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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건축가 Dec 02. 2020

마흔부터는 작가로 살기로 했다.

내 평생 마흔은 오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이제 몇해가 남지 않았다.

무언가 대단한 걸 이룰꺼라 다짐했던 많은 시간들은 한 줌 모래처럼,

흐르는 강물 처럼, 부서지는 파도처럼 사라졌다. 


열심히 공부하고, 작업하던 대학시절 나는 마흔까지는 결혼을 하지 않을꺼라 생각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았고, 무언가를 책임지는 것보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이 더 강했다. 

삶을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하나의 생명으로 태어나 한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을 몰랐던 것 같다.

사람이 관계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유를 몰랐던 것 같다. 


그랬던 내가,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했고, 결혼을 했다. 

육아는,,,다행히 아직 나에게 주어지지 않았지만. 

그 또한 마흔전에는 내게 주어진 하나의 삶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결혼은 했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가정을 이루는 것보다, 

나 혼자 이루고자 하는 업이 많았다. 

사업을 시작했고, 직원들을 채용했다. 

고용을 통해 사회에 이바지 하고자 하면서, 

아이를 낳아 국가에 이바지해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해보지 않았다. 


그렇게 5년 정도 앞만보고 뛰었다. 

무슨 대단한 스타트업은 아니다. 작은 회사를 이루었다.

5년 정도 지나니 조금 자리를 잡아가는거 같은 정도이다. 

힘든 시간들이 많았다. 지금도 월급날 전후로 스트레스가 심하다.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 이것이 맞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마흔까지 결혼을 안하겠다고 생각했던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는 업에 집중하면 좋은 작업을 할 수 없다는 생각때문이었다. 물론, 이 또한 어린 생각이었지만... 

결혼을 한 후로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이 너무 강하게 자리 잡았다.

언제든 아이가 생길 수 있고, 언제든 누군가 아플 수 있다. 

혼자 일때보다 2배의 확률로 리스크가 커졌다.

하지만, 작은 사업을 한다는 것은 월급을 받을때보다 돈이 모일 확률이 적다.

돈이 벌리면 사람에 투자하고, 장비에 투자하고, 환경에 투자하면 남는 것은 커녕 빚을 지는 경우가 더 많다. 

10년 회사를 다닌 친구들은 오히려 저축도 많이 하고, 집도 잘 마련하는 거 같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작은 회사를 잠시 다니고 뛰쳐나와 사업을 한다고 헛발질 2번. 

대학원 2년. 개인 사업 3년. 법인으로 이제 2년. 

그렇게 그렇게 정글속을 뛰어다니다 보니 이제 마흔을 앞둔 나이가 되어간다. 


사회에서 돈을 번다는 것은,
누군가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것이다.  


직원은 사장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고, 월급을 받는다. 

채소가게는 소비자가 원산지에서 채소를 구입해서 가져와야하는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돈을 받는다. 

버스운전기사는 먼거리를 가야하는 사람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교통비를 받는다. 

우리는 누군가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기 위해서, 누군가를 찾아야 하는 경우에 항상 서있다. 

기술 용역 서비스라는 업역의 특성상, 갑-을의 관계의 한계는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나의 생각 속에 '을'의 알고리즘들이 프로그래밍되어 가고 있다고 느껴졌다.


다시, 심장이 뛰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되어야 겠어.   


작가는, 문학 작품, 사진,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이다. 

작가는 갑-을의 관계에서 벗어난 사람이다. 

작가는 누군가의 물리적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돈을 버는 것이 아닌, 감정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돈을 번다.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지금도 작은 책방과 출판사를 만드는 것은 나의 40대의 꿈이다. 

사람들에게 물리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보다, 마음으로 위안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철없던 시절, 모든 것을 업으로만 생각했던 모습에서,  

하나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내가 숨쉬고 움직이고 생활하는 모든 순간들이,

소중한 기록이고, 만남이며, 역사의 순간들이라는 것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작가는 그렇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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