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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건축가 Dec 02. 2020

디자인의 디자인 by 하라 켄야

2003년에 일본에서 출판된 글을 2007년에 안그라픽스에서 번역했다. 

지금 우리가 아는 무인양품의 광고캠페인은 2001년부터 하라 켄야가 도맡아 했으며, 이 당시에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우리는 아직도 일본의 15년전의 흐름을 뒤쫓아서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질문하게 되었다. 

많이 따라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따라잡았다는 생각부터가 문제가 있다. 

뒤 좇아가는 것이 아닌, 우리의 길을 가야할텐데...

최근 국내에서 무인양품, 미니소와 같은 일본 생활용품점들이 인기를 얻었고.(불매운동 전까지)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소품샵이나 디자인 용품점들도 일본제품들을 많이 벤치마킹하고 있다. 

주택 건축가들이나 인테리어 시장은 심각할 정도로, 일본의 주택특집, 상가특집 같은 잡지를 베끼고 있다. 

일본의 기술을 복제하던 시대에서, 일본의 디자인을 복제하는 시대로 옮겨간 것이다. 


우리에게 모더니즘이 있었던가. 

지금도 모더니즘은 계속되고 있다는데, 우리는 그 중심에서 고민하고 있는가. 

자꾸 질문만 던직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북마크를 안할 수가 없어서 몇줄 옮겨본다. 


"일본의 분양 주택 수준은 그리 높다고 할 수는 없다...

일본인의 집에 대한 관심이 결코 얕지는 않다...

그렇게 중요한 쇼핑인데 이 정도의 수준이라니...

주택 공간에 대한 미의식이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욕망의 수준이 낮다...

2DK는 니시야마 우조라는 건축가가 간토 대지진 후 일본인의 표준적 합리적인 생활공간을 연구한 끝에 고심해서 얻은 아이디어 이다. 

그러나 부동산 용어로 사용되면서 이제는 일본 주택 공간의 단위를 기술하는 기호가 되어 버렸다...

부동산업자에게는 편리했을지 모르지만 다른 의미로는 주택 공간에 대한 대중의 욕망 수준을 낮게 억누른 정반대의 '교육 효과'를 만들고 말았다. " - P.152


올해도 대한민국은 37만 가구를 아파트로 공급한다. 

분양주택이 아니라, 분양아파트이다. 

아마도 지금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 한다. 

딱 15년 차이다. 대형 건설사들도 이제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건축물의 구조는 '뼈대 skeleton'이라고 하며 실내의 생활공간은 '인필 infill'이라고 한다. 

이 '인필'을 자유자재로 편집하는 능력이 개발되어 간다면 아직 일본의 주택 공간도 기대할 만한 여지가 충분하다. 

생활의 기반인 주거 공간에 대한 의식 수준의 향상은 아마도 모든 마케팅의 기본이 되는 보통 사람들의 의식수준을 활성화시키지 않을까? 그런 것으로부터 독특한 생활문화가 태어날지 모른다. "


'인필' = 우리는 인테리어 시장이 인터넷과 만나 셀프인테리어족들이 자유자재로 만들어 가고 있다. 무한에 가까운 교류와 대중의 빠른 흐름을 토대로 증식되고 교배되면서,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탑다운 시장이 아닌, 바텀업 시장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이 우리의 장점이고 긍정이다. 국토가 작은 대한민국은 역시 머든 빠르다. 


"도쿄는 호기심이 왕성한 도시이다. 세계 어느 곳을 봐도 일본만큼 정보를 모으는 데 열심인 나라는 없다. 그리고 그 정보를 조심스럽게 맛보면서 근면한 지성으로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생동감 있게 이해하기 위해 움직이는 도시이기도 하다. '내가 서있는 장소가 세계의 중심이 아니다.', '원래부터 세계에 중심이란 없다'라는 의식이 그 배후에 작용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자신들의 가치관으로 모든 것을 추측하지 않고 타국 문화의 문맥을 추리하여 그것을 이해하고자 한다. 그렇게 열심인 이유는 아마도 일본이라는 나라가 거쳐 온 쉽지 않은 근대화의 경험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p.167


 서울에 28년을 살았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변화가 어던 모습인지 고민해보고 있다. 

지금도 서울은 근대화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머리가 아프다고 두통약을 원하는 환자에게 간단히 그것을 손에 쥐어 주어서는 안된다. 

진찰을 해 보면 그곳에 중대한 병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수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것을 발견하여 최선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두통약'을 파는 것에 정신이 없는 디자이너는 값싼 두통약이 등장하면 당황하고 허둥거리게 되고 만다. " - p.220


외주용역이라는 것이 대체로 두통약을 팔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진다면,

연구와 기술개발을 통해 독자적인 컨텐츠를 만들고, 

이를 상품화해서 비지니스로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나아가야하는 것은, 

지금의 디자이너들과 건축가의 숙제이다. 


"넓은 시야로 형세를 판단하는 단서가 여기에 있다. 

즉, 문제는 마케팅의 정밀성에 달린 것이 아니다. 

그 기업이 진출하는 시장의 욕망이 얼마나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항시 주시하면서

그에 맞는 전략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그 기업의 상품이 인기를 얻기는 불가능하다. 

이것이 문제이다. 

브랜드는 가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상으로 하는 나라와 그 문화 수준을 반영한다. "


시장은 최고를 원하지 않는다. 

가장 잘팔리는 상품은 언제나 중상정도에 머문다. 


욕망의 에듀케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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