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적립 하시겠어요?
“아니요.”
남자는 얼굴 색깔이 스멀스멀 빨간 빛으로 변하며 포인트를 적립하겠냐는 점원의 물음에 조용히 ‘아니요.’ 라고 대답했다. 점원이 그를 보았을 때는 매뉴얼대로 물어봤던 자신의 포인트 적립 이야기가 그의 얼굴 색을 변하게 한 건 아닌지 갸우뚱 했다.
남자는 자신의 뒤편에서 1초라도 빨리 계산을 하고 싶어 하는 결제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도 용납이 안되었다. 결정적으로 욕심을 내서 포인트를 적립하겠다 해놓고 만약에 포인트에 가입이 안되어 있다면 그 참사는 그 남자가 감당할 수 있는 그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남자의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 생각없이 서있겠지만 그는 뒤에 있는 그 사람이 마치 자신이 일하는 모니터를 바라보는 상사처럼 불편하게 느껴졌다.
CCTV안의 그들의 모습은 장보기 비용에 관한 뉴스를 보는 것처럼 평범했지만 그 남자의 심장은 100m 달리기를 마친 올림픽 선수처럼 쿵쾅거렸다.
그 남자가 아무것도 아닌 이 상황에 두근두근함을 넘어선 심박수를 기록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이다. 어렸을때부터 부모님께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말라는 이야기에 항상 훌륭한 사람이 아니 그냥 위인처럼 위대한 사람이 되길 알게모르게 계속 압박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자신에게 대는 잣대는 끝도 없이 높아지는 여름날의 기온과 같았고 그런 잣대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되곤 했다.
이는 그를 계속 괴롭혔다. 직장에서도 상사에 대한 그의 엄격한 기준으로 상사들은 모두 빌런이 되었고, 꼬투리만 잡고 무시하고 또 무시당했다. 상사들은 그가 호랑이 이고 싶어하는 새끼 고양이처럼 보였다. 자존심만 센 외로운 새끼 고양이 말이다.
이런 그의 마음상태는 그를 옥죄인다.
계산대에서 5초가 그리고 그의 뒤에 있는 그 사람은 마치 그와 같았다. 참을성이 없는 그 남자는 길게 늘어선 줄에서 포인트 적립을 한다고 이 번호, 저번호를 누르고 가입이 안 되어있으면 가입까지 하려는 그 사람들이 그 남자에게는 그저 매너 없는 사람들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이건 부메랑이 되어 그 에게도 돌아간다.
포인트 적립을 하거나 포인트를 쓰면 당연히 그의 지갑은 덜 가벼워 질텐데, 자신이 만든 자신의 새장속에 그는 갇혀 있었다.
“포인트 없으시면 포인트 가입하세요. 그게 훨씬 손님한테 이득이에요.”
손발이 착착 맞는 이 마트에서는 다른 점원이 능숙하게 바로 닫혀 있던 계산대를 열었다.
“뒤에 계신 손님분들 여기로 오세요.”
점원들의 매뉴얼 이었겠지만 그 남자에게 이 점원의 행동은 답답한 새장의 문을 덜컹 하고 열어주는 마치 자비와 같았다.
포인트 가입까지 마친 그는 마트를 나오면서 이 마트가 앞으로 쿠팡 로켓 배송보다 더 빠른 감동을 주는 곳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포인트카드를 손에 꼭 쥐었다.
이 아무것도 아닌 포인트 적립이 그의 마음에 조그마한 공간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