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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영은 Jun 16. 2020

[그림책 서평] 잘가, 작은새  

잘가, 작은새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례식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 크리스티안 로빈슨 그림 / 이정훈 옮김 / 2017년 / 북뱅크)



이 책은 1938년에 쓰인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시에 크리스티안 로빈슨의 그림이 더해져 2017년 출간되었다. 크리스티안 로빈슨은 80년 전의 시에 현대적 배경으로 현실감을 부여하며 책에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하였고, 그의 모든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여러 피부색을 가진 아이들을 등장 시켜 다양성을 표현했다. 


여름 어느 날 도심의 공원에서 놀던 아이들은 죽은 새를 발견한다. 아이들은 새의 가슴에 손을 올려 숨을 쉬지 않는 걸 확인하고 점점 굳어가는 새의 몸을 보며 슬퍼한다. 그리고는 공원 숲 안에 무덤을 만들어 주기로 하고, 추모의 노래를 부르며 장례식을 치른다.

‘죽음’과 ‘장례식’이 주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는 크리스티안 로빈슨의 그림에서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많이 사용된 녹색에서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고 전반적으로 색의 명도가 높아 긴장감 없이 안정적이고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른 한편, 슬픔과 애도를 상징하는 검정이 함께 사용되어 차분한 마음으로 아이들의 장례 의식을 따라갈 수 있게 한다. 

독자는 새를 발견한 첫 장면부터 아이들과 일정 거리를 두고 따라가게 된다. 이는 등장인물과의 심리적 거리를 만들어 죽음과 장례식이라는 주제의 무거움을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그런 식의 거리감은, 클로즈업되는 두 장면 ‘새를 손바닥 위에 올려 죽음을 명확하게 인지하는 순간’과 ‘새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는 장면’에서 극대화된 아이들의 감정에 더욱 이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시는 무척 단순하게, 하지만 명료하게 새의 죽음을 표현하고 있다. ‘다리는 뻣뻣했고 머리도 돌아가지 않았어요’  ‘동물이 죽으면 심장이 멈추고 몸이 차츰차츰 차가운 돌처럼 딱딱해져요’ 이처럼 죽음을 은유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그림책에서 죽음을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 방식이 어린아이들에게 충격과 두려움을 심어줄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큰 탓일 테다. 크리스티안 로빈슨의 그림은 마치 그런 염려에 대한 대답처럼 보인다. 군더더기 없이 명료하게 표현된 배경, 진지하면서도 천진한 아이들의 모습으로, 어렵고 복잡한 문제일수록 단순하고 정직하게 말할 때 본질이 왜곡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죽음은 삶과 마주하고 있다. 살아있는 존재의 귀함을 알기에 죽음에 대해 예의를 지킬 수 있는 것 아닐까. 아이들은 새의 무덤가에서 추모의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연을 날리기도 하고 장난을 치기도 하며 일상을 채운다. 그것 역시 너무도 자연스러운 삶의 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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