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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리코드 Sep 22. 2022

ep.1 N번째 사업을 시작하려 했는데

시작도 전에 망했다.

 이른 나이부터 크고 작은 사업들을 해왔다. 지금 생각하면 사업이라 말하기도 부끄러운 것들이 있지만 사업이 맞긴 맞다. 사업을 해오며 실패도 있었고 후퇴도 있었고 포기도 있었다. 공백기 동안에는 회사를 다니기도 하고 그만두고 또 다니고를 몇 번이나 반복하면서 나는 '보통의' 사람들처럼 회사 생활을 잘 할 수 있는 자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사실 반복하기 전부터 어느 정도 알긴 했다. 하지만 나는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상하게 회사를 다닐수록 사업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져만 갔다. 안정감 있는 생활(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규칙적인 라이프스타일과 매달 일정한 금액이 들어오는 월급제로 인한 생활.)이 지속될수록 오히려 내면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이대로 내 꿈을 펼치지 못하는 걸까.
인생은 한 번 뿐인데 나 정말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그러던 중, 다시금 하고 싶은 아이템이 생각났다. 이전에 남성 악사리 브랜드를 동업으로 운영하며, 늘 어떤 아쉬움과 결핍이 있었는데, 그 아쉬움이란 결정권에 대한 것 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온전히 나만의 선택으로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은 예로는 하고 싶던 디자인을 못하게 되거나 입점하고 싶지 않은 곳에 입점해야 한다던 가. 뭐 작은 걸로는 그렇다. 그런데 정말 갑자기 새로운 디자인이 생각났다. 이 날 이후로 마음만 계속 부풀어 쉽사리 잠도 이루지 못하였다.     


 나는 멀티플레이에 능한 사람이다. 별건 아니지만 통화를 하면서 TV 볼륨을 '0'으로 놓고 네일을 하면서 중간중간 핸드폰으로 인터넷 검색도 하며 무언가를 먹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자잘한 일들은 참 이상하리만큼 잘도 되는데 큰일(내 기준)은 그 무엇과도 병행할 수가 없다. 집중력의 분산이 작은 일과 큰일일 때 아주 극단적이다.           

  그래서 과감히 퇴사 의지를 밝히고, 인수인계를 마친 후 (또) 퇴사했다.

  그렇게 N번째 회사 생활이 (또) 끝났다.                 

                                                     



 우선 네이밍부터 시작해서 로고를 맡겼다. 네이미스트로 근 5년을 일해 왔는데도 내 브랜드의 이름을 짓는 건 더욱 어려웠다. 그만큼 네이밍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 거다. 아마 네이밍에 가장 큰 시간을 들이지 않았나 싶다. 네이밍이 완료되고 네이밍을 하며 구체화했던 컨셉을 바탕으로 로고 디자인을 맡겼다. 그와 동시에 패키지 업체를 돌기 시작했다.              

 

 패키지 디자인은 레퍼런스를 참고하여 직접 디자인했다. 사업을 하며 여러 업체들을 만났었는데 패키지든 제품 디자인이든 늘 신기했던 게 있다. 손재주가 영 없는(전혀 없는에 가깝다.) 내가 열심히 레퍼런스를 찾고 중학생 정도 되는 실력으로 스케치를 해가도 전문가 분들은 딱 보면 아신다. 그러니 스케치나 도면에 큰 시간을 들이는 일은 헛수고에 가까울 수 있다. 어차피 전문가 분들이 보실 때, 실질적으로 되지 않는 부분들이 꼭 생기기 마련이다. 대강 그려 가되 레퍼런스를 열심히 찾는다면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사업은 시작 전부터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시작하면 더더욱 되지 않지만 시작전부터도 참 답답한 일이 생긴다. 이번에는 패키지가 문제였다. 생각보다 꽤 오래 걸렸다. 코로나가 막 시작될 때였다. 패키지의 원자재가 중국에서 와야 했는데 통관이 막혀버렸다. 그렇게 긴 시간을 기다려 받은 자재 샘플은 기대 이하였다. 결국 마진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국산 업체에서 제작하기로 했다. 로고보다도 패키지에 더 공을 들인 것 같다. (나중에 자세히 얘기 하겠지만 이게 큰 문제가 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패키지는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제품이 가장 중요하지만 배송되었을 때, 소비자에게 제일 먼저 보여지는 것이 패키지이다.(오프라인 소비자는 제품을 먼저 볼 수 있으니 제외한다.) 제품이 무엇인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고가의 제품은 더욱 그렇다. 물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으로 실질적인 알맹이(제품)는 저품질이나 패키지만 고품질이면 안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에도 저번 브랜드와 유사한 가격대를 책정했다. 30-40만원 정도의 실버 악세사리다 보니, 모든 구성들을 꼼곰히 신경썼다. 보통 남성 악세사리는 본인이 구매하기도 하지만 선물로 구매하는 소비자도 많다. 그래서 다른 것에 비해 타인에게 보여지는 패키지가 중요하다. 요즘 활성화된 중고거래에서도 이 패키지가 없으면 가격이 떨어질 정도니, 집에 가서는 쓰레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패키지를 중시한다.         

      

 그래서 큰 비용을 썼다. 일반 싸바리(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형태로 두꺼운 하드보드지에 겉 종이를 싸서 만든 박스)면 비교적 저렴했을텐데 자석이 내장된 쇼핑백 형태의 박스이며, 그 안에 또 두 개의 상자와 만지기만 해도 기분 좋은 샤무드 파우치까지 있으니, 개당 단가가 매우 높아졌다. 그래서 수량을 많이 하지 못했다. 물론 moq가 높으면 개별 단가를 떨어뜨려주지만 그만큼 총액이 올라가니 소액으로 시작한 내게는 부담이다.(부담이라기 보다 사실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내 패키지는 단지 500개. 아마 온라인 사업을 하고있는 사람들은 코웃음을 칠 수도 있다. 500개. 그게 사업이냐고. 그런데 비웃어도 아무 상관없다. 결과가 중요한거니까. 아무튼 그게 첫 시작이었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집으로 아주 큰 박스가 10박스 넘도록 왔다. 혼자서는 들지도 못할 정도의 무게였는데, 막상 작은 방 한 칸을 거의 채울 정도로 패키지가 오니 설레는 반면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패키지가 오는 동안 캐드업체와 실버 악세사리 제작 업체 미팅을 했다. 기존에 거래처 사장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캐드 작업을 맡기기 전, 한 통의 전화가 왔었다. 그 전화로 많은 게 달라졌다. 무려 2년이 말이다.    

           

 PC방 계약했어.  



 엄마가 해오던 사업을 정리하고 새롭게 한다는 게 프랜차이즈 PC방이었다. 가족들과는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계약을 했다. 자리를 알아본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이렇게 빨리 계약을 할 지 몰랐다. 그래도 엄마보다 젊은 나랑 업체들을 다니며 설명회를 들어보자고 한 게 불과 며칠 전인데 계약이라니.        

       

 갑자기 화가 났다. 그 동안 고민하며 여러 지역을 다녔을 엄마의 수고 따윈 생각나지 않았다. 불같이 화를 냈다. 그러자 누가 너더러 도와달라고 했냐고. 내가 혼자 한다는데 왜 그러냐는 말이 돌아왔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근데 과연 혼자 할 수 있을까? 스마트폰도 쉽게 못 다루는 50대의 엄마가? 곧 있음 60이 될텐데. 그래, 그래도 엄마가 여태 일을 안 한 사람도 아니고 나름 사업을 해왔는데. 걱정은 되었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내가 시간이 있을 때 도와드리면 된다 생각했다. 근데 아니었다. 하늘도 도와주지 않았다.         

      

  코로나는 무시무시하게 그리고 빠르게 일상 속으로 침투했다. 마스크 없이는 아무 곳도 가지 못하고, 뉴스에서는 확진자의 동선들을 추적하며 조사에 들어갔다. 사람들은 점점 외출을 꺼렸고 외출을 하지 않으니, 악세사리는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는 게 (섣부른) 내 판단이었다. 코로나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엄마였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커질지 몰라서 시작을 했다고 했다. 100평 규모의 120석 PC방은 코로나로 오픈 2주 만에 영업 정지가 되었으며, 알바생만 오토로 돌리면 될 줄 알았다던 피시방은 처음부터 구인난에 허덕이고 50가지가 넘는 레시피의 요리(혹은 조리)를 해야 했고 생각보다 많은 손님들이 게임 관련하여 엄마에게 질문을 했다. 하물며, 임금 계산과 아르바이트 관련 서류나 작게는 프린트 연결 방법까지 몰랐고 그 동안 20대의 직원은 없었기에 그들과의 소통을 더욱 힘들어했다.     

         

 내가 가야했다. 인사팀에서의 경력이 이렇게 쓰이나 싶었다. 일단 지금 살고있는 집부터 내놓았다.


 그리고 PC방 근처로 빠르게 이사를 했다. 사업을 준비한다고 힘차게 퇴사까지 한 내가 PC방 알바생이 되었다.

              

 내 나이 31살이었다.          




[업체 정보 ]
사업을 해보지 않았을 때, 대체 어디를 가야 정보를 얻는지 너무 궁금했다.
이른 나이에 시작하다 보니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곳도 적었다.
그래서 아주 작은 도움이겠지만 매 화에 나오는 업체들을 정리할 예정이다.
*혹시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은 따로 말씀주시기 바란다.
*내가 직접 다녀온 곳 그리고 직접 겪은 방식만 써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아래의 방식이 전부가 아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방식이라 생각한다.)




패키지 업체

1. 방산 시장:보통 이곳에 몰려있다. 골목을 지나기만 해도 상점마다 유리창에 수많은 박스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나의 경우, 처음에는 업체 미팅을 하는 법도 몰라서 요상한 그림과 레퍼런스 사진들만 들고 가게마다 직접 들어가 물어봤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장님들께서 친절히 알려주셨었다. 그리고 의외로 주차가 가능하다.

*패키지 업체에서 직영 공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더 저렴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국내 업체와 중국 업체의 가격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2. 온라인 검색:온라인으로 다양한 업체를 검색하여, 견적문의 게시판에 자세한 사이즈나, 재질, 이미지를 올려 놓으면 대강의 가견적을 받을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업체가 있으면 미팅을 잡고 진행하면 된다.

*가견적은 가견적일 뿐, 너무 기대하지 말자. 우선 90% 견적이 가견적보다 비싸다.


3. 네이버 카페:한국봉제카페, 셀러오션, 유통과학연구회 등 다양한 카페에서 많은 업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사이즈나, 재질, 원하는 이미지(레퍼런스)를 올려놓으면 다양한 업체에서 연락이 온다.

*핸드폰 번호를 올려놔도 쪽지나 채팅으로도 많이 오므로 잘 확인해야 한다.


3-2. 개인:간혹 개인 업체 분들이 있다. 이 분들은 직접 생산하지 않고, 중국 공장과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일종의 무역업을 하시는 분들이다. 연락이 거쳐 가야하고, 무언가가 잘 못 되어도 바로 책임을 물기가 어렵다. 그리고 포트폴리오가 없는 경우가 많아 퀄리티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실버 악세사리

1. 종로:종로를 생각하면 흔히 예물을 떠올리지만 종로3가역 8번, 9번 출구 뒤쪽으로는 귀금속 도매상들이 있다. 고개를 들어 각 건물의 위층을 보면 알 수 없는 말들이 붙어져 있을 수 있는데 보통 공방(공장)들이다. 귀금속 매장을 하시는 분들이 차린 공방도 있고, 간단하게 도금만 하는 공방부터 다이아만 물리는 공방 등등 다양하다. 모르면 가서 물어보면 된다.(겁먹지 말고) 거의 30-40년 이상 하신 분들이랑 척 보면 척이다. 하지만 종로에는 실버만을 하는 공방은 없다. 공방에서는 금이나 은이나 세공은 비슷한데 은은 돈이 안된다는 이유다. 안된다고 바로 포기하지 말고 부탁하고 조르고 빌어보자. 그럼 된다.

*일단 돌아보고 어느정도 감이 생기면 온라인으로 업체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업체를 많이 다닐수록 좋은게 그곳에서만 쓰는 전문 용어나 제조 방식 등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고 모르는 것을 적극적으로 물어볼 수 있다. (전문가분에게 답을 바로 들을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좋다.)


2. 남대문:악세사리하면 남대문을 생각하는데, 맞다. 엄청난 규모의 악세사리들이 많다. 재질도 다양하다. 하지만 주문제작은 다소 힘들 수 있다. moq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몇천개에서 몇만개정도. 하지만 가서 여쭤보면 공장을 가지고 계시는 사장님이 제작이 가능하다고 하는 경우가 있으니 발품을 팔아야 한다.


3. 동대문종합시장:이 곳은 의류부자재부터 커튼, 원단, 모피 등등 다양한 의류 관련 시장이다. 말이 시장인데, 아주 큰 건물로 되어있고 5층이 악세서리 부자재를 파는 곳이다. 참고로 이 건물은 엘리베이터를 찾는 것이 힘들다. 그리고 2020년 기준 아직도 엘리베이터 안내원이 있다. 아무튼 실버 제품들을 파는 곳이 몇 군데 있다. 제작은 가능하지 않았던걸로 안다. 하지만 여기는 체인, 가죽끈, 천 등등 악세사리 관련한 모든 부자재가 있으니 가보면 좋다.

*인터넷으로 아무리 봐도 팔찌 매듭이 해결되지 않아, 앉아서 무언가 하고 있는 사장님을 발견해서 매듭법을 물어보니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캐드 업체

1. 종로:종로 도매 상가 뒤쪽 건너편으로 가면 쥬얼리 캐드만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많다. 보통 세공업체나 공방과 친한 거래처들이 있으므로 사장님께 물어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두분이 서로 소통을 하며, 완성도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나가기에 좋다.


2. 재능마켓-크몽:혹시 그 전에 캐드 도면을 확인하고 싶다면 재능마켓을 통해 진행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직접 업체에 가는 것보다 거의 2배 이상 비싸고 직접 만나서 설명하는 것이 아니고 온라인 채팅이나 통화로 진행해야 하기에 수정을 여러번 거쳐야 한다.


로고디자인

1. 전문 로고 업체:로고디자인이나 브랜딩을 하는 업체에서 많이 진행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한 프로세스를 가지고 일을 하는 곳이므로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그만큼 가격은 비싸다. 적게는 50부터 많게는 500까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처음 시작하는 거라 사정사정하며 말도 안되는 금액에 받았지만 결과는 놀라웠던 기억이 있다.


2. 재능마켓-크몽:로고디자인만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매우 많다. 작업자가 올려 놓은 포트폴리오를 보며, 스타일에 맞는 곳을 찜해놓고 가격 비교를 하고 미리 간단히 얘기를 하며 스타일에 맞는 곳을 고르면 된다. 리뷰가 많이 있으니, 자세히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의 경우, 열심히 소통하며 다양한 레퍼런스를 보내고 스케치까지 해서 보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어느정도 복불복의 느낌이다.


3. 지인:가장 비추하는 방식이다. 개인으로 로고디자인을 하는 지인과 로고디자인 업체를 운영하는 지인에게 각각 맡긴 경험이 있는데, 부정적인 피드백이 오고 가면서 정말 사람을 잃을 수도 있다. 단번에 마음에 드는 로고디자인을 받으면 모르겠지만 그럴 확률은 30%이내라고 생각한다. 한 번에 마음에 들어도 비용이나 다른 껄끄러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무조건 패스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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