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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현 Jan 15. 2023

#7. 당했어요, 전세사기

주택도시보증공사 허그 상담방문기

제가 쓰는 내용이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100% 정확한 방법은 아닙니다.

그저 저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여 개인적인 견해로 남기는 기록입니다.


반차를 내고 주택도시 보증 공사 서부센터, 그러니까 여의도 상담을 하러 갔다. 

가을 하늘이 참 푸른 것이 이질적이었다. 

날씨가 얼마나 좋았는지 이 기분이라도 여의도 한강공원을 보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달까. 

서부관리 센터에 가니 건물이 으리으리 큰 것이 찾아보니 고층에 상담 센터가 있었다. 

바로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잡아 해당 층을 눌렀는데 이런, 눌리지 않았다. 

짝수층 홀수층을 따로 탄 걸까 했는데 그 많은 층수 중에 눌리는 건 딱 꼭대기 층 하나였다. 

괜찮다, 거기서 내려서 계단으로 내려가야지 하고 올라갔더니 고층에 음식점과 카페가 보였다.

평일 오전 이 시간에 이 비싸 보이는 으리으리한 고층에서 

여의도 뷰를 보며 식사와 커피를 즐기는 저들은 어떤 삶을 사는 사람들일까, 


적어도 어쩌면 나처럼 전세자금 대출을 받고 전세사기를 당해서 쩔쩔매진 않을 테지. 

이 금액도 어쩌면 저들에겐 엄청난 소액일지 몰라.


서류 뭉치를 들고 꼭대기 층 로비에 멀뚱히 서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어쩌면 조금 많이 안쓰러웠으나, 다행히도 금세 현실 자각하고 멘탈 잡았다. 그사세다, 그사세야 나와 다른.


계단을 통해 상담소를 향해 가려고 비상구를 나가보니 무슨 공포영화에나 나올법한 어두운 계단, 

조명은 달랑 비상구 등이 전부였고 층수가 겨우 보였다. 천천히 내려가서 층으로 나가려니 

하, 운수가 더러웠나 비상 구문은 야속하게도 굳게 닫혀 있었다.

다시 고층까지 어둠을 파헤쳐 겨우 올라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향했다. 

1층에 가 로비 직원에게 허그 상담 센터를 묻자, 신분증을 달라고 했고 그제야 아차 싶었다. 

로비 엘리베이터는 그들이 사는 세상에만 가는구나. 신분증과 맞교환한 출입증을 받아 다른 반대쪽에 있는 

입구를 통해 상담 센터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험난한 하루가 겨우 지나가고 있었다.


상담 결과는 다행히도 좋았다, 서류를 검토한 결과 대응만 잘 준비한다면 문제없이 보험 이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한시름, 아니 열시름은 덜었다. 

어쩌면 전문가에게 정확한 답변을 받아냈으니 적어도 그날 남은 하루는 편안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침 일찍 오픈런을 한 탓에 반차를 냈음에도 출근까지 여유도 있었고, 

마음이 좀 편해졌으니 맛있는 걸로 포상을 했다. 근처에 마라탕 집에 가서 마라탕을 크게 한 그릇 먹고 

커피를 사서 한강공원으로 향했다. 딱 한강 다리를 가로질러 회사까지 걸어가면 알맞을 시간이었다. 

평일 이 시간엔 이렇게 여유롭구나, 나도 오늘은 그 여유 좀 탐내보자.


오후에 출근을 해서 피해자 단톡방에 상담 결과를 전달하고 다시 공시송달 일자를 확인했다. 

움직이지 않는 공시송달이 야속했다. 관할 법원으로 전화를 해봤지만 계속 불통이라 확인할 길도 없었다.

 이제 허그에 다녀왔으니, 법원에 전화문의, 그리고 은행에 대출 연장에 관한 문의를 해야 했다. 전화연결이 참 어려웠다. 거는 곳마다 대기가 길어 회사일을 하며 전화기를 붙잡고 있기가 힘들어 더 애먹었다.


단톡방에는 대출 연장에 관한 이야기들이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떤 은행 누구 담당자는 해준다더라, 어디 카페 보니까 금리가 8.5라더라, 어디 은행은 나를 신불자로 만들려고 작정했나 보다 등의 이야기가 계속 올라오니 덩달아 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전화를 좀 받아주세요, 은행 담당자님. 애가 탔다.

잠깐의 행복이 순식간에 반짝하고 사라졌다.


(현재 여전히 진행 중인 전세사기 피해자입니다. 지금을 남겨두고 싶어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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