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tgrim Apr 30. 2018

안경 벗기, 여성성 벗기

-  당신 모습 그대로의 아름다움

몇 해 전, 여성 아나운서가 안경 쓰고 화면에 나온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화제라기보다는 논란에 가까웠다. 물론 반론의 여지는 있다. 안경 없이 아이라인 짙고 붉고 뽀얀 채도 조절이 잘 된 화장을 곱게 한 얼굴이 어쨌든 더 예뻐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의 지점은 예뻐 보이는 것이 “공공의 예의”, 또는 “여성 직업인의 자세”와 연결되어 있다는 지점에 있다. 자신의 연인에게 예쁘다는 소리 듣고 싶어서 벗은 안경과 직장에서 근무지에서 업무의 특성상 “예뻐 보여야 하는” 이유와는 엄연히 다르다. (세수조차 안 하고 얼굴에 빗질조차 안 한 모습으로 근무지로 간다는 것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에티켓의 문제니까 제외하고.)


아름다움과 여성성. 함부로 분리할 수도, 쉽게 이어 붙여서 이야기하기도 어려운 숨겨진 담론들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강요 받기도 했지만, 여성인 우리 스스로가 벗어내지 못한 면도 적지 않다.


예쁘다는 말을 듣고 싶은 기본적인 욕망, 여자인 나도 없다 못한다. 이런 마음을 단순 사회적 학습에 길들여진 탓이라고 “퉁” 치기엔 아쉽다. 여자는 분명히 “예쁘면” 여러 면에서 좋다. 그런데, 사실 이미 모든 여자는 넘치게 아름답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수컷들이 화려하고 아름답다. 암컷과의 짝짓기를 위해 최대한 화려한 색과 깃털, 모양, 소리 등으로 자신을 과시해야만 선택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물의 세계에서 원하지 않은 “성관계”는 없다. 동물들은 강간하지 않는다.

그런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유일하게 여자가 남자보다 꾸미면서 예뻐야 한다고 여겨왔다. 물론 수천년 동안 이어진 ‘남성 지배적 사회 구조’의 원인이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나는 여자가 사실은 남자보다 예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성기가 외부로 드러난 남자의 아름다움은 즉각적이다. 표피 밑으로 바로바로 보이는 미세근육에서 단백질의 건강함을 뿜어대며 조금 더 오래 뛰고 지탱하고 붙들 수 있도록 설계된 그들의 큰 뼈가 주는 단단함은 그 자체로 부서지지 않은 아름다움이다. 대신 모든 것이 조금은 노골적이고 외향적이다.

.

반면에 모든 성기와 성감대가 몸 안으로 숨은 여성은 해부학적으로는 남성보다 약하게 설계되어 있으나 유전학적으로는 우성이다. 매달 부풀었다 줄어들기를 반복하는 자궁벽과 유방은 다음 세대를 위해 견뎌야 하는 인내심과 강인함을 훈련시켜 왔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여성의 몸에 고인 피가 매달 밖으로 배출될 때마다 냄새도 함께 퍼진다. 여자는 자신도 모르게 어떤 “체취”를 갖게 되니 이것은 남성들에게는 결코 있을 수 없는 무기다. “향기 나는 여자”의 아름다움. 그것은 보이지 않은 깊은 “안”에서 “밖”으로 붉어져 나오는 빛의 에너지다.


벌과 나비를 불러오기 위해 꽃이 예뻐진다고 보는 건, 직립보행하는 인간의 시각적 시선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상의 종족 번식의 양태와 스타일은 우주 별만큼 많고 다양하니까, “남자를 위해 여자가 한창 예쁘다”는 시선 따위는 이제는 정말 퇴화 시켜도 될 때다.


누군가가 예뻐 보인다는 말을 우리 말에 “제 눈에 안경”이라고 했다. 안경을 쓰고 보는 세상. 그 세상이 쓰는 안경으로 인해 달라진다는 말이다. 정작 “안경”을 쓰면 안 되었던 구역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성들은 꽤 오랫동안 안경을 벗어야 했다.


이제 여자 스스로 마음의 안경을 벗어도 좋을 것이다. 우리는 몸 깊은 곳에서부터 이미 충분히 예쁘다. 안경 벗음이 주는, 매끈한 S라인 주는, 보형물로 올려 세운 유방 끝 젖꼭지가 주는 아름다움만 아름다움이 아니다.


여자, 그대는 이미 매우 자존적이다. 

이미 당신은 여성이라는 것만으로도 예쁜 사람이다.

  

  


 여성은 안경 쓰고 뉴스 진행하면  되나요?” 기사 링크: 
 
http://www.sisapress.com/journal/article/175038



Christina Aguilera - Beautiful 

 https://youtu.be/eAfyFTzZDMM 


작가의 이전글 한 걸음 내딛기 위해 필요했던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