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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천희 Sep 01. 2023

매일 한 장의 일기를 씁니다

글쓰기가 나에게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

인생 처음으로 만년필을 샀다. 사각사각 거리는 펜촉과 수채화 물감을 쓰듯이 나오는 잉크가 매력적이었다. 만년필을 많이 쓰고 싶으니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장 분량의 부담 없는 글을 쓰고 싶었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 느꼈던 감정, 새롭게 든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하루 30분 정도만 투자하면 되기에 크게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원하는 크기의 노트를 찾는 데도 꽤 오래 걸렸다!


혼자 보는 일기를 써도 되지만 SNS에 업로드해보고 싶었다. 언젠가 작가가 되는 게 꿈이라 내 글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요즘 숏폼(릴스, 쇼츠, 틱톡)이 트렌드라 한 장 분량의 일기면 사람들이 읽기에도 부담이 없다.


그렇게 3개월 동안 50개의 일기를 썼다.


가장 마음에 드는 일기 세 편

1. 남자의 양산

마지막 부분을 귀엽게 마무리한 것 같아서 좋아하는 일기다. 양산은 최고다!


2. 우리는 노래를 부르며 진짜 내 모습을 보여준다

회사에서 일할 때는 업무에만 집중한다. 직장 동료분들의 일하는 모습만 볼 수 있다. 그러다 다 같이 노래방에 갔는데 다들 노래를 너무 잘 불러서 깜짝 놀랐다. 노래라는 예술을 행할 때 우리의 본모습이 나오는구나, 우리는 사실 모두 예술가구나, 다들 멋진 사람이구나 싶었다. 일상 속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던 일기라서 좋아한다.


3. 타인의 발뒤꿈치 관찰하기

일본에서 사 온 정말 마음에 들었던 신발의 뒷굽이 걸으면서 계속 벗겨졌다. 그러자 쳐다볼 생각도 안 했던 다른 사람의 발뒤꿈치를 열심히 관찰하게 되었다.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 내가 신기했다. "타인의 발뒤꿈치 관찰하기"라는 제목도 낯선 조합의 문장이라 좋아하는 일기다.


매일 한 장의 일기를 쓰며 달라진 나의 모습

처음 2주는 일기 쓰는 게 너무 재밌었다. 신나서 콧노래를 부르며 매일 글을 썼다.

2주부터 2달까지는 점점 일처럼 느껴졌다. 소재가 생각나지 않아 어려울 때도 있었다.

2달을 넘기고 난 이후에는 힘들지 않은 일상이 되었다. 일기를 매일 써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벗어났다.


이렇게 일기를 쓰다 보니 달라진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몰랐던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주변에 재밌는 글쓰기 소재가 있나 관찰하는 취미가 생겼다. 덕분에 일상을 깊게 음미하는 계기가 되었다. 컴퓨터가 아니라 손으로 글을 한 글자 한 글자 쓰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한 장에 모든 이야기를 써야 하는 점이 가장 재밌었다. 제한이 있을 때 창의력이 더 발휘된다고 한다. 한 장의 일기를 쓰기 위해 불필요한 문장은 삭제하고, 짧은 글로 압축하는 게 예상하지 못한 재미가 있었다. 글 쓰기 실력도 늘어난 느낌이다.


인스타그램 "한장일기" 라는 계정에 일기를 올리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일기를 써보려고 한다. 나아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일기 쓰기의 장점을 전파해,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는 취미를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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