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찍찍 쥐 먹방)
쿡스토브 사용자(end-user)는 쿡스토브 탄소배출권 사업에 있어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아무리 좋은 쿡스토브를 보급한들, 사용자들이 적절한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쿡스토브 보급 이후에도 반드시 정기적으로 현장을 살펴보고 보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적인 접근을 넘어, 감성 측면에서 쿡스토브 사용자들의 마음을 얻어내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사업은 결국 사람 간의 일이다. 쿡스토브를 보급/판매하는 사업자에 대한 호감이 형성되면 충성 고객군을 유지하는 데에 분명 도움이 된다. 반대로, 사업자가 비호감이면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입혀 사업의 성과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미얀마 사람들은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에 매우 우호적인 편이다. 나도 모르는 한국 배우나 가수 이름을 줄줄 대고, 저녁에 삼삼오오 모여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시청하는 일은 미얀마에서 일상이 되었다. 이러한 환경 덕에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 사업가들이 일종의 'K-버프'를 받는 일이 부지기수가 되었다.
혜택을 받는 만큼 매사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해외에 나가면 모두가 '민간 외교관'이다. 외국인들의 경솔한 언행은 금세 현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출신지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형성되곤 한다. 이러한 현상은 인터넷과 SNS 보급으로 더 빠르고 빈번해졌다.
특히 한국인을 만날 기회가 적은 쿡스토브 사용자, 즉 미얀마 시골 주민들에게는 한 번의 만남이 끼치는 영향이 크다. 내가 만나는 시골 주민들은 수많은 미얀마 사람 중 일부이지만, 그들에게는 내가 유일한 한국인으로 기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짧은 현장 경험으로 미뤄 보면, 주민들의 호감을 사기 위해선 그들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고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말은 거창해 보이지만 그리 어렵지 않다. 그저 잘 웃고, 잘 먹으면 된다!
아무리 현장이 덥고 험하다고 굳은 얼굴로 나타나면 누가 좋아할까? 흔히 미얀마를 미소의 나라라고 부르곤 한다. 그만큼 웃음에 후한 사람들이 많다. 미얀마 시골주민들은 대부분 외지인들을 웃으며 환대하곤 한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혼자 인상 쓰고 있으면 한국인에 대한 첫인상이 좋게 남을 리 없다. 쿡스토브를 사용할 때마다 그 인상 나쁜 한국인이 떠오를 것이고, 쿡스토브에 애착을 가져줄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다.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음 직한 일이다.
시골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한국인을 보는 게 신기한지 사진 촬영 요청을 종종 받곤 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쿡스토브 보급 행사 땐 쉴 새 없이 사진 요청을 받는데, 어느 날은 볼 근육이 아플 정도로 계속 미소를 짓는 바람에 스타의 삶(?)을 간접적이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또 미얀마 주민들이 차려주는 음식은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먹었다. 현장을 돌아다니다 식사 시간이 가까워지면 서로 자기네 집에서 밥 먹고 가라고 붙잡히곤 했다. 식사 시간이 아니더라도 손님이 방문하면 따뜻한 녹차와 간식을 내오는 것이 이곳 문화였고, 짧은 시간 동안 먹거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부족한 살림에도 이방인에게 베푼 호의를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단연 쥐고기이다. 여느 때처럼 일정을 마치고 마을에서 점심식사를 하던 도중, 주민 중 한 분이 한번 먹어보라고 갈색 큐브 모양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건넸다. 이게 뭐냐고 묻는 질문에 그 주민은 '찍찍' 소리로 답했다. 나는 이건 안된다고 고개를 저었지만, 기대에 찬 그들의 눈빛을 거절하지 못해 결국 큐브 몇 조각을 입에 넣었다. 다행히 맛은 닭고기와 비슷해 그 자리에서 음식을 뱉어버리는 참사는 피할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미얀마 프로젝트를 통해 어떻게 사업에 임해야 하는지 배웠던 것 같다. 사업은 절대 혼자 힘으로 일궈낼 수 없다. 사업을 통해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히게 되며, 그들과의 신뢰 관계가 사업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신뢰를 쌓는 데엔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고, 나 같은 경우에는 오지에서도 잘 웃고 잘 먹으려 노력했다. 지극히 단순하지만 어느 사업이든 간에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