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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 Feb 26. 2023

주니어 디자이너의 원온원 성장 기록

지난 1년, 14번의 원온원을 통해 배운 것들

2월 어느 저녁,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를 받았다. 전 직장의 동료분이었는데, 지금은 우리 둘 다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한 상황에서 종종 근황을 주고받다가 나의 지난 회고글을 읽어주시고 원온원 경험을 물어보신 것이다.



주니어 디자이너로써 두 번째 회사에서 원온원을 처음 접했다. 나에게 매니저가 생긴 것도 처음이었고, 한 달에 한 번 매니저와 하는 원온원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매뉴얼이 없어서 처음엔 꽤나 좌충우돌이었다.

내가 원온원을 잘 꾸려나가고 있다고 생각을 못했는데 동료분께서 물어봐주신 덕분에 그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할 수 있었는지 돌아봤다.


밑에는 내가 동료분께 보낸 답장을 그대로 글로 적었다.


소연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러게 곧 봄이 올 것 같아요!

회고글을 읽어주시다니 감사하고 부끄럽네요. 제가 잘 꾸려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소연님 덕분에 한번 복기해 볼게요!




저희 팀은 monthly로 월마다 진행해요. 마침 오늘 1:1을 했는데 딱 14번째네요!


입사~ 6개월까지는 매니저가 잘 보여야 하는 상사라고만 생각해서 원온원이 부담스럽고.. 아무 말이나 하면 안 될 것 같아 심리적인 장벽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원격으로 주로 만나다 보니 친해지는 속도가 더디기도 했고요. 제가 준비해 가지 않으면 주로 받는 질문은 ‘요즘 일 어때요?’ ‘요즘 일 말고는 어때요?’ 이 두 가지였는데, 이때까지는 매니저께 완전히 솔직하게 얘기하기가 어려웠기에 친분을 쌓는 것도 아니고 업무에 대한 생산적인 얘기도 아닌 애매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는 자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한참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하던 일들이 중단되고 일에서 재미를 못 찾던 시기가 있었어요! 소연님 성수에서 만날 때쯤.. 제가 채용공고 찾아보고 그랬잖아요.ㅎㅎ 링크드인이나 브런치, HBR 이런 데에 이직 관련 자료를 (n년차 이직, 적정한 보상, 다른 기업은 어떻게 일하는지, JD 등) 찾아보면서 회사 생활을 하고 경력 발전을 하는 방법 자체를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결과적으로는 제가 주체적으로 제가 가진 문제를 찾고 해결방법을 고민해 회사에서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커리어를 만들어가야 하고 그를 위해 매니저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가 커리어에서 필요한 부분과 지금 회사에서 아쉬운 부분을 정리하고 다른 회사들을 리스트업 해서 제가 원하는 조건에 부합하는지 일일이 표로 비교했는데, 저희 회사가 저에게 가장 잘 맞는 회사더라고요.


마음이 떴다 돌아온 걸 계기로(ㅋㅋ) 제가 필요로 하는 회사의 조건이 뚜렷해졌고, 회사에 요구하고 싶은 것들이 생겼어요. 그 사이 시간이 흐르면서 신뢰가 쌓이고 매니저와 심리적으로 가까워져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게 되었어요. 저도 저의 상황을 공유하고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고 매니저께도 감사함을 더 표현하려고 했어요.




도움을 받았던 책은 이 두 가지인데요!


<실리콘밸리에선 어떻게 일하나요>

저는 매달 돌아오는 원온원의 안건을 제가 준비해 가야 한다는 것을 몰랐어요. 저희 매니저도 매니저가 처음이라서 저도 공부하면서 더 좋은 방향이 있다면 조심스럽게 제안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이 책에서는 원온원이 잘 활용되고 있는 미국 빅테크 메타(구 페이스북)에서의 사례와 가이드를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매니저는 저에게 일을 시키는 존재라기보다 제가 가진 어려움을 줄여주고 저의 경력 발전을 위해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 실제로도 많이 느꼈어요.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팀장의 관점에서 일을 잘하는 법에 대해 나와있는 책이었는데,  제가 있는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하면서 제 매니저의 입장, 그리고 조직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팀에 기여하는 팀원이 되기 위해 어떤 게 저희 팀에 좋은 방향일지, 어떻게 서로가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며 즐겁게 협업할 수 있을지 고민들이 남아있지만 어느새 이 고민을 매니저, 그리고 저희 팀원들과 상의할 수 있을 만큼 서로 신뢰하는 팀이 된 것 같다 느꼈어요.




업무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를 물어보셨는데 그게 특정 시기에 업무가 과다하다던지, 특정 업무에 대한 아이데이션이나 디자인적 스킬이 필요한 문제라면 매니저께 요청드려 바로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게 아니라 커리어의 방향성이나 회사 생활에 있어 근본적인 문제라면 제 선에서 어려움과 필요로 하는 점, 아쉬운 점들을 정리하고 매니저와 공유하면서 같이 해결방법을 찾았어요. 그리고 그 아이디어가 기획으로 발전이 되면 팀의 OKR로 반영이 되도록 리더십 쪽으로 올라가요! 해결이 안 되면 다른 일들에 바빠 어느새 백로그로 넘어갔는데 이는 우선순위가 낮은 일이라고 이해를 하게 되었어요.


매니저께 조언을 구하기 어려운 종류의 고민들은 업계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관점을 얻으며 답을 찾아가거나, 저의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업무 외의 공부를 더 해보거나, 다른 회사에 지원을 하면서 직접 부딪치며 배워보기도 했어요.




구체적으로 제가 매니저와 상의했던 고민들은 아래와 같았어요.

제가 못하는 영역의 업무 비중을 줄일 수 있으면 좋겠다. 대신 효율이 나는 다른 업무의 비중을 늘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다른 팀이랑 더 많이 협업하고 싶다. 특정한 일은 저희 팀과 협업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그렇게 제안해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하던 프로젝트가 중단돼 의욕이 꺾였는데 더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있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연봉을 얼마만큼 올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 올해의 퍼포먼스에 대한 피드백과 기대치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다.


원온원을 통해 업무의 범위를 조정하고, 필요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느낀 점이 있는데요, 팀에 도움이 되면서 동시에 저의 역량도 키울 수 있는 일에 대한 제안을 지지해 주는 문화를 가지고 있고, 좀 더 자유롭게 각자의 의견을 낼 수 있는 문화를 같이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기본적으로 맡은 일을 잘 해내면서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조금씩 제안해 보면서 이건 되고 이건 안되는구나 하나씩 확인하고 있는 중이에요. 요즈음은 버짓 때문에 프로젝트를 시작함에 있어서 아주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입사할 때 제게 기대했던 일들보다 저의 일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곳인 것 같아서 만족하며 다니고 있어요.  


돌아보니 무언가 확고하게 필요한 게 있거나 불만사항이 있거나 제안하고 싶을 때 1:1을 잘 활용했던 것 같고, 그렇지 않을 때는 매니저와 서로의 근황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 대 사람으로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어요. 오늘의 1:1이 그랬는데 그렇게 쌓인 신뢰와 상호 이해가 업무를 하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쓰다 보니 엄청나게.. 길어졌는데 소연님은 어떤 고민이 있으신지, 지금 팀에서는 어려움을 어떻게 다루고 계신지, 어떤 지원을 받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이날 저녁, 동료분과 줌 미팅을 하면서 2시간이 넘게 서로의 일 고민에 대해 나누었다. 실은 요즘 글을 쓰면서 에세이 성격이 강한 나의 글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기록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는데, 1년 남짓한 경험이지만 나눌 수 있어서 감사했고, 사소한 소재의 글이라도 지금처럼 꾸준히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전에 인스타그램에 기록했던 <실리콘밸리에선 어떻게 일하나요>의 인상 깊은 구절 몇 가지를 적으며 글을 마친다.


1.
매니저와 하는 원온원의 안건은 내가 만들어간다. 내가 요청한 시간이기 때문에

2.

좋은 피드백의 원칙: 투명성(솔직함과 진정성), 시의성(늦지 않게), 공정성, 친절함, 실행가능성(해결에 대한 제안)

3.

자신의 상사 한 사람에게만 의지하기보다는 상사에게 받을 수 있는 도움과 없는 도움을 구별하고, 없는 부분은 다른 곳에서 찾도록 한다. 상황에 따라 팀장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다른 자원의 도움을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회사 내 다른 리더 연결 등) 한 사람에게서 모든 문제의 답을 찾는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른 자기만의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4.

매니지업: 업무에 관련한 기대치와 피드백을 관리하며 업무 성과를 보증한다. 일의 진행상황과 주요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커리어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5.

상사에게도 칭찬은 필요하다. 상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피드백을 줄 때 칭찬과 고마움을 자주 표현하는 습관을 갖자. 그런 피드백을 자주 줄수록 상사도 자신의 강점을 더 키우며 성장할 수 있는 값진 기회를 얻게 된다.

6.

강점 기반의 업무분담, 즉 강점기반 문화는 조직의 성과에도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강점은 단순히 잘하는 것이 아닌 즐기는 것이다. 즉 강점에 맞는 일은 오랜 시간 지속했을 때 에너지가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충전되어야 한다. 자신의 강점을 발견한 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자신과 비슷한 강점을 가진 리더를 찾고 롤모델로 삼는다. 그 리더가 어떻게 자신의 강점을 잘 활용해 결과를 내고 성장하는지 관찰하다 보면 나만의 강점을 기반으로 한 성장 방향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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