료가 아닌 레몬물을 마시는 것이었고, 나 역시 그들처럼 탄산이 아닌 준비된 레몬물을 마셨다. 그들이 주는 레몬물을 마실때면 탄산만큼은 아니더라도 입 안에서는 깔끔한 청량감이 느껴졌고 이 경험덕분에 내 당연함에 조금의 망설임이 주입된 것이다.


생각해보면 노란 레몬을 레몬 물이 아닌 날것 그대로 쌩으로 먹을때도 언제나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생으로 먹을때는 신맛이 주는 상대적인 고통도 동반하지만 말이다. '상대적'이라고 표현을 한 이유는 레몬 바이 레몬이겠지만, 레몬이 주는 신맛의 고통이 내게는 그렇게 크지 않고 맛으로써 즐길 수 있는 정도기때문이다. 신맛이 고통스러운 맛이기는 하지만 남들과 다르게 크게 고통 스럽지 않았던 신맛 때문에 레몬을 처음 먹었던 순간이 뚜렷히 기억난다. 


처음 쌩-레몬을 먹은 그날은 대학교 MT 벌칙의 순간이었다. 나는 벌칙을 받는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처음으로 쌩-레몬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큰 기대도 있었다. 그 기대감은 내가 보던 예능 프로그램에서 쌩-레몬을 먹고 그 신맛으로 인해 엄청나게 고통스러워하는 연기자들의 모습처럼 나 역시 쌩-레몬의 신맛으로 인해 연기자들 처럼 웃기게 보여질것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젠장, 그들은 연기자였고 나는 연기자가 아니었다. 전혀 연기자들이 보여주었던 고통스러워할 신맛은 아니었고, 나는 그 신맛에 실망을했고, 그 신맛은 오히려 입맛만 돋구아 주었다. 때문에 그날은 레몬에 대한 실망은 물론, 예능 연기자들에게 큰 배신감까지 들었고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됐다. 


그렇지만 서두에서 밝혔다시피 레몬을 통해 청량감을 느끼기 전 동반하는 고통은 사람마다 다르고 레몬마다 다르다. 마치 크로스핏처럼 말이다. 그렇다 크로스핏역시 크로스핏을 하는 사람마다 고통을 느끼는 정도와 빈도가 다르고, 수행하는 WOD마다 다르다. 레몬과 크로스핏은 고통의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뿐만 아니라 고통 뒤에 찾아오는 보상 역시 닮았다. 


고통 스럽고 신-레몬을 먹고 그 고통 뒤에 보상으로 얻는 청량감처럼, 어떤 고통스런 크로스핏 WOD를 끝내더라도 행복감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이 순간 고통뒤에 찾아오는 행복감과 만족감이 정-의심이 간다면 당장 집근처 크로스핏 박스로 가서 확인하기를 바란다. 대부분의 박스는 1일 체험이 무료니까 방문 확인에 대한 경제적 걱정도 부담도 없다. 하여튼, 크로스핏 박스에 도착한다면 현장에서 당신은 WOD를 끝내고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한 거친 숨을 쉬고 있는 크로스피터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크로스핏이 주는 이 행복감과 만족감은 느끼함 혹은 답답함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레몬처럼, 머리 속 답답하게 쌓여있는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시원하게 해소시켜준다. 물론 내 뇌피셜로는 러닝이든, 축구든, 수영이든, 골프든 그 어떤 운동을 하더라도 몸을 움직인다는 행위 덕분에 쌓여있는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것은 똑같다. 다만 글을 쓰고 있는 내가 크로스핏을 할 뿐인 것이고 그 때문에 크로스핏을 통해 스트레스를 어느정도 해소한다고 쓴 것이다. "그러니, 야 이 편협한 인간아 크로스핏만 스트레스 해소하냐?" 라는 비난은 삼가하기를. 

 

어쨌든 나는 오늘도 내 글에 대한 장점을 생각하다 뻔뻔하게도 크로스핏 글을 완성해버렸다. 정말이지 내 장점이 엄청나게 부각된 글임에 분명하다. 


2019.06.03

오늘의 일간 크로스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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