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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쫄자카 Dec 30. 2020

26. 끈끈함, 그리고 낯섦… 우리에게 가족이란?

영화 ‘어거스트 러쉬’와 소설 'Take me with you’

본래도 영화와 드라마, 활자를 좋아하지만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심심할만하면 영화와 드라마에 빠져 지낸 건 사실.


특히 오래된 영화를 찾아보는 버릇이 있어 인터넷의 이곳저곳을 서핑하는데, 추운 겨울에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영화를 찾았다. 바로 2007년 개봉작 ‘어거스트 러쉬’.


[2007년 개봉작 '어거스트 러쉬' 메인 포스터]


음악으로 이어지는 가족의 끈, 연속적인 우연이 주는 감동


음악 전문가가 보면 다소 황당할 수도 있는. 게다가 곳곳마다 우연이 숨어있는 이 영화는 눈을 감으면 세상의 모든 소리가 음악으로 들리는 천재소년 ‘에반’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에반은 고아원에서 아이들의 놀림을 받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연주단원에게 착취를 당하면서도 엄마 아빠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아이의 엄마 아빠는 역시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 음악가. 재능있는 기타리스트 루이스(조나단 리 마이어스)와 미모의 첼리스트 라일라(케리 러셀)가 에반의 엄마 아빠였다(물론 복선으로만 느낄 뿐 딱 집어서 “에반의 부모님이다!”라고 알려주는 일은 영화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행복한 하룻밤을 보냈음에도 헤어져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방황하다가 에반의 음악을 접점으로 만나게 된다.


(여기서 "하룻밤에 아이가 생길 확률"을 계산하는 현실주의 관객은 없을 것이라 믿는다. '어거스트 러쉬'도 그렇지만 대부분 영화의 스토리는 "인상적인 우연"이 필연적으로 들어가기 마련이니까)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감지하기 쉬운 결말임에도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안타까움과 감동의 탄성을 지르게 한다.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감성적인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였다(특히 좀처럼 악역으로 등장하지 않는 로빈 윌리엄스의 은근한 악역도 눈에 띄었다. 역시 배우는 연기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영화 '어거스트 러쉬' 장면 이미지]


영화를 보다 보니 며칠 전에 읽었던 ‘Take me with you(테이크 미 위드 유)’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영화 속 소년 에반의 예명 ‘어거스트 러쉬’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오거스트’라는 남성이 등장한다.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의 소설 'Take me with you']

‘Take me with you’는 '어거스트 러쉬'와는 약간 다른 방향으로 가족 간의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소설과 영화의 내용이 다르면서도 같은 감성을 느낄 수 있었던 건 ‘가족’이라는 끈 때문이 아닐까 싶다.


소설 속 주인공인 과학 교사 오거스트는 아들 필립을 교통사고로 잃고 방황한다. 그러던 중에 본인과 같은 알코올 중독으로 교도소에 가게 된 정비공 웨스가 두 아들 세스와 헨리를 오거스트에게 맡기면서, 이야기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오거스트는 세스와 헨리를 돌보면서 아들 필립에 대한 애틋함을 털어내기 시작하고, 세스와 헨리는 오거스트를 통해 그동안 받지 못했던 아버지의 마음에 대해 어렴풋이 생각한다. 특히 세스와 오거스트는 아버지와 아들의 부재를 통해 서로 갖고 있던 아픔을 풀어내면서 부자 이상의 정을 느끼게 된다.


각기 다른 이야기, 다양한 연결 형태에도 변함없는 교집합은 ‘가족’


영화와 소설, 두 스토리의 형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어거스트 러쉬’가 잃어버린 가족이 다시 결합하는 과정이라면 ‘Take me with you’는 피가 섞이지 않은 남남이 우연히 만나 가족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그럼에도 두 이야기는 영화와 소설의 각각 다른 형태로 감동을 준다. 등장인물 사이의 연결고리, 그리고 이에 대한 동질감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영화 ‘어거스트 러쉬’의 경우 ‘누구나 추론할 수 있는 스토리’가 등장함에도 감동하는 이유는 ‘음악’이라는 울림과 서로를 그리워하는 가족 간 사랑이 배우들의 연기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반해 소설 ‘Take me with you’는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주면서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텍스트로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와 텍스트가 주는 감동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새삼 해 본다.


‘어거스트 러쉬’를 다시 보고 싶다면 ‘넷플릭스’로. 영화와 함께 책도 읽으면서 스토리가 주는 감동을 느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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