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메모를 2026년에 다시 꺼내며- 봉준호 감독의 말
2020년 2월 봉준호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오스카상을 받았을 때 써 두었던 블로그를 6년이 지나 다시 들춰서 읽어봤어요. 다시금 창의성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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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감독상을 거머쥔 봉준호감독이 인용한 한 말이다. 그날 봉감독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가리키면서, "어린 시절 그의 책 속 문장을 가슴에 새기며 영화공부를 했다"라고 뭉클해했다. 거장 마틴 감독도 일어서 응대하니 모든 영화인들이 노감독을 응원하며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명언이 담긴 책은 영국의 영화 평론가인 톰슨과 크리스티가 스콜세지 감독의 강연과 인터뷰를 뼈대로 해서 1994년 그의 작품세계를 소개한 '마틴 스콜세지:영화로서의 삶-비열한 거리'로 알려졌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영화는 왜 개인적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견해의 차이라고 하면서 "영화의 관점이 명확하고 개인적일수록 더 창의적"이라고 대답했는데, 책 속에 똑같은 문장이 없는 점을 들어 언론에서는 아마도 그 내용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 봉감독의 수상소감을 들은 이후 나 또한 그 말을 곱씹어봤다. 많은 책을 읽고 경험을 쌓고 자기 철학이 있는 봉준호감독이 무명의 시간도 견뎌내면서 아카데미상에 우뚝 섰을 때, 감독 개인의 역사가 바로 '영화'이며 곧 '창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봉감독에게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직 개인적인 열정을 다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끝까지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오스카상을 거머쥐는 가장 창의적인 영화가 세상에 나왔으니... 영화는 평면이 아닌 입체적인 종합예술이다. 남과 비교하며 평면적인 줄 세우기로 평가하는 일반적인 잣대와는 다르다. 일반의 눈이 기준이 아니라, 감독 자신의 통합으로 응축된 시선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봉감독의 통합된 시선이 영화 속에서 무계획적이지 않은 계획적으로 창의성을 표현해 낸 듯하다.
요즘 학력을 파괴하는 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대학을 나와야 하고, 우리들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책 읽기보다는 많은 시간을 수학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대학서열은 일렬로 정리돼 있고, 좋은 대학일수록 취업도 쉽고 봉급도 많고 좀더 폼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많다. AI시대에 AI가 무엇이든 척척 해준다고 하지만, 어떤 일이든 개인의 경험과 관점이 중요하다. 개인의 personal 한 것을 존중한다면 아마도 그 효율성은 배가 되며, 어느 순간 the most creative 한 결과물을 얻으면서 행복도는 높아질 것이다.
(2020.02.15. 류순희)
*이 글은 필자의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것입니다. 당시 쓴 날짜를 그대로 올립니다.