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골(反骨)

Cinema : 탑건 시리즈

by Telos

개인적으로 《탑건 1》은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스토리의 개연성과 플롯 구성, 전하려는 교훈 모두 동시대 다른 영화에 비하면 아쉬움이 크다. 강렬한 미국적 정서(속된 말로 미국 뽕)를 담은 청춘물 정도로 치부될 만하다. 액션에 대한 연출과 투자는 준수한 편이지만, 솔직히 지루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중학교 2학년 중간고사가 끝나고 탑건을 본 후의 여운을 아직도 기억한다.



왜 그랬을까. 분명한 건, 액션 장면이 아니라 캐릭터와 그들 간의 갈등 때문이었다. 나는 영화를 볼 때 늘 “내가 저 상황에 처한다면?”, “저 인물이 저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 인물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등을 곱씹으며 간접경험의 통로로 삼는다. 그런 면에서 나는 매버릭(maverick)과 닮았다. 부모님이 “넌 괴짜야”, “반항아 기질이 있어”라고 말씀하셨던 것, 형식과 절차보단 실질과 효율을 따지는 자신의 모습은 분명 매버릭과 겹친다.



매버릭은 전형적인 반골(反骨)이다. 자신이 납득하는 이유가 없다면 규칙과 절차 그리고 권위에 복종하지 않는다. 되려 이들을 어기고 자신의 본능대로 움직이려 한다. 이러한 매버릭의 반골 이데올로기는 아이스맨의 냉철한 원칙주의와 충돌한다. 아이스맨은 규칙과 절차를 중시하며 동료 전체의 피해를 극소화하는 ‘최소극대화 전략’을 택한다. 반면 매버릭은 자신의 본능과 직관에 따라 과감히 돌파구를 뚫어내는 ‘이단아’다. 둘 간의 충돌은 단순한 성격 차이를 넘어, 군 조직이 필요로 하는 리더십의 본질을 다채로운 각도에서 재조명한다.



《탑건 1》에서의 두 인물 간 대립과 화해는 헤겔의 변증법을 연상시킨다. ‘정’으로서의 아이스맨의 질서와 ‘반’으로서의 매버릭의 반항이 부딪치며, 끝내 ‘합’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클라이맥스에서 두 조종사가 서로를 부둥켜안는 모습은 이 균형과 조화를 상징한다. 어디보다 권위적인 군조직에서의 원칙주의자도 결국 반항성과 자율성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후 36년의 세월이 흘러 돌아온《탑건: 매버릭》에서 그는 분명 한층 성숙해졌다. 구스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은 반골기질을 보다 다듬는 계기가 되었고, 여전히 본능을 따르되 때로는 상관의 명령에 순응하며 팀을 지키는 책임감을 보여준다. 결국 《탑건 1》의 거친 야수성과 《탑건: 매버릭》의 정제된 성찰이 맞닿는 지점에 서게 된 것이다.



“규칙을 따르겠는가, 규칙에 반하는 양심과 신념을 따르겠는가?” 매 순간의 기로에서 나에게 묻는 질문이다. 규칙은 수백 년의 경험칙을 담은 파레토 효율의 울타리이고, 파괴는 그 울타리가 간과한 가능성을 찾아내는 돌파구이다. 최선의 답은 이들의 적절한 조화에 있을 것이며, 이는 결국 행동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



오늘도 매버릭처럼 비행 간극을 가로지르며, 나는 그 질문에 답을 찾아 나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