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본방 사수하던 드라마 닥터 차정숙이 종영했다. 과연 차정숙이 의존성을 해결하고 독립적인 삶을 살게 될지가 모두의 관심사였다. 많이들 기대하던 대로 남편과는 이혼을 했고, 로이킴의 고백도 정중히 거절했고, 레지던트를 마치고 개원의가 되었다. 더이상 의존적인 삶이 아닌, 독립적인 삶을 살게 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찝찝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존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삶의 형태에 집착한다. 차정숙은 전문의가 되고 개원을 했으나 결코 평범한 의원이 아니다. 직접 재배한 건강식을 판매하는 식당 겸 의원이다. 손님에게 건강 교육을 겸한 서빙을 하다가, 2층 진료실로 올라가서 환자와 커피를 마시며 수다 떨 듯 세심한 진료를 한다. 레지던트 때 우연한 기회에 시작된 무의촌 의료봉사는 개원의가 되어서도 지속된다. 이혼한 남편과 자녀들 모두 함께 하고, 가족들을 돌려보낸 뒤엔 혼자 묵묵히 또다른 더 오지 무의촌으로 가는 모습이 보여진다.
의존적 성격을 지닌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타인의 필요와 욕구에 초점 맞춘다. 반면, 의존성을 해결하고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은 자신의 필요와 욕구에 집중하는 것이다. 차정숙은 수십년간 가족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간부전과 간이식을 통해 이런 삶에 회의를 느끼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주도적인 삶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최종회를 통해 차정숙은 여전히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두번째 간부전과 간이식을 앞둔 입원 중 체력 관리가 중요한 시점에 외출을 해서는 가족들을 위해 여러가지 음식을 장만해 냉장고에 가득 채운다. 수년 후 차정숙이 개원한 병원의 환자는 자기 동네에 이런 이상적인 병원이 생겼다고 좋아하고 만족하며 차정숙은 그 반응에 행복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준다. 레지던트 때부터 차정숙이 진료해온 무의촌 어르신 역시 수년간 꾸준히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켜준 차정숙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역시 차정숙은 보람을 느낀다. 의존했던 가족을 떠나 독립을 추구하였으나 또다른 의존 대상을 찾게 된 것이고 여전히 타인과 강하게 연결된 느낌을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봉사와 희생을 통해 소외된 분들이 도움을 받고 사회가 더 따뜻해진다. 하지만, 그 행동 이면의 심리를 보면 자아가 잘 분화된 사람이 자발적인 동기로 하는 경우도 있고, 자아가 미분화된 의존적인 사람이 자발적인 것 같아 보이나 사실 미해결된 무의식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압박감이 동반된 행동인 경우도 있다. 전자는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고, 후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불편감을 준다.
표면적으론 이혼 후 독립적인 새 삶의 출발이란 결말로 그려내고 있지만, 찝찝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그 지점 때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