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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현 Jan 25. 2023

#11. 당했어요, 전세사기

안쓰러운 내 인생아

제가 쓰는 내용이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100% 정확한 방법은 아닙니다.


그저 저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여 개인적인 견해로 남기는 기록입니다.

대출 연장도 확인했고,

이제 기간이 되면 임차권등기를 시작해야 한다.

허그 주택도시 보증 공사에 가서

보험 이행이 가능하실 거라는 답변을 받았음에도 

개운하지 않다. 뭐랄까 같은 양말을 이틀

연속 신은 듯한 찝찝함이랄까. 계약서를 포함한 모든 서류를 바리바리 다 챙겨 확인을 받았대도 진짜

이행이 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니

이 기다림이 생고문이 아니면 뭐가 생고문일까.


어느덧 나이는 서른을 넘겼고 사회생활 5년 차에 접어들었다. 고시원에서 시작해 원룸을 넘어 투룸, 그리고 지금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쓰리룸까지 혼자

아등바등 살아왔다. 5년 동안 학교와 회사를 병행해서 졸업도 했고 이직도 4번이나 했다.


그리고 모은 돈은 없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집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그래도 괜찮다고, 할 수 있다고, 다들 이렇게 살아간다고 혼자 위로하고 달래며 여태 살아왔다.

다달이 그대로 빠져나가는 월세가 야속해

전세자금 대출을 알아보고 전셋집을 구했다.

대출이 꼈음에도 전세도 다 살아보고 나 어쩌면 삶을 좀 잘 배워가고 있는지도 몰라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1억이 조금 넘는 돈을 전세자금대출했다.

그때는 변동금리 그런 것도 몰랐다. 그냥 전세자금 대출은 국가에서 도와주는 좋은 대출 제도구나 생각한 무지렁이였다. 4년간 모은 작고 소박한 내 돈을 보태 집을 구해 들어갔다. 초반에 나가는 이자는 10만 원 후반, 그리고 20만 원 초였다. 그런데 지금 44만원의 이자가 나가고 있다. 끝없이 오른 금리는 월세가 아까워 전세로 온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

매달 이자를 확인할 때마다 입술이 바작바작 타는

것 같고 오장이 옥죄는 느낌이랄까, 그 와중에 더해진 전세사기까지. 그리고 이번 달 도시가스는 15만원이 나왔다. 저번달에는 불과 3만원 돈이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걷다가, 혹은 특별한 날 보름달을 발견하면 망설임 없이 소원을 빈다. 또 유난히 별이 이쁜 날에는 별을 보며 또 소원을 빈다. 엄마가 다니는 암자에 가끔 따라가면 부처님을 보고 또 소원을 빈다. 산소에 갈 때면 조상님들께도 또 소원을 빈다.


소원을 빌어서 이만큼이라도 살고 있는 걸까? 도대체 왜 이렇게 가혹하고 차가운지 삶이 너무 퍽퍽해 국물 하나 없는 닭 가슴살 같다. 결혼할 수 있을까? 결혼은커녕 나 혼자 삶 건사하기도 벅찬데 가능한 일일까. 젊은 사람들 비혼율이 점점 올라간다는데,

개뿔. 내 주변에는 결혼하는 사람 줄줄이 소시지더라. 작년에만 여섯 번, 올해는 이제 막 시작한 1월임에도 3번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줄줄이 나가는 축의금이 또 야속하다. 절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안 갈 수도

없는 노릇,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


내 전세금이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해 있는 이 상황에, 친구가 본업 외 부업을 통해 몇억의 수익을 올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배가 아팠다. 얄미웠다. 이러면 안 되지만, 약이 올랐다. 내 보증금이 초라해 보였다. 아니 나 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이 나이에 1억 남짓 돈이 없어서 사기를 당해도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내가 너무 처량해 보였다. 뭐가 정답일까, 어찌 살아야 할까, 당장 내야 하는 눈앞에 공과금 용지가

현실인 이 상황을 난 어떻게 버텨야 할까.


냉정한 현실 속에 돈은 없고 거기에

전세사기까지 당한 서른 살 내 인생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나도 궁금하다.


어서 봄이 와서 날이라도 따듯해지면 좋겠다.

가스비라도 줄이게.


(현재 여전히 진행 중인 전세사기 피해자입니다. 지금을 남겨두고 싶어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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