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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건축가 Jun 18. 2024

LLM시대에, 검색 기능 MVP가 쓸모있을까?

제스트의 MVP는 검색 기능을 기본으로 개발중에 있습니다. 


요즘처럼 인공지능이 모든걸 생성하는 시대에, 구글의 검색기능도 위기에 놓였다고 하는 마당에, 무슨 검색을 기능으로 하는 MVP를 만든다는 건지 의아하실것 같아요. 


많은 분들에게 저희 사업의 방향성을 설명하고 그 시작점으로, 검색 기능을 개발해야겠다고 하면, 그걸로 어떻게 경쟁력을 만드나요? 기술력이 있나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공공데이터를 가지고 만드는 검색기능이라니 더더욱 그렇게 생각하시는것 같습니다. 검색 기능 하나만으로 MVP를 만드는 저희의 도전을 한번쯤 설명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5분의 짧은 발표나 질의 응답으로는 설명드리기가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무작정 추천을 해줄려고 했습니다. 제스트 (C) 2024


다나와를 벤치마킹한 것은 아니지만,,,


2001년 다나와가 코리아센터에 4000억에 매각되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습니다. 저희의 MVP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팀원들 사이에서 다나와가 종종 이야기되곤 했습니다. 다나와에서 실제로 DIY를 위한 기계장비나 간단한 소도구, 자재등이 검색가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나와의 건축자재들은 원래 다나와의 경쟁력인 PC부품들만큼 엣지있게 만들어내지 못한거 같습니다. 


다나와는 PC부품 검색으로 시작한 서비스입니다. 구글이나 네이버는 검색을 통해 우선순위대로 컨텐츠를 노출하는 반면, 다나와는 특정조건에 맞는 기능의 제품들을 잘 검색할 수 있도록 했기에, 검색페이지 화면이나 사용자경험이 남다를 수 밖에 없었고, 사실 대중적이지 않았습니다. 기계덕후들이나 공학도들에게 핏이 맞는 서비스였습니다. 미니멀한 구글의 검색화면이나, 초록초록 디자인 이쁜 네이버와는 전혀 다른 카테고리였죠. 이런 다나와를 네이버가 따라해보려다가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나와는 이렇게 검색된 PC부품들을 한데모아서 견적서를 작성하게 해주고, 바로 주문이 가능했으며, 용산상가를 돌아다닐필요 없이, 온라인으로 조립 PC를 배송받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때의 명성만큼은 아닌거 같지만, 그래도 여전히 PC부문에서 만큼은 다나와를 쫓아갈 수 없고, 요즘은 취미도구들도 다나와에서 많이들 검색한다고 하니, 다나와의 검색 체계가 갖는 매력은 여전히 유효한거 같습니다. 


저희는 다나와처럼 특정도메인에 특화된 검색 서비스를 MVP로 만들고 있습니다. 건설자재 중에서도 녹색자재로 분류되는 특정 카테고리에 한정해서 검색 기능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제 어디서 멀 찾아야할지 너무 복잡해져버린 다나와...


녹색자재는...

- 보통 품명과 규격으로 제품을 구분합니다. 

그런데 이 품명과 규격이 제품마다 엉켜있습니다. 어떤 제품은 규격이 품명에 적혀 있기도 하고, 어떤 제품은 품명에는 분류를 적고 규격에 품명을 적기도하고...이런일이 왜 벌어지는지는 아무도 잘 모르지만, 대체로 자재제조사들이 중소업체들이 많아서 그럴꺼라 추측해 봅니다.


- 건설자재는 여러가지 성능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건설자재는 규격으로 성능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자재가 가져야하는 성능의 종류도 많고, 그러한 성능값들을 쉽게 알기도 어렵습니다. 보통 시험성적서와 같은 기관의 결과값들을 보고 확인하는데, 이런 정보들이 100% 오픈되어 있지는 않기 때문에 서로 알음알음 자재를 찾아봐야합니다. 또는 자재승인원을 통해서 알게되기도 하죠.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의사결정의 타이밍의 빠르지 못하고, 수 많은 문서들속에서 성능값들을 일일히 따져보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 여기에 자재인증 정보들도 확인해야 합니다. 

환경규제를 받는 건축물의 경우는, 자재인증 정보도 확인해야 합니다. 사실 요즘은 거의 모든 건물이 환경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녹색건축이나 제로에너지건축물같은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인 건물들도, 실내환경오염물질 저감이나 수자원 저감 자재를 사용해야 하기도 합니다. 이런 정보들은 각각의 인증종류별로 공공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는데, 구매전에 확인하기 보다는, 구매후에 뒷북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 건설 자재를 선정할때는, 사례도 중요합니다. 

건설 자재를 선정하고 적용할때는 비슷한 현장에 얼마나 많이 적용됬는지, 그 현장의 건설회사는 믿을만한 곳인지 레퍼런스가 중요합니다. 이런 레퍼런스는 보통 자재업체에 직접연락해서 지명원을 받아야 알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니면, 길가다가 본 자재를 사진찍어 놓기도 합니다.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요즘 현장의 분위기도 파악하고, 유행하는 자재를 찾는것도 있지만, 널리 쓰인다는 이야기는 위의 복잡한 조건들을 통과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쉽게는 비슷한 규모의 비슷한 용도의 건물에 적용된 자재라면 믿고 선정하는 것입니다. 


-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수의 사용자가 존재합니다. 

건설업의 가장 어려운점이기도 합니다. 위의 과정을 한명이 취합하고 잘 결정하면 되는게 아닙니다. 그렇게 선택된 자재들을, 건축주, 건축사, 시공사, 감리, 공무원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문서들도 정리되어서 공유되어야 합니다.


친환경이 아닌 제품에 친환경 이라고 표기를 하면, 소비자는 누구를 믿어야 하나. 풀루토늄도 천연석인가.



자 여러분 이제 한번 위의 내용대로 하나의 자재를 선정해볼까요?


하나를 결정하기 위해서, 위에서 아래로 몇번을 오를락 내리락 해야할지 예상할 수 없을정도로 많은 변수들이 있고, 이러한 프로세스가 업무를 지연시키고, 건설업의 생산성을 낮추며, 재무리스크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새로운 검색 엔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이 엔진은 우선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야 합니다.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지만, 이 데이터는 여러개로 흩어져있고, 사용자가 직접 사용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건설 프로젝트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한 형태로 정렬하고 가공하고, 이를 다시 실무자의 언어들로 바꿔줘야 합니다. 


- 그리고 물론 필요한 자재를 잘 찾아야합니다. 내가 아는 자재를 찾을때도 있고, 내가 모르는 자재를 어떻게 찾아야할지 막막할 때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필요한 자재를 찾아가는 하나의 여정을 저희는 설계하고 기획합니다. 여러개의 필터를 거쳐서 그 경로를 최적화하기 위한 지름길을 잘 찾아줘야합니다. 


- 검색 목적에 맞는 결과를 한눈에 잘 보여줄 수 있는 UI도 필요합니다. 


- 때론 검색이 아니라 다른 레퍼런스를 복사했으면 할때도 있습니다. 


- 정보가 부족할때는 직접 요청해 자료를 받아보고 싶기도 합니다. 


- 가끔 다른 현장의 자재를 훔쳐보기도 합니다. 



LLM시대에 검색기능 MVP 살아남기


다들 잘 아시는 것처럼 LLM은 검색을 조금씩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제 구글 검색에 쓰던 시간의 많은 부분을 chatGPT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인공지능을 도입해보려고 고민하고 있지만, 당장은 저희 서비스에 필요한 요구조건들을 LLM이 만들기는 어렵다고 판단이 되었습니다. (제가 테크는 아니라, 너무 어려운 질문은 하지 말아 주세요...ㅠ). 지금의 LLM은 추측하고 추정하는 도구라 생각합니다. 물론 코딩에서 만큼은 꽤 정확한 결과를 주기는 하지만, 종종 오류를 내놓기도 합니다. 그리고 좀 많이 느린것 같습니다. 


- 기술적으로 저희는 100% 정확도와 빠른 검색 기능이 고객의 요구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잦은 데이터 업데이트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결국 LLM이 대세인 이 세상에, 아주 아주 간단한 검색 기능 하나를 MVP로 내놓고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런 "검색" 기능으로 어떻게 돈을 벌려고 하는지도 올릴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이번 글은 마무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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