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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활을 버티게 하는 건

언젠가 미국이 더 편한 날이 올 거예요. 

하루, 그리고 다시 하루를 버티다 보니 이제 오 년 차 유학생이 되었다. 미국 공항을 첫 도착했을 때의 낯섦은 어렸을 적 추억이 되었고 이곳의 나의 삶은 새로운 평범함이 되었다. 매일 먹던 김치는 가끔씩 찾게 되고 돈가스보다 치킨가스에 익숙해진다. 노래방에 가면 Taylor Swift 노래를 부르고 카페에 주문하려고 내 자리에 노트북을 두고 오면 마음이 찝찝해진다. 


그래도 가끔은, 한국이 그리워진다. 미국 생활이 힘들어질 때면 한국에서 행복했던 기억들이 나를 짓누른다. 왜 이렇게 까지 모든 걸 포기하고 여기에 있어야만 했을까 라는 생각에 나의 오기를, 나의 욕심을 그리고 나의 꿈을 탓하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하루가 지나가길 기다린다. 오 년의 시간은 이런 심연의 생각들이 나를 침잠하지 하지 않는 방법을 터득하게 했다.


한국이 그립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맛있는 한국음식을 나에게 선사한다. 한국 음식점은 보통 맛있으면 너무 비싸고 싸면 맛이 없거나 너무 멀다. 그래서 미국에 있으면서 어쩔 수 없이 한국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아직 나의 최애 음식인 돈까쓰를 엄마처럼 맛나게 하는 방법은 터득하지 못했지만 불고기는 맛나게 할 수 있다. 우울하면 김치와 불고기를 입에 왕창 넣는다. 그럼 눈 녹듯이 기분이 좋아진다. 생각보다 맛있는 음식은 삶을 윤택하게 한다. 한국이 가고 싶을 때 왜 가고 싶지라고 생각해 보면 김치를 오랫동안 못 먹었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김치는 항상 떨어지지 않게 구비해 놓는다.


규칙적인 운동도 삶에 참 도움이 된다. 미국인들은 참 운동을 좋아한다. 몸이 좋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항상 기가 죽지만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기에 꾸준히 운동을 한다. 요즘은 스피닝 수업에 빠졌다. 매일 5시 45분에 시작하는 수업을 가서 매일 4시쯤이면 기분이 좋아진다. 아직도 헬린이지만 내가 운동을 좋아하게 되다니 세상일은 알 수 없나 보다. 


아직도 제대로 된 직장도 구하지 못했지만 연구실에서 만나는 진짜 똑똑한 사람들은 세상에 똑똑한 사람들이 참 많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하면서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한다. 유튜브, 논문, 교과서에서 보던 사람이 내 앞에서 웃으면서 너무 평범하게 인사를 하면 티브이 속 삶을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 나도 이렇게 될 수 있을 까라는 생각에 비교가 되지만 이렇게 멋진 이론을 가지고 연구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왜 내가 여기에 있고 싶었는지 상기하게 해 준다. 하나에 대한 질문을 하면 여러 가지 선행연구에 대해를 구글처럼 쏟아내고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 참 대화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하기까지 멀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좋아하는 일을 찾게 기회를 준 이 나라가 참 고맙다.


근데 무엇보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건 나의 친구들이다. 수업을 다녀와서 조잘조잘 자기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을 보면 뭐가 그렇게 행복한지 뭐가 그렇게 힘든지 참 귀엽다. 나를 여기에 더 있겠다고 결정하게 한 건 다 사람들이다. 우리 모두 어디로 인생을 살아갈지 모르겠지만 항상 남을 챙기고 자신을 챙기고 살아가는 걸 보면 배울 점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마음에 안정을 주는 사람들은 참 귀하다. 나도 그 사람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줄 수 있을 까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날들을 버텨왔으며 많은 우유곡절을 넘어왔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갈길이 멀고 너무 늦었다고 너무 멍청하다는 생각과 잘해왔다 너무 멋지다는 생각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지만 이 정도면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야 겨우 나 말고 남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혹시 모를 유학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혹시 나와 같이 장기 유학생이 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글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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