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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킬 홍은화 Nov 09. 2022

<탑> (2022, 홍상수)

대혼돈의 멀티버스 : 멀티버스로 연결된 펜로즈의 계단

<탑> (2022, 홍상수) 

대혼돈의 멀티버스 : 멀티버스로 연결된 펜로즈의 계단     


<기생충>을 떠올리게 하는 <탑>의 영화 포스터가 흥미롭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마주하는 일 없는 인물들이 모두 한 공간에 있다는 점, 그리고 서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유사하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다. <기생충>에서 최하위 계급/계층으로 묘사된 지하에 숨어사는 근세는 기택의 미래가 된다는 점에서 동일 인물이라 불러도 좋지만, <탑>에서 병수의 팬으로 묘사된 선희는 병수 자체가 아니라, 병수가 붙잡을 수 없는 욕망의 대상에 머무른다는 점이다.

서로 전혀 다른 주제의 영화 같지만, 기이한 유사점이 있다. ‘집’이라는 공간인 사회적 구조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시간의 흐름에 무력감과 희망이라는 양가치가 공존하는 ‘인간의 내면’을 영화들이 환기시키고 있는 부분에서다. 

전자의 경우(사회 구조적으로). <탑>의 병수와 <기생충>의 기택이 머무르는 공간은 각각 박사장과 해옥의 집이다. 때문에 이들은 건물주로부터 삶의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시스템이 인간의 행동, 타인에 대한 가치 판단, 미래에 대한 설계 등에 대해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있는지 일상의 모습으로 재현된다. 

후자의 경우(내면적으로), <탑>에서 병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연인, 친구, 건강(식생활), 종교, 직업에 대한 가치관들이 변해가다가 종국에 원점으로 돌아가 버리고, <기생충>에서 기우는 영화의 시작점에 있던 기택이 된다.

병수가 건물 앞으로 돌아와 미소를 마주했을 때, 기우가 반지하에서 충숙과 나란히 있을 때 그들은 그리고 관객은 무력감을 느끼는가, 희망을 느끼는가.

우리는 무언가를 향해 끊임없이 걸어간다, 혹은 걸어가려 한다. 결과는 올라간 것(희망)인지 내려간 것(무력감과 파멸)인지 펜로즈의 계단처럼 알 수 없다. 다음 걸음에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때때로 예술을 통해 그것을 가늠해보거나, 모두가 펜로즈의 계단을 걸어간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받을 수도 있다. 영화의 대사처럼 ‘깔깔 거려’도 좋고, ‘정색’해도 좋다. 지하1층부터 4층까지 각 층별의 병수가 건물 하나에 담겨 있다고 보아도 좋고, 각 층이 제한된 제작비와 영화제작 환경으로 인해 또는 대항영화가 취할 수 있는 방식으로의 멀티버스로 보아도 좋다. 관객이 영화를 보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라는 고민을 새로운 감각으로 할 수만 있게 된다면. 

어쩌면 홍상수는 서사 내 병수가 이야기 했듯, 최근 장르영화들이 취하는 멀티버스를 화려한 액션이나 CG, 음향 효과 없이도 어떻게 구현이 가능한가를 보여주는 영화 실험에 취해 있는지도 모르겠다.         


   

+ 가격대별 와인과 소주를 마셨으니 – 기생충의 국내, 해외 맥주는 마시지 않았다. - 이제 영화를 재구성해보자. 

1층: 병수와 그의 딸 정수 그리고 건물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건물주인 해옥이 식사를 한다. 보이스 오버로 들리는 줄은 방금 밖에서 병수에게 차키를 주었거나, 선희가 가져온 짐을 받았거나, 정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병수가 지하 1층을 가려고 하자 해옥은 위부터 보자고 한다. 지하 1층에는 해옥과 정수 그리고 기타 치는 병수가 있다.

2층: 해옥이 들여다 보며 손님이 있다고 한다. 그 손님들은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병수와 병수의 팬이라며 비싼 와인을 선물하는 선희와 선희를 깍쟁이라 부르는 해옥이다. 그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3층: 해옥과 병수는 침실에 누워있는 병수를 보지 못한다.

4층: 해옥은 이집에 사는 사람이 월세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곧 집을 뺀다고 한다. 그는 바로 병수다. 혹은 병수의 미래다. 병수는 지영과 테라스에 있다. 

지하 1층: 해옥이 내려가자 편의점에서 와인을 사온 정수가 기다린다.

건물 밖 : 지하1층 병수, 1층 병수, 2층 병수, 3층 병수, 4층 병수, 그리고 건물 밖 병수가 있다.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펼쳐진다. 선희가 말했다. 시간이 흘렀고 전과는 상황이 달라졌으며, 미래의 약속도 받았다고. 병수는 과거 자신과의 약속을 깨버리는 선희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 후 병수는 전과 상황이 달라져 있으며, 미래의 약속도 변화되어있다. 우리는 그렇게 병수처럼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살아간다. 체홉의 『진창』은 여기까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 멀티버스로 연결된 펜로즈의 계단이 있는  <탑>(Walk up)을 스크린 위로 직접! 걸어보시라.


#탑 #홍상수 #멀티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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