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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te Nov 04. 2022

고독과 마주하게 하는 달빛

드뷔시와 그의 음악

안녕하세요 음악큐레이터 뮤트입니다.


고흐 - 밤의 카페 테라스 (1888)


늦은 밤, 파리의 밤거리를 환하게 수놓은 주황조명들,

카페며 식당이며 술집이며 왁자지껄 떠드는 사람들의 모습,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서 같이 담배를 피워대며 인생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예술가들,


이 장면이 상상이 되시나요?

이렇게 글로 전달했을때 우리는 머리속으로 그림을 그리듯 이미지를 상상해보잖아요




음악은 귀로 듣는거잖아요?

근데 음악을 들었을때도 우리 머리속으로 그림을 그리듯 이미지를 상상해서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켜준 작곡가가 있습니다.



미술관에서 이렇게 그림을 보면요 어떤 주제를 나타내기 위해 색이 있고 형태가 보이고 그렇잖아요

이 작곡가는 마치 음악으로 형태를 만들고 색을 만들어서 마치 미술작품을 보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줬어요. 


이 작곡가는 음악을 이미지로 만들기 위해 전통의 음악어법을 벗어난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기도 하는데요,

재즈 아시죠?

d 로 시작하는 펜타토닉 스케일

재즈에서 사용하는 5음음계를 펜타토닉 스케일이라고 하는데 이걸 본인 음악에 녹여낸 거의 최초의 작곡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에요. 본인은 유럽사람인데 동양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동양음악 뿐 아니라 동양의 미술작품도 사서 모으고 그런 사람이었어요.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음악말고 다른 예술에도 관심이 많아서 시도 쓰고 문학작품도 쓰고 비평도 하고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를 정말 좋아했어요. 보이는 예술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뭔가 남기길 좋아했는데 나중에는 종합예술의 끝판왕인 오페라도 썼어요 근데 이게 정말 대박 작품이에요. 이 오페라에 본인의 예술철학이 거의 다 들어가 보시면 되요.


드뷔시 오페라 - 펠리아스와 멜리장드
클로드 드뷔시 (1862-1918)


오늘은 당대의 정말 천재, 진짜 예술가, 프랑스 음악의 수준을 역대급으로 한껏 올려준, 그러나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드뷔시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1900 년 파리 세계 만국 박람회


벨 에포크 라고 들어보셨을 거에요

아름다운 시절, 황금기 란 뜻을 가진 단어로 주로 광고나 캠페인에서 특별히 좋은 것, 좋은 시절을 표현할때 많이 쓰이는데요.

벨 에포크는 프랑스 파리의 특별히 아름다웠던 시절을 추억하며 만든 단어인데 

프랑스 역사상 가장 부유했고 문화 예술이 가장 융성했던 시기를 벨 에포크 시대다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네, 르누아르, 헤밍웨이 등 굵직한 네임드 예술가들이 벨 에포크 시절의 파리를 살았고 그 무리들 안에 드뷔시도 있었죠.


당시 파리는 새로운 예술의 창조의 원천이자 활동 무대여서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이 파리를 거쳤고 새로운 예술과 문화가 탄생하고 있었어요. 드뷔시는 프랑스 국립음대를 졸업한 수재 작곡가였음에도 음악만 하지 않고 수많은 예술가들과 활발히 교류했어요. 파리의 수많은 밤을 지새며 예술가 들과 함께 토론했고 그것들이 자양분이 되어 드뷔시의 작곡영감의 원천이 되었지요. 드뷔시는 기존의 법칙을 벗어난 새로운 실험적인 곡들을 많이 작곡했어요. 특히나 당시 미술작품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그중 이른바 '인상주의' 작가들의 작품에 영향을 받았죠. 


모네 - 인상,해돋이


당시 인상주의 작가들의 모토가 '보이는 그대로를 사실적으로 그리자' 였는데 이게 무슨뜻인가 하면... 

작가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아름다운 시대를 좀더 꾸밈없이 사실대로 그리고 싶었어요. 

귀부인들은 세련된 옷차림으로 거리를 다니고 파리의 밤은 온갖 유흥들이 거리를 수놓고 있었고 

낮에는 또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도시경관이 눈을 사로잡으니까 이런것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사진처럼 그대로 그리고 싶었지요. 


르누아르 -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그래서 인상주의 작가들은 뭔가 꾸미거나 과장되게 그리지 않았어요. 오히려 인상주의 작가들은 낭만파나 고전파의 작품들이 작가의 상상력이 들어간 꾸며낸 그림이라고 폄하하기도 했지요. 인상주의 작가들은 빛을 잘 이용해서 그림을 그렸어요. 빛에 반사된 수많은 색채들을 꾸밈없이 표현하려고 했죠. 그저 눈에 담긴 인상들을 보이는 이미지 그대로 자신의 화풍을 이용해 캔버스에 담는 거죠.

'눈에 보이는 사실을 전달한다' 라는 점에서 드뷔시는 인상주의 작가들의 생각에 동의하고 자신이 눈으로 본 그림, 자연, 빛 등을 어떻게 하면 귀로 듣고 이미지화 할 수 있을까 수도없이 고민했어요. 왜냐면 드뷔시는 화가가 아니라 작곡가니까요.

그래서 드뷔시 작품의 제목들을 보면, 달빛, 삐에로, 바다, 파도 등등 빛 과 형상에 관련된 제목들이 많이 있는거에요. 이미 제목으로 부터 연상되는 이미지가 음악 감상에 도움이 되는 것이죠.




드뷔시의 작품중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 있어요 

달빛 이라고

최근의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에 매료된 분들이 많으신것 같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97_VJve7UVc

조성진: 드뷔시-달빛 *제공:크레디아


드뷔시는 이 달 에 상당히 매료되어 있었어요

달과 관련된 많은 드뷔시의 작품들이 이를 증명하는데 

피아노곡 "달빛" "달은 황폐한 사원에 걸려" "달빛 쏟아지는 테라스" 을 작곡했고, 그의 유명한 오페라 펠리아스와 멜리장드 에도 달빛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와 있어요.



드뷔시는 달의 어떤 면에 매력을 느껴서 많은 곡을썻을까요?


드뷔시 살아생전의 파리에는 다양한 예술 공연 중 코메디아 델라르테 라는 연극 공연이 가장 인기가 많았어요.

이 공연은 16세기부터 인기를 끌어왔던 이탈리아 전통 즉흥연극을 뜻하는데 당시 파리에서 전성기를 맞이했죠. 


코메디라 델라르테 등장인물들


이 공연에는 가면을 쓴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피에로, 할리퀸, 풀치넬라 등이 나와 즉흥적으로 연기를 했어요. 특히 줄거리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무쌍하게 즉흥연기를 선보였는데 이처럼 일관성, 예측 가능성, 논리적인 설명따위에 싫증을 느꼈던 당시 파리의 예술가들이 이 공연에 열광을 했죠.


폴 레전드 의 피에로 분장 - 위키피디아


드뷔시는 이 중 피에로라는 인물에게 빠져들게 되었는데 피에로는 등장인물 중 특별히 더 변덕스럽고 즉흥적이고 과장된 몸동작과 곡예, 음담패설이 주를 이루었어요. 드뷔시의 가곡 중 피에로 라는 제목이 붙은 작품에 피에로의 장난기 어린 모습을 표현하는 듯한 불협화음과 역동성이 아주 잘 나타나 있지요. 

피에로는 이런 장난기 어린 모습만 있는것은 아니에요. 피에로는 이 즉흥극에서 유일하게 가면을 쓰지 않은 채 등장했는데 하얀 분칠을 한 그의 얼굴은 그 자체만으로도 고독과 슬픔을 드러내기에 충분했어요. 영화 조커에 나오는 하얀 분칠을 한 모습의 주인공이 이런 피에로의 우울한 모습에 영향을 받았어요. 피에로를 연기하는 연기자는 자신의 실제 삶을 뒤로한 채 무대에서는 항상 웃고 장난치고 넘어지고 어리숙한 모습으로 무대를 채워나가야 했어요. 그런 그의 모습은 그것이 우스꽝 스럽든 불쌍하든 예술가와 시인들 사이 어디에나 퍼져있던 소외된 감정을 포착했어요. 예술가들은 마치 자신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한 감정을 느꼈을 거에요. 창백한 하얀 얼굴, 헐렁한 백색 의상은 당시 예술가들의 우울과 권태를 완벽하게 담아냈어요.

드뷔시는 이런 피에로의 이중적인 모습을 달과 비견하여 이미지화 했어요.


드뷔시에게 달은 늘 신비로운 존재였어요. 달은 매일 형태를 달리하며 베일에 싸인 빛을 발산하죠. 당시 사람들은 달은 지구에 사는 모든 이에게 불가사의한 능력을 발휘하여 누군가를 미치게 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정신병(lunacy)이란 단어도 달(Luna)에서 유래한것도 한 몫을 하죠. 드뷔시는 수수께끼 같고 변덕스러운 피에로와 연관된 달빛에 깊이 매료되어 있었어요. 드뷔시의 이러한 달의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게 여러 작곡기법을 사용하여 작품들을 채워나갔어요.


너무나 밝아 모든 것을 낱낱이 드러내는 태양과 달리 달은 어둡게 비추는 외로움 속에 마주하는 빛으로 은밀하고 비밀스럽고, 보름달이었다가 초승달로 서서히 변하는 모습은 비교적 광기어린 변덕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피아노 곡 달빛 에서 들리는 꿈결같은 희미함을 떠올려 보세요. 조용하고 은밀하게 진행되는 화성과 멜로디, 때로는 변칙적인 박자와 분위기가 피에로의 변덕적인 성격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죠.

중간에 사용되는 5음음계에서는 달빛의 고독한 외로움을 느낄 수 있기도 해요. 그 어떤 전통적인 화성에도 속하지 못한 5음음계의 고독한 외로움이 마치 피에로의 외로운 모습에 투영된 예술가의 모습을 표현한 것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니까요


이처럼 드뷔시는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잘 포착해서 음악으로 이미지화 시키는대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작곡가였어요. 음악의 발전이 드뷔시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진다 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드뷔시 이전에는 드뷔시같은 음악이 전혀 없었어요. 프랑스 클래식 음악의 발전의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창의적인 작곡가였답니다.


오늘은 드뷔시의 음악과 함께 여러분이 갖고있는 진실한 고독과 마주하며 시간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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