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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성근 Jul 16. 2020

르브론 제임스와 코로나19

리그 17년 차 '킹'의 4번째 우승 가능할까?

코로나19로 인해서 NBA 시즌이 멈춘 지 4달이 지났다. 오는 7월 31일 시즌 재개를 앞두고 있다. 아직 2019-2020 시즌이다. 예년 같으면 7월은 파이널이 끝나고 우승팀이 결정된 뒤 연고 지역에서 우승 카퍼레이드까지 치렀을 시간이다. 리그 17년 차 르브론 제임스(aka. KING)는 아마 리그 재개를 가장 기다렸을 선수 중 한 명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리그 중단 전까지 서부 콘퍼런스에서 소속팀 LA 레이커스는 2위 LA 클리퍼스와 5경기 반 차 1위를 질주 중이었다.


"나를 막아서는 그 모두를 박살 낼 시간이 됐다."


지난 12일 르브론이 자신의 SNS에 올린 게시글이다. 마치 만화 드래곤볼의 손오공 마냥 '저온 탱크'에 들어가 있는 자신의 사진을 올린 뒤, 이제 나갈 시간이 됐다고 말한다. 드래곤볼에서 나오는 수중 재생 탱크다. 이 재생 탱크는 한쪽 눈에 착용하는 능력치 측정기와 함께 사이어인(드래곤볼의 주인공 손오공의 우주 종족)의 기술력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손오공이나 베지터가 이 탱크에서 나온 직후에는 항상 격렬한 싸움이 이어졌다. 손오공은 100%의 몸 상태로 탱크에서 나와 상대를 '박살'냈다. 르브론도 드래곤볼을 봤을지 모르겠지만, 아마 이 사진이 의미하는 바는 알고 있었던 거 같다.


그리고 르브론은 #RevengeSeasonContinuesSoon이라는 태그도 함께 달았다. '리벤지(복수)'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르브론은 지난 2017년과 2018년 파이널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막강한 화력 앞에서 연속으로 무릎을 꿇었다. 팀을 옮긴 지난 시즌은 5할 승률도 달성하지 못했다. 킹에게는 굴욕적인 시즌. 하지만 올해는 앤써니 데이비스라는 막강한 파트너도 있으니 확실한 리벤지를 할 수 있는 기회다. 워리어스는 이번 잔여 시즌에 참여하지 않는다. 대신 리그에 참가하는 다른 모든 팀을 상대로 한 리벤지를 르브론은 꿈꾼다.


명가 재건에 성공한 LA LAKERS


현재 레이커스의 라인업은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만하다. 르브론-AD(앤써니 데이비스)의 막강한 원투펀치는 경기당 52.4 득점, 17.3 리바운드의 생산력을 자랑한다. 애이브릴 브래들리와 데니 그린, KCP의 상대 백코트 수비력도 평균 이상이다. 하워드와 맥기는 쏠쏠함을 넘어서 리그 최고 수준의 백보드 장악력을 보여준다. 르브론이 리그 재개를 기대할만한 그런 팀이 꾸려졌다. AD가 다음 시즌 거취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르브론에게는 이번 시즌이 정말 소중한 기회일 수 있는 것이다.


르브론의 올 시즌 성적을 보자. 17년 차 베테랑이면 신체 능력 저하로 인해 시즌 성적이 자신의 커리어 평균성적을 깎아 먹기 마련이다. 르브론은 통산 1257경기에서 27.1 득점, 7.4 리바운드, 7.4 어시스트, 50.4%의 필드골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2019-2020 시즌은 25.7 득점, 7.9 리바운드 10.6 어시스트, 49.8%의 필드골 성공률을 보인다. 득점만 조금 떨어졌을 뿐 나머지 기록은 평균과 비슷하다. 오히려 어시스트는 경기당 3개 가까이 늘었다.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던 시즌들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정말 '사이어인'이 아닌가 싶다. 자세한 킹의 활약은 이번 시즌 하이라이트를 보길 추천한다. https://youtu.be/N1SLd93oF5w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LA 레이커스의 우승은 헛된 꿈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파이널보다 콘퍼런스 파이널이 더 힘든 산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르브론에게 4번째 우승은 개인 타이틀보다 더 의미 있을 것이다. 조던과 코비, 매직 존슨 모두 통산 5차례 이상 파이널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미 르브론은 역대급 선수의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통산 3차례 우승과 4차례, 또 5차례 우승이 주는 느낌은 하늘과 땅 차이다. 르브론이 은퇴를 하고 나면 르브론의 화려한 하이라이트 영상들이 남겠지만, 우승이라는 숫자는 지금이 아니면 추가할 수 없다. 이대로라면 르브론은 역대 NBA에서 위대한 NO.2 선수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NO.1은 'GOAT' THE AIR JORDAN. 조던과 견줄만한 2등이 되기 위해서, 또 혹자에게는 1위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선 르브론에게 우승이 더 필요하다.


Road to the King(feat. COVID-19)


내가 르브론의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면, 이런 제목이지 않을까. 그 17번째 여정은 잠시 멈췄다가 이달 말 다시 시작한다. 그것도  전  세계를 강타한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이 와중에 말이다. 근본적으로 '하루 전 세계에서 확진자가 23만 명이나 생기는데, 농구가 뭣이 중헌가?'라는 의문도 든다. 지금 미국은 지난 3월 신천지 발 확진자가 폭발했던 국내 상황보다 더 심각하다. 하루 6만 9천명의 미국인이 확진 판정을 받는다. NBA 선수 중에도 누적 확진자가 총 26명이나 된다. (이 글을 쓰는 도중에 러셀 웨스트브룩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너무 좋아하는 선수에 좋아하는 팀이라 안타깝다.) 자본주의 끝판왕 미국은 돈의 논리 앞에서 감염병도 무섭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기를 시작해야 돈이 들어오고, 리그와 구단, 선수들은 자기 몫의 돈을 가져갈 것이다. 단순하게 '중단' 또는 '조기 종료'를 결정하기에 NBA는 세상에서 가장 큰 규모의 리그 중 하나이고, 가장 몸값이 비싼 선수들이 월급을 기다리고 있다. 너무 많은 돈이 엮어 있다 보니 그 돈에 붙은 숫자 때문에 확진자 수가 눈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NBA 사무국은 일 잘하기로 유명하다. 데이비드 스턴도 그렇고 아담 실버도 그렇다. NBA 사무국은 흑인들만의 운동을 전 세계인의 운동으로 만들었다. 분명 리그 재개 후에도 그들만의 특단의 대책이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눈에 드러난 대책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리그 재개를 앞두고 100쪽이 넘는 감염병 예방 지침서를 선수들에게 배포했다고 한다. 밥은 어떻게 먹고, 샤워는 어떻게 하며, 훈련은 어떤 식으로 하자는 내용이다. 지침서로 가볍게 통제될 질병이라면 애초에 전 세계로 확산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선수들은 벌써 열악한 숙소 환경에 대해 불만을 내뱉기 시작한다. 이미 격리 지침을 어긴 선수들이 보도되고 있다. 최고급 호텔에 전용기를 타고 미국 전역을 누리던 슈퍼스타들을 한 곳에 모아놨으니 그들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NBA는 올랜도에 있는 디즈니랜드에서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올랜도가 있는 플로리다 주는 미국 전역에서 하루 확진 발생이 가장 많은 곳이다. 하필이면 왜 그런 곳인가 싶다. 최첨단 의료시설과 의료진이 디즈니랜드 내의 추가 확진이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감염병은 인간의 손 위에서 놀지만은 않는다. 어쩌면 무리한 리그 강행이 나비효과처럼 NBA 전체와 르브론의 여정에 큰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많은 재난물이나 좀비물에서 배워왔지만, 봉쇄를 푸는 곳은 가장 먼저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NBA를 기다려온 팬으로 리그 재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제발 디즈니랜드가 코로나 대폭발의 현장이 아니라 꿈이 현실이 되는 곳이길 빈다(디즈니랜드의 슬로건 "If we can dream, we can do it")



사진출 : 르브론 제임스 인스타그램 (@kingj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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