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나는 단골 미용실에 갔다. 그 옆 가게는 사람들로 붐비는 유명한 로또 가게였다.
이번에 또 새로운 1등 당첨자가 나왔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평소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로또 가게를 향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머리를 깎고 나서 로또 한 장을 사야 되나, 고민에 빠졌다
머리를 깎는 20여 분 동안 머릿속은 로또 번호들로 가득했다. 자동으로 할까, 내 삶에 의미 있는 숫자들로 넣어볼까.
머리를 깎자마자 로또가게 입구까지 갔지만 끝내 문은 열지 않았다. 잠시였지만 막연한 행운을 왜 그토록 기대하고 싶었던 걸까. 지금까지 행운은 없었어도 나름대로 행복한 순간에 한 발짝 나아갔는데.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도 그렇지 않은가. 한 번에 자르지 않고 조금씩 다듬어가며 원하는 머리 모양을 만들어가는 것처럼, 우리 삶도 그러한 마음과 실천이 필요하지 않을까. 미용사의 가위질처럼 내 삶도 조금씩 다듬으며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갑작스러운 행운에 그동안 맛보지 못 했던 행복도 다가올 수 있겠다. 그러나 내 손이 익지 않은 행운은 오히려 더 많은 근심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이러다가 평생에 한 번도 로또를 못 할 수 있겠지만 우리 하루하루가 어쩌면 가치가 높은 자산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