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가수 제진의 귀환
(* 유혼(幽魂): 영혼(靈魂)이 육체(肉體)를 떠나 부유(浮遊)함)
대만 가수 제진의 <늑대 (狼)>을 아십니까?
가수 제진(齐秦, Chyi Chin 1960~)은 80년대와 90년대 초반까지 대만, 홍콩은 물론 중국 본토에도 많은 팬들이 아꼈던 가수입니다. 그런데 그의 유명세는 당시 영화 <천녀유혼(倩女幽魂)>으로 세계적 스타 반열에 올랐던 왕조현(王祖賢 Wang Zuxian, 1967~)의 연인이었던 탓도 작용했습니다. 둘이 결별한 후 한동안 대중들 앞에 잘 나타나지 않았던 제진은 작년에서야 그동안 24살 연하의 아내 사이에서 딸을 낳고 행복한 일상을 누리고 있었다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모든 곡을 작사, 작곡, 편곡하는 대만의 싱어송라이터 제진의 음악성보다는 대중스타로서의 면모만이 부각된 점이 개인적으로 아쉽습니다. 음악이라는 장르에서 놀아야 하는 아티스트가 세간의 이목과 입방아, 파파라치의 등살 시달리며 산다면 그는 뮤즈(Muse)를 잃어버리고 날개도 퇴화되어 대중의 “피에로”로 전락할지도 모릅니다.
1997년 12월, 중국 서안에 살던 나는 이른바 “외국인 노래대회”였나 뭐 그런 류의 타이틀을 가진 대회에서 대만 가수 제진 의 노래 <늑대 (狼)>를 불렀고, 아마도 동상인가를 받았던 것 기억합니다. 그 해 겨울, 한참 청춘의 한 복판에서 뜨거운 치기를 함께 쏟아내주었던 일본인 친구와 겨우내 늑대 울음 같은 노래를 질러 댔었지요.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혼란스럽지만 자유롭고, 가장 추웠지만 뜨거웠던 시절.
제진의 <늑대 (狼)>는 독특한 곡입니다. 특히 전주와 후반부의 일렉트릭 기타는 늑대 울음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습니다. 그의 곡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던 중 흥미로운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이 곡은 은연중에, 중국 북방 초원을 다스렸던 돌궐족 (투르크)의 낭생설화(狼生說話) 아사나(阿史那, 투르크어로 ‘늑대’란 뜻)의 이야기와 이어집니다.
『기생수』로 유명한 일본 만화가 이와아키 히토시(岩明 均, いわあき ひとし)의 『히스토리에』에 등장하는 스키타이 종족에서 이어지는 이들 북방 유목 민족, 그리고 다시 우랄알타이어계의 한 줄기를 타고 한반도, 또 일본으로 이어지는 어떤 유전.
“아! 그래서였나”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1997년 그 해 여름에 찾아간 몽고 초원에서 끔찍하게 많은 별들을 보며 참을 수 없던 눈물이 났던 이유가... 하루 반나절을 말을 타고 달렸지만 눈앞의 풍경은 산이 없는 건조하고 시린 초원뿐인 그곳에서 죽어도 좋다며 몽고의 독한 술을 내 안에 부었던 이유가.... 내 안에 저들의 DNA가, 그 시린 두 개의 이빨을 번득이며 목 놓아 울었던 늑대가 있었음을.
<늑대 (狼)>
狼 (역: 송주영)
나는 북쪽에서 온 한 마리 늑대, 이 광활한 시린 벌판을 걷고 있네
얼어붙은 북풍을 마시며, 먹먹한 갈색 사막을 달려왔노라
나는 시린 내 이빨을 악물고 목청껏 부르짖으며 이 고통을 견딜 뿐,
저 전설 속 아름다운 초원, 그 꿈을 누구도 막지 못하리.
我是一匹來自北方的狼 走在無垠的曠野中
淒厲的北風 吹過 漫漫的黃沙掠過
我只有咬著冷冷的牙 報以二聲長嘯
不為別的 只為那傳說中美麗的草原
흥미로운 읽을거리들
초원에서 피고 진 돌궐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32&aid=0002020961
“덕수 장씨, 경주 설씨, 임천 이씨, 상곡 마씨가 위구르계 귀화 성씨”
http://www.opinio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