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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ju Aug 02. 2020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타이페이 최고의 호텔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 (Feat.왕대륙 누나의 웨딩 참석)


“Hello, Mrs. Hwang, 
This is Mandarin Oriental Taipei”





안타깝지만 고객님의 예약은 취소되었습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5월의 끝자락,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에 관한 뒤숭숭한 뉴스를 읽은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호텔에서 전화를 걸어왔다. 결론적으로 호텔의 사정으로 내가 예약한 6월 예약 건을 취소하게 되어 양해를 구한다는 이야기.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는 이번 여름, 그나마 약 두 달간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내가 살고 있는 이 곳 타이페이에서 짧은 호캉스를 떠나려던 계획은 이렇게 허무하게 무산되어 버렸다.



유럽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Mandarin Oriental Taipei (출처: 공식 홈페이지)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이하 ‘만다린’)는 명실공히 타이페이 최고의 호텔이다. 그 밑으로 W 타이페이, 그랜드 하얏트 타이페이 등 유수의 5성급 호텔들이 있지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모두 동일 선상에서 우위를 비교하기는 힘들 정도로 만다린은 럭셔리 여행의 ‘독보적인 브랜드’이다. 그런 만다린이 200여 명의 룸서비스 관련 직원 ‘모두’를 해고하고, 6월부터 신규 예약을 받지 않는다는깜짝 뉴스가 보도되어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직원 해고, 신규 예약 불가에 관한 뉴스 보도



신규 예약은 물론, 나처럼 일찍이 해놓은 기존 예약마저 취소하는 것을 보니 타이페이 최고의 호텔도 이 무서운 코로나를 비켜갈 방도는 없었나 보다. 6월 현재 만다린은 레스토랑 및 웨딩 베뉴만 간신히 운영하고 있는 상태. 해외 관광객, 특히 중국 관광객에 크게 의지해왔던 대만 호텔업 전반이 코로나의 영향으로 휘청이며 하루하루 생존 자체가 어려운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국적인 만다린의 로비



5성급 호텔의 경우 아무리 비즈니스가 어렵다 해도 이미지상 쉽사리 가격을 내릴 수는 없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여러 가지 프로모션을 통해 이 난관을 헤쳐나가고 있다. 우선 내가 예약했던 만다린의 패키지만 해도 기존 방 가격에서 5만 원 정도만 보태면 미슐랭 1스타이자 호텔 간판 레스토랑인 'YA GE(雅閣)’에서의 2인 20만 원 상당의 저녁 코스 메뉴를 제공하는 어메이징한 딜이었다. (눈물이…)



리젠트 타이페이의 바우처 프로모션, W호텔의 칵테일 1+1 프로모션



이외에 그랜드 하얏트는 전 레스토랑 20-30% 할인 및 특별 테이크아웃 메뉴 제공을, 리젠트 호텔은NT$6,000원을 사용하면 NT$8,000원의 바우처를 제공하는 파격적인 딜을, 그랜드 메이풀 호텔은레스토랑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사용할 시 단돈 10만 원에 숙박권을 제공하는 등의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국내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Welcome to ‘Mandarin Oriental Taipei’



나의 만다린에 대한 첫 기억은 2014년, 오픈 당시로 돌아간다. 그랜드 오프닝을 목 빠지게 기다렸던 나는 그 해 곧장 한국에서 날아가 이 아름다운 공간에서 꿈같은 세 밤을 보냈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이,당시 택시가 호텔 로비 앞에 다다르자 마중 나와 있던 직원이 차 문을 열어주며 “Welcome, Mrs. Hwang”이라 말을 건네며 반겨줬던 장면이다. 아니, 어떻게 내 얼굴만 보고 이름을 알았을지 아직까지도 미지수이지만톱클래스 호텔의 철저한 고객 관리를 엿볼 수 있는, 귀하게 대접받는 여행의 시작이었다.



로비에 걸린 1,400kg의 ‘엄청난’ 샹들리에
화려한 유럽풍 인테리어



세계적인 리조트 설계회사 WATG(Wimberly, Allison, Tong & Goo)에 의해 디자인된 만다린에서는 호화로운 유럽풍 럭셔리를 만끽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을 압도하는 것은 무려 1,400kg에 달하는 빛을 흩뿌리는 샹들리에. 50,000개의 크리스탈로 이루어진 이 샹들리에는 제작기간에만 9개월이 소요되었을 정도로 하나의 ‘마스터피스’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로비, 연말의 포토스팟



크리스마스 시즌이 오면 매년 다른 콘셉트의 거대 트리가 세워지는데, 타이페이 사람들에겐 일종의 연말 포토스팟이다. (6개월 된 우리집 아기의 첫 크리스마스에도 거대 트리와의 예쁜 사진 한 장을 남겨주었다!) 또한 호텔 곳곳에는 총 1,700개 이상의 아트 피스들이 전시되어 있어 예술적인 분위기를 더해준다.



호텔 적재적소에 전시된 아트 피스들
공용 화장실의 아름다운 디테일에서 조차 만다린의 품위를 엿볼 수 있다



대만의스타,
‘왕대륙’ 누이의결혼식 참석



결혼하고 타이페이로 이주한 그 해, 대만 영화 ‘나의 소녀시대’로 한국에서도 큰 인기몰이를 한 ‘왕대륙’을 실제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세상 좁게도 내 여동생의 미국 유학 시절 친구가 바로 ‘왕대륙’의 하나뿐인 누나였던 것! 클레어라는 그 친구의 결혼식은 (당연하게도?) 타이페이 최고의 호텔, 만다린에서 열렸고, 나는 한국에서 날아온 내 동생과 함께 그 자리에 초대받을 수 있었다.



지하에 위치한 웨딩 베뉴
식전 칵테일파티



아름다운 로비를 지나 지하로 한 층 내려가면 만다린의 웨딩 베뉴를 만날 수 있다. 보통 한국보다 길게 진행되는 대만의 결혼식은 (호텔의 경우) 예식 한두시간 전부터 ‘칵테일바’를 오픈해 도착하는 게스트들을 반긴다. 온통 생화로 장식된 화려한 포토월과 보랏빛으로 꾸며진 웨딩 데코가 낭만적이었던 이날의 결혼식은 온전히 신랑, 신부 중심의 간결한 진행으로 지루할 틈이 없었고, 이어진 신부의 깜짝 댄스타임으로 모두의 환호가 난무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칵테일바에 세팅된 웨딩 데코
테이블에 세팅된 대만식 전채요리



홀에 들어서면 테이블에는 대만식 전채요리가 세팅되어 있는데, 식이 시작되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개개인에게 코스 메뉴가 서빙된다. 한 가지 다른점이라면 대만은 기본이 ’10 코스’라는 점끝도 없이 나오는 진수성찬을 즐기다 보면 중화권에서 말하는 ‘극진한 손님 접대’란 이런 거구나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옆 테이블 왕대륙씨와 사진 한 컷!



만다린은 47개의 스위트를 포함해 총 303개의 객실을 운영한다. 기본 Deluxe Room이 약 ’55 SQM’의 사이즈로 타이페이의 타 호텔들보다 월등히 여유로운 크기다. 럭셔리하면서도 차분하게 꾸며진객실에 들어서면 먼저 오른편에 위치한 워크인 클로짓(Walk-in Closet)에 여유롭게 소지품을 정리해 놓을 수 있다.



Deluxe Room
체크인 후 객실 입장
55 SQM의 널찍한 룸 사이즈
감각적인 객실 내부



세면대, 욕조는 물론 안쪽의 워크인 샤워(Walk-in Shower)까지 빈틈없이 대리석으로 장식된 화장실은 전체적인 톤 앤 매너가 잘 어우러져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대리석 특유의 고상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나비와 꽃이 살랑이는 하늘색 벽지로 장식되어 있던 ‘파우더룸’도 빠질 수 없는 객실의 하이라이트 공간.



아름다운 대리석의 화장실
룸에서 가장 예뻤던 공간, 로맨틱한 파우더룸
(좌) Mandarin Suite, (우) Presidential Suite



만다린의 수영장은 W, 하얏트 등 다른 5성급 호텔보다 크기는 조금 작지만, 숨은 특별함이 있는 곳이다.



20-Metre Outdoor Swimming Pool



야외 수영장으로 들어서면 만다린의 직원이 정중하게 선베드를 세팅해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웰컴 드링크’ 서비스.매일 다르게 준비되는 이 웰컴 드링크는 마치 칵테일을 제조하듯 쉐킷쉐킷 열심히도 만들어 준다. 맛도 아주 일품이라 이 드링크 때문에 수영장으로 가는 게 설렐 정도!



이국적인 분위기에서 즐기는 만다린의 ‘웰컴 드링크’



만다린의 네임벨류에 걸맞게 스파 시설도 훌륭하다. 전신 마사지의 경우 20만 원 전후반의 가격으로 꽤 비싸지만, 입장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극진한 에스코트에 한시간 반 동안의 수준급 마사지, 각종 다과로 채워진 조용한 ‘릴랙스룸’에서 즐기는 마지막 순간까지. 한번쯤 경험해 볼만한 호사스러움이다.



전세계의 만다린이 자랑하는 SPA 시설



호텔의 주변을 산책하다 보면 뒷편에 자리한 ‘Mandarin Oriental Residence’를 볼 수 있다. 만다린 오리엔탈에서 운영하는 이 최고급 레지던스의 입주민들은 호텔의 숙련된 스태프들이 제공하는 24시간 컨시어지, 하우스키핑 등의 서비스를 상시 누릴 수 있으며, 호텔 내 모든 레스토랑의 음식을 원할 때 언제든 레지던스 안에서 즐길 수 있다. 최고급 주거 시설에 걸맞게 평당 한화 1억 원이 넘어 200평대는 200억 원, 300평대의 가격은 300억 원 이상, 월세는 2천만 원 정도라고 한다.



호텔 주변 산책
‘Mandarin Oriental Residence’




레스토랑



만다린에서 ‘직접’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총 6개이다. 미슐랭 원스타이자 간판 레스토랑인 ‘Ya Ge’, 인터내셔널 퀴진이자 조식당인 ‘Café Un Deux Trois’, 이탈리안 레스토랑 ‘Bencotto’, 타이페이에서 가장 맛있는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는 ‘The Jade Lounge’, 화려한 칵테일의 ’M.O. BAR’, 그리고 베이커리 ‘The Mandarin Cake Shop’가 그 구성원이다. ‘Bencotto’는 남편에게 프로포즈를 받은 장소라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The Mandarin Cake Shop’은 정말 맛있는 애플파이를 팔아 주변을 지날 때 종종 들리기도 한다.



프러포즈를 받았던 ‘Bencotto’
이번 예약 취소로 아쉽게도 리뷰가 미뤄진 미슐랭 ‘Ya Ge’
요즘 ‘Unlimited Drinks’ 프로모션이 한창인 ‘M.O. BAR’
알록달록한 ‘The Mandarin Cake Shop’의 케이크



하지만 그중 나의 Favorite은 ‘Café Un Deux Trois’. 만다린의 조식당이기 때문에 첫 스테이의 좋은 기억이 있기도 하지만 점심, 저녁 시간의 훌륭한 코스 메뉴와 세미부페, 그리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간단하게 커피와 스콘을 곁들일 때도 제격인 장소이기 때문이다.



천장의 유리 거울이 멋진 ‘Café Un Deux Trois’의 내부
개인 요리를 오더 할 수 있어 좋은 만다린의 조식
오더한 에그 베네딕트 단품 요리
은근한 중화권의 매력이 느껴지는 꽃장식



만다린의 조식은 샐러드바와 함께 개인 요리를 오더 할 수 있게 되어있다. 30대에 들어서니 눈 돌아가게 선택권 많은 뷔페보다는 한두 가지 음식을 먹어도 맛있게 알맞은 온도로 조리되어 나오는 오더 시스템의 조식이 좋아진다. 3-5 코스로 즐길 수 있는 점심 코스 메뉴와 싱싱한 해산물이 즐비한 저녁 세미뷔페도 추천할 만하다.



아름다운 플레이팅에 맛도 좋은 런치 코스


신선한 해산물 세미 뷔페. 메인 디쉬는 개인 오더 형식


최상의 서비스에서 즐기는 따끈한 스콘과 라테



만다린이 직접 운영하지는 않아도 이 곳에 입점된 모든 레스토랑들은 일정 이상의 퀄리티를 보유하고 있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내부 인테리어, 외국어 유창성 및 서비스 수준 등에서 호텔 직영 레스토랑들과 약간의 차이가 나긴 하지만 만다린 스태프들의 숙련도를 일반 레스토랑과 비교하긴 무리, 각각으로 본다면 충분히 훌륭한 수준이다.



야외 테라스석을 겸비한 ‘Cafe de Lugano'
테펜야끼 전문점 ‘Tajimaya’






낮과 밤으로 아름다운 ‘만다린 오리엔탈 타이페이’



이상, 타이페이 최고의 호텔 ‘만다린 오리엔탈’에 대한 길고 긴 소개를 마칩니다. 사실 6월, 호텔에서 다시 숙박할 때 로비 및 객실의 사진을 예쁘게 재정비하려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부득이하게 2014년 첫 방문의 부족한 사진으로 대신하게되어 안타까운 마음이 드네요. 어서 이 혼란한 시국이 지나 하루빨리 만다린이 정상 운영으로 돌아오고, 일터를 잃은 수많은 스태프들도 제 자리를 찾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입니다.



열심히 이 글을 쓰는 와중에, 옆집에 이사 온 이웃이 건내준 ‘만다린’의 에그롤. 이런 우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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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타이페이 이야기, 인스타그램 @dream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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